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과 판토스, 코트라가 선택한 물류 플랫폼

하림그룹의 지주사 제일홀딩스에 속한 선사 ‘팬오션’, LG상사가 인수한 물류업체 ‘판토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중소·중견기업 수출 지원을 위한 공공기관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선택한 물류 플랫폼이 있다.

업체의 이름은 밸류링크유.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비운의 1위 국적선사 ‘한진해운’ 출신들이 만든 업체다. 밸류링크유는 플랫폼을 통해 ‘해운물류산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만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DT하니 조금은 거창하다. 하지만 2018년 7월 물류 플랫폼을 론칭한 신생기업을 중심으로 한국 해운물류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과 공공기관이 뭉친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밸류링크유는 해운물류 산업과 관련된 세 개의 주축을 연결하는 물류 플랫폼을 만든다고 한다. 하나는 ‘화주’, 다른 하나는 ‘선사’, 마지막 하나는 ‘국제물류업체(Forwarder)’다. ‘코트라’, ‘팬오션’, ‘판토스’는 각각 밸류링크유의 화주, 선사, 국제물류업체를 대표하는 제휴업체가 된다.

코트라는 지난 5일 ‘국민과 코트라가 함께 만드는 글로벌화 지원 서비스’ 공모전에서 밸류링크유를 최우수상 기업으로 수상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이번 공모전에서 채택된 아이디어는 서비스 개발 및 사업화 컨설팅 등을 통해 서비스를 구체화시켜 테스트까지 통과하면, 코트라 정식 서비스로 운영될 계획이다. 밸류링크유가 다가오는 2019년 코트라와 연결된 3000여개의 중소중견화주가 밸류링크유 플랫폼 생태계에 들어올 것을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팬오션은 지난달 12일부터 밸류링크유와 제휴하여 밸류링크유 플랫폼 안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구간을 연결하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판토스는 밸류링크유와 18일 해운물류산업의 DT(Digital Transformation)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밸류링크유 플랫폼의 물류서비스 제공사업자 및 공동연구 파트너가 됐다.

밸류링크유는 코트라, 판토스, 팬오션 외에도 두우해운, 헬만월드와이드로지스틱스, 유수로지스틱스, 제이엔와룽, 지알로지스, 람세스물류 등 해운물류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SM상선, CK라인, HMM, 흥아해운, 시노코(장금상선) 등의 업체는 밸류링크유에 직접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진 않지만, ‘스케줄’ 정보를 제공하는 선사 파트너다. 현재 국내 1위선사인 현대상선과도 비즈니스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는 게 밸류링크유의 설명이다.

밸류링크유의 플랫폼을 구성하는 3개의 주체들과 제휴업체(자료: 밸류링크유)

밸류링크유 남영수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2018년 플랫폼을 구성하는 화주, 국제물류업체, 선사의 ‘삼각편대’ 준비가 끝났다. 다가오는 201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물류 플랫폼이 가동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료로 만드는 플랫폼 생태계?

# 기자는 언젠가 공연 기획 일을 하는 지인에게 이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남미 어느 도시에서 공연을 여는데, 티켓을 구매한 청중에게 줄 기념품 1000개를 현지까지 보내줄 물류업체를 찾는다는 것이다. 지인은 기자에게 연락하기 전에 업체 몇 군데를 알아본 모양인데, 어디가 싸고 괜찮은 물류업체인지 도무지 잘 모르겠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밸류링크유의 상업 플랫폼(Commercial Platform)은 기자의 지인과 같이 국제물류 서비스가 필요한 화주에게 물류서비스 공급자(해운선사·국제물류기업)를 연결해준다. 그러니까 화주는 밸류링크유 플랫폼을 통해 여러 선사의 선복(Space)과 운항 스케줄, 견적을 비교할 수 있으며, 실제 예약(Booking)까지 처리할 수 있다. 밸류링크유는 여기에 더해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의 화물위치를 추적하는 트래킹(Tracking) 서비스와 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물류 컨설팅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한다. 밸류링크유가 플랫폼을 통해 화주에게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화주사는 밸류링크유 플랫폼을 통해 ‘해상운송’과 ‘복합운송’ 서비스를 선택하여 제공 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해상운송은 팬오션과 같은 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항만과 항만 사이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팬오션과 함께 두우해운이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로 밸류링크유 플랫폼에 참여하고 있다.

