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택배대란이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이유

CJ대한통운의 대전 허브터미널 가동중지(11월 25일부로 재가동)와 11월 21일부터 시작된 택배노조(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전국택배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인해 촉발된 ‘택배대란’의 원인은 해소됐지만, 여전히 물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택배대란은 끝나지 않았다. [참고기사: CJ대한통운 ‘택배대란’ 눈앞에… 간선차량 400대 멈췄다]

택배노조가 11월 29일 0시부를 기해 파업복귀 선언을 했다. 하지만 분당, 청주, 광주, 대구, 경주, 울산, 창원 등 파업이 있던 일부 지역으로 배송되는 화물의 물류 문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CJ대한통운 본사와 택배노조 측의 논의가 수평선에 머물러 진척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작은 이렇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 파업에 대응해 22일 파업지역으로 배송되는 택배송장의 출력을 막았다. 집하-허브 간선운송-지역 간선운송-배송으로 이어지는 택배 프로세스의 시작 부분인 ‘집하’를 원천 차단한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어차피 파업지역에 상품을 보내봤자 택배노조의 업무 방해로 인해 배송업무를 처리하지 못해 더 큰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 생각하고 취한 조치”라며 “대리점이 정상적으로 배송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 밝힌다면, 집하금지 조치를 철회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화주사는 때 아닌 배송문제를 겪게 됐다. 한 화주사 관계자는 “택배 송장 출력을 막고, CJ대한통운이 준 가이드는 다른 택배사를 쓰라고 한 것”이라며 “한진과 롯데택배 대리점을 알아봤지만, 추가물량을 받을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지금은 우체국택배로 물건을 보내고 있는데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한 고양이용품 쇼핑몰이 택배노조 파업 이후 올린 배송지연 공지. CJ대한통운 대전 허브터미널 가동중단과 택배노조 파업 등 CJ대한통운의 연이은 악재로 경쟁 택배사로 물량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택배노조는 집하금지로 인한 화주사의 피해를 막기 위해 11월 29일부로 배송업무 재개를 선언한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파업지역 택배접수를 중단시킴에 따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와의 교섭을 거부하기 위해 전체 택배노동자와 택배를 이용하는 온라인 중소업체, 전 국민에게 피해를 떠넘기고 있다”며 “더 이상 피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9일부로 배송을 재개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9일 이후에도 CJ대한통운의 집하금지 조치는 풀리지 않았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노조가 배송복귀 재개를 한다고 CJ대한통운 측에 관련내용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나, 이것은 말 그대로 ‘선언’만 한 것”이라며 “집하금지 조치를 해제하려면 택배노조 측이 대리점과 함께 정상적으로 배송을 한다는 협의나 공통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는데 아직도 파업지역의 물류는 정상화가 안됐다”고 말했다.

쟁점1. 왜 업무를 방해하는가?

CJ대한통운이 집하금지를 풀지 않은 이유는 이렇다. CJ대한통운 측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배송재개’를 한다고 말만 하고, 실제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조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택배기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현상이 국지적으로 목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노조 업무 복귀선언이 있었던 29일 이후에도 파업 참여 택배기사들은 배송업무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울산의 한 서브터미널(대리점)에서는 택배노조 조합원이 잔류돼 있는 자기 물건을 자동분류기(휠소터) 위로 막 던지는 식으로 분류를 방해한 적이 있었다. 이러면 화물이 섞여서 모든 택배기사들이 처음부터 분류를 다시 해야 한다. 대리점마다 사례는 다르지만 비슷한 일들이 창원, 광주 등지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측은 업무방해에 대해 ‘대체배송의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대리점장이 새로 인원을 충원해서 물류업무를 하게 하는 것은 노조법의 대체인력 채용 위반”이라며 “그런데 새롭게 지원 오는 인력이 직영기사인지 대리점장이 새로 채용한 택배기사인지 노조는 알 수 없다. 대리점장이 새로 채용한 택배기사를 ‘직영기사’라고 우기더라도 우리가 확인할 길이 없다”고 설명했다.

