수수료 모델로 돌아간 배달의 민족, 어떻게 볼 것인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4월 1일부터 수수료 중심의 요금체계로 돌아갔다.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매출 대비 5.8% 수수료를 받는 ‘오픈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일 발표했다.

오픈서비스는 카테고리 최상단에 배치된다. 오픈서비스를 신청한 음식점이 전부 노출된 다음에 기존의 광고인 울트라콜이 노출되는 형태이다. 오픈서비스가 안착되면 울트라콜 광고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 대부분의 음식점이 울트라콜 대신 오픈서비스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배민 김범준 대표는 “오랜 고민과 준비 끝에 배민을 이용하는 외식업 자영업자와 고객 모두에게 가장 합리적인 요금체계인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다”며 “업주님들은 낮은 수수료율을 고르게 부담하고, 이용자 분들은 식당과 메뉴의 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수익 모델의 전환, 고정광고비 -> 수수료

배민의 이번 결정은 5년 전의 수수료 모델로 돌아갔다고 볼 수 있다. 배민은 2015년 7월이전까지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을 운영했으나 음식점의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여론이 일자, 매출에 비례하는 수수료를 폐지하고 고정 광고비를 받는 모델(광고 1개당 8만원)로 선회했었다.

그러나 광고비 모델은 부익부빈익빈 효과를 낳았다. ‘배민에 얼마나 많은 광고를 하느냐’가 매출로 직결됐기 때문에 음식점주들은 배민 광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자금력이 있는 음식점주들은 여러 개의 광고를 등록했다. 이를 음식점주 사이에서는 ‘깃발꽂기’라고 부른다. 배민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선 월 1000만원 이상 광고비를 내고 깃발을 200개 이상 꽂는 업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는 대규모 광고비 집행 능력이 없는 소액 광고주의 음식점은 노출될 기회가 줄어들 수는 효과를 가져온다.

깃발꽂기 경쟁은 이용자 경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용자는 광고비를 많이 낸 음식점을 배민 앱에서 자주 접할 수밖에 없다. 이는 음식점의 서비스 품질이 아닌 광고비 집행력에 따라 이용자의 선택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깃발을 여러 개 꽂은 음식점은 이용자들에게 반복해서 노출됐지만, 오픈서비스에서는 한 번씩만 노출된다. [그래픽 출처 : 배민]

물론 광고비 모델이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광고비 모델은 음식점주가 자신의 수준에 맞게 예산을 정할 수 있다. 매출을 키우기 위해 광고비를 많이 낼 것인지, 광고는 적게 운영하고 다른 전략으로 배민을 이용할 것인지, 음식점주는 비즈니스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수수료 모델에서는 매출에 비례해 수수료가 나가기 때문에 음식점주가 배민에 낼 예산을 미리 책정할 수가 없다. 음식점이 얼마나 배민에 잘 노출되도록 할 것인지 음식점주가 결정할 수가 없다.

배민 측은 “각 구간 내에서 가게 노출 순서는 무작위(랜덤)로 정해진다”면서 “다만 신규 자영업자 보호와 이용 편의성 등을 고려해 오픈서비스에 ▲오픈서비스에 신규 등록한 가게(90일 이내) ▲사장님의 주문취소율이 낮고 고객 선호도가 높은 가게 등은 가중치가 부여돼 상단 노출 확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향후 이용자 개개인이 선호 가게와 메뉴의 노출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배민 측은 덧붙였다.

이는 음식점주 입장에서는 배민 노출을 자신이 콘트롤 하기 힘들어졌고, 비즈니스 가시성도 떨어진다는 의미도 된다.

■ 자영업자는 이익인가 손해인가

문제는 이번 정책 변화가 음식점주의 비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제도 개편으로 음식점주의 부담을 늘리고, 배민만 이익을 취하는 구조라면 독점 사업자의 횡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민 측은 이에 대해 “비용이 늘어나는 업소도 있고, 줄어드는 업소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월 24만원으로 깃발 3개를 꽂아 배민에서 매출 300만원을 올리던 음식점은 수수료 체계에서는 17만4000원(300만 × 5.8%)으로 부담이 줄어든다.

물론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깃발을 한 개(8만원)만 꽂고 월 300만원의 매출을 올리던 음식점이 있다면 비용 부담이 두 배 이상 늘게 된다.

즉 기존에 배민 광고 효과가 컸던 음식점은 수수료 체계에서는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광고 효과가 크지 않았던 음식점은 수수료 체계가 더 이익이다.

배민 측은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비용이 줄어드는 업소가 전체의 52.8%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영세업주와 신규업주일수록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매출 대비 1% 미만으로 광고비를 내던 음식점도 있었고, 매출 대비 15% 이상의 수수료를 내던 음식점도 있었다. 기존에 5.8% 이하의 광고비를 내던 음식점은 새로운 제도에서는 비용이 상승하지만, 5.8% 이상으로 광고비를 내던 음식점은 비용이 줄어든다. [그래픽 출처 : 배민]

하지만 이 수치는 배민이 내부적으로 분석한 것이어서 100% 신뢰하기는 힘들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음식점들이 오픈서비스를 이용해 본 후에 음식점주를 대상으로 정부나 협회 등이 과학적인 조사를 해봐야 실제로 비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정책 변경, 딜리버리히어로와 관계 있을까?

이 시점에서 궁금한 것은 이번 정책 결정에 딜리버리히어로의 입김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하는 점이다. 배민은 지난 해 12월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에 회사를 매각한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딜리버리히어로가 이번 정책 변경에 일정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운영하는 요기요의 경우 설립 이후 지금까지 줄곧 수수료 모델을 고집해왔다.

이에 대해 배민 측은 “딜리버리히어로와 이번 제도 개편은 전혀 상관없다”고 펄쩍 뛰었다. 배민 경영진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며 딜리버리히어로의 지시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배민 관계자는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음식점 사장님들에게 개편될 수수료 제도에 대해 설명해왔다”면서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민 경영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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