복합운송은 판토스와 같은 국제물류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통관, 내륙운송을 포함한 물류 서비스를 화주에게 제공한다. 밸류링크유에는 판토스 외에도 헬만월드와이드로지스틱스, 유수로지스틱스, 제이엔와룽, 지알로지스, 람세스물류 등이 국제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로 참가하고 있다.

해상운송이 복합운송에 비해 저렴한 이유는 간단하다. 포워더는 실제 물류를 수행하는 사업자가 아니다. 여러 물류사업자를 연결하여 중개하는 사업자다. 포워더가 돈을 벌기 위해선 기존 중개하는 물류업체의 운임에 마진을 더하기에 화주 입장에선 순수하게 선사만 이용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굳이 내륙운송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화주라면, 예컨대 부산항 컨테이너야드(CY)에서 미국 LA항 컨테이너야드(CY)까지만 운송하고 싶은 사업자라면 밸류링크유 플랫폼을 통해 선사에 직접 예약을 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돈을 만드는 틈새

밸류링크유가 화주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벌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돈을 받는 틈새는 화주가 아닌 물류서비스 공급자에서 나온다. 밸류링크유는 플랫폼에 들어온 물류서비스 공급자가 화주의 주문을 받으면 선하증권(B/L)당 서비스 비용을 과금한다. 그 비용은 통상 현재 영업하고 있는 온라인 수출입물류 중개 플랫폼 대비 10% 수준이라는 게 밸류링크유의 설명이다.

밸류링크유에 따르면 그렇다고 물류업체가 밸류링크유에 기존보다 더한 비용을 써야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류업체는 밸류링크유를 통해 EDI 비용을 줄일 수 있다. EDI란 선사의 데이터를 화주가 원하는 형태로 전환하거나, 역으로 화주의 데이터를 선사가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형태로 전환하여 전달하는 방식이다. 그간 KTNET, KLNET과 같은 업체가 EDI를 메인 사업모델로 돈을 받아 왔는데, 밸류링크유는 이 EDI를 물류업체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밸류링크유를 통해 신규화주가 유입됨으로 줄일 수 있는 영업사원 인건비, 밸류링크유 플랫폼을 사용함으로 감축할 수 있는 제반시스템 관리비 등을 고려한다면 물류업체는 밸류링크유에게 제공하는 비용 이상의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게 밸류링크유 측 설명이다.

밸류링크유는 궁극적으로 해운물류산업의 DT를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밸류링크유는 현재 ‘상업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화주와 물류업체간 거래 데이터, 그리고 선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 가공하여 데이터가 필요한 업체에게 전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예컨대 선박의 운항정보, 현재 기상정보, 컨테이너에 담긴 화물의 정보, 선박의 상태 및 수리정보 이력 등을 데이터가 필요한 사업자에게 판매하고 돈을 받는 것이다. 선박의 유류 사용량은 선사에게, 선박의 상태와 정비 이력은 선박 관리회사에게 필요한 데이터가 된다. 밸류링크유가 시스템과 데이터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수익모델은  ‘통합운영 플랫폼(Operational Platform)’에서 나온다.

남 대표는 “밸류링크유는 선박에 적재된 수천개의 컨테이너가 쏘아올린 데이터를 취합하여 각각의 데이터가 필요한 곳에 전달해주는 ‘공유 플랫폼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며 “현재 국내 대형선사들조차도 7~10년 전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운영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밸류링크유는 그들이 자체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호환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해운물류산업의 DT를 도울 것”이라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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