울산지역 한 CJ대한통운 대리점의 물량잔류 상황. 관계자에 따르면 22일 이후 잔류물량만 수만개가 나오고 있는데, 정확한 숫자는 파악도 못하고 있다. CJ대한통운 대리점 관계자는 “택배노조 조합원의 작업방해로 인해 파업복귀 이후에도 물류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본사와 택배노조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물류 업무’ 방해가 일부 파업 대리점에서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업무 방해에 대한 이유에 대해선 양측의 의견이 갈린다.

CJ대한통운측은 본사의 ‘합법’적인 배송지원을 택배노조가 방해한다고 이야기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원청인 CJ대한통운에 소속된 정직원 기사가 서비스 품질저하를 막고자 지원을 가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택배노조는 그걸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업무를 방해하고, 소비자들의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측은 대리점의 대체인력 투입은 불법이기에 확인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배송업무 방해는) 파업기간 중 대체배송 여부의 불법성을 확인하려고 했던 것이지 의도적인 방해가 아니다”라며 “노조측에서 직영기사인지 대리점 기사인지 확인을 요청했는데, 이에 응하지 않은 상대방을 그냥 보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밝혔다.

경주지역 한 CJ대한통운 대리점의 잔류현황. 관계자에 따르면 사진상에 보이는 물량 이상이 배송되지 못하고 별도의 롤테이너에 적재돼 있다고 한다.

쟁점2. 정말 배송할 생각이 있는가?

CJ대한통운 측은 택배노조가 파업복귀 이후 실제 배송업무를 처리할 의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새롭게 집하되는 화물은 집하금지로 인해 처리할 수 없다 치더라도, 파업복귀 이전부터 쌓여있던 화물은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충분히 배송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다는 게 회사측 주장이다.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파업복귀 선언을 단순히 ‘구호’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배송복귀를 했다면, 파업일인 21일 이전에 집하한 물량과 중간에 내려간 일부 집하물량이라도 배송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며 “그런데 택배노조는 해당물량 배송을 거부하고 있다,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대리점과 협의를 통해 회사에 ‘정상화’를 요청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집하금지 조치를 풀 것”이라 말했다.

대리점 관계자가 보내온 택배노조 조합원들이 한 CJ대한통운 서브터미널에서 족구하는 사진.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내부에서도 비노조와 노조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돈다.

택배노조측은 배송선언을 했음에도 잔류물량을 처리하지 않은 이유로 배송지연과 파손 등에 대한 패널티를 택배노조 조합원이 껴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CJ대한통운과 대리점 측이 파업기간 발생한 피해를 파업 택배기사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기에, 그 부분에 대한 담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노조 조합원들은 개인 수익을 포기하면서 파업을 진행했던 것이고, 파업기간 동안 배송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잔류화물의 배송지연과 파손에 대한 책임을 택배노조 조합원에게 묻지 않겠다는 본사 측 담보가 있었다면 배송을 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패널티를 우리가 뒤집어 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본사와 택배노조 양측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택배노조가 파업복귀 이후에도 잔류물량 배송을 하지 않은 것은 맞다. 여기서도 그 이유는 갈린다. CJ대한통운측은 “패널티 등 규정은 대리점이 정하는 것이라 본사는 그것을 수정할 권한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택배노조는 “해당 부분(잔류물량 처리)에 대해 본사와 대리점에 협의를 요청해놓은 상황”이라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양측의 협의가 잘 풀릴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택배노조는 대리점을 배제한 CJ대한통운과 직접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CJ대한통운은 회사와 실질적으로 계약하는 주체는 대리점이기에 택배기사와 논의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쟁점3. 설명되지 않는 것

택배노조측이 CJ대한통운에 제기하는 의문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파업복귀 이후 택배노조 소속 CJ대한통운 직영기사에 대한 ‘집하금지’는 왜 풀지 않느냐는 것이다. 택배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직영기사 중 약 20명이 택배노조에 가입했다고 한다. CJ대한통운 직영기사에게 있어 ‘대리점’의 역할은 실질적으로 CJ대한통운 본사가 하는 것인데, 이들에 대한 집하금지 조치는 왜 풀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일부 대리점이 ‘파업지역 택배접수 중단’ 해제를 요청했는데 본사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택배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광주 희망대리점과 울산 야음대리점이 CJ대한통운에 정상배송이 가능하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대리점의 요청만 있다면 언제든지 집하금지 조치를 철회하겠다는 CJ대한통운의 주장과는 역행하는 행위라는 게 택배노조의 주장이다.

CJ대한통운 측은 이 두 가지 의문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택배노조의 주장일 뿐”이라 일축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본사는 직영기사 중 누가, 몇 명이 택배노조에 가입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대리점 관련 문제는 확인이 필요하긴 하지만, 본사는 대리점에서 정상 프로세스대로 요청을 하면 집하금지를 풀 것이고 접수도 정상적으로 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지역 한 CJ대한통운 대리점의 잔류상황. 광주 전지역 파업참여 택배기사 160명이 처리해야할 물량이 21일부로 하나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대리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끝나지 않은 인질극

결과적으로 택배노조의 파업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파업은 끝났다고 치더라도, 실질적인 ‘물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대리점 관계자에 따르면 11월 30일까지 배송되지 못하고 각 대리점에 잔류된 물량은 10만 건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와중 일부 CJ대한통운 대리점은 ‘수기’로 송장을 작성하거나 본사와 연동되지 않은 자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등 집하금지된 지역의 송장을 ‘우회등록’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파업지역 대리점이 현재 그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편법으로 상품을 발송한다면 잔류 물량만 더 쌓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파업지역 CJ대한통운 대리점 관계자는 “답답하고 힘들어 이슈지역인지 알고도 (편법으로 화물을) 보내는 사장님들의 심정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게 보낸다고 배송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본사의 지원인력은 도움이 안되고, 집배점장(대리점장)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데 정말 너무 힘이 든다. 저희 입장도 조금만 생각해서 편법적인 우회등록을 자제해달라”고 전했다.

고객의 화물이 인질로 잡혀있는 상황에서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 양측의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택배노조는 파업이 끝난 이후에도 노동조합 인정을 요구하며 ‘2차 총력투쟁’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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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파업기간동안은 배송 의무가없다?
    배송기사가 할 이야기인가?
    본인들의 의무를 져버린 저 노조들은 이번에 복귀시키면 또 저런현상이 발생한다
    이번기회에 확실히 정리할건 정리하자
    일하려는 사람들은 많다

    1. cj택배가 너무 안오길래 검색해보니 이런일이 있었군요.

      파업기간에는 배송 의무가 없는 것 맞죠.

      책임은 회사가 가져야 합니다.

      배송기사님들도 노동자입니다.

      사용사측과 직원들의 협상이 잘 타협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제 물건도 빨리 오기를요.

      노조측 의견대로 회사측이 접수를 받지 않는다면 정말 큰 실망입니다.

      1. 쟤네 노동자 아니예요
        화물용 영업 넘버 달고 차사서 개인일 하는 사업자예요!
        배가 불러서 저짓거리 하는거지 죄없는 비노조 사람들과 판매자 구매자는 뭔죄여!
        사람이 간사한게 저러다 똥줄타면 다시 원상태로 온당께!!
        나도 25톤 화물차로 사업해봤지만 저런 똥배짱은 누구든 분명 지들한테 다시 되돌아 간다

  2. 파업하려면 자기네들끼리 하던가… 왜 파업 안하고 성실히 일하는 사람 일하는데 와서 물건던져서 일하는거 방해하고 깽판치는거임? 이거 영업방해임. 당연히 불법임. 그래고 말이 파업이지 저건 파업이 아니라 계약위반일뿐. 애초에 노동자가 아닌 사업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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