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자바 SE 유료화(?)에 대한 오해 셋

최근 오라클이 자바SE 과금 정책을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구독형)으로 바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오라클 JDK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오라클의 서브스크립션을 구매해야 한다.

서브스크립션을 구매하지 않은 기업은 오라클 JDK 자바 SE를 업무용, 상업용, 운영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업데이트 및 버그 패치도 제공되지 않는다. 서브스크립션 구매 후 기간이 종료되면 모든 접속이 금지된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잘못된 상식이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1. 오라클 자바 SE는 무료였다가 유료로 바뀌는 것이 아니다.

많은 언론들이 이번 오라클의 정책을 ‘유료화’라고 표현했다. 고백하자면 바이라인네트워크도 그랬다. 이 표현은 마치 오라클 자바SE가 무료였다가 이번에 유료로 바뀌는 것 같은 뉘앙스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오라클 자바SE는 원래부터 유료였다. 개인이 사용할 때는 무료지만, 기업에서 사용할 때는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했다. 이스트소프트의 알집이나 알약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다. 알약 프로그램을 집에 있는 PC에 설치해서 개인적으로 쓰는 건 괜찮지만, 회사 컴퓨터에 깔면 비용을 내야 한다. 무심코 회사 컴퓨터에 깔아 쓰다가 저작권 단속에 걸려 눈물을 흘린 회사 많다.

오라클 자바SE도 마찬가지다. 개인 PC에 설치하는건 무료지만 회사 PC나 서버에 설치하면 오라클의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자바SE를 돈 내고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한국오라클도 이 사업에 큰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이 때문에 마치 오라클 자바SE가 무료인 것처럼 사용됐다. 고객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개발사들도 오라클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은 오라클 JDK를 깔아 납품하곤 했다.

오라클의 이번 정책변경은 무료에서 유료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라이선스 과금 모델에서 서브스크립션 과금 모델로 바뀌는 것이다. 이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전반적인 트렌드다. 어도비시스템즈,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표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이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요즘은 포토샵이나 오피스도 월정액 요금을 내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불법 소프트웨어 차단하고, 고객들이 최신 버전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업체에는 큰 이득이다. 매출도 늘고 구버전 지원에 에너지를 덜 써도 되기 때문이다.

오라클이 오라클 자바 SE 를 서브스크립션 모델로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오라클은 앞으로 6개월마다 새버전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특정버전만 LTS(장기간서비스)를 하겠다고 밝혔다

2. 오라클이 자바 오픈소스 정책을 버린다?

그렇지 않다. 자바SE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오픈소스다. 리눅스와 레드햇을 생각하면 쉽다. 레드햇은 대표적인 리눅스 회사이지만, 레드햇이 곧 리눅스는 아니다. 레드햇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리눅스를 가지고 패키징해서 사업을 펼치는 회사 중 하나일 뿐이다.

오라클과 자바SE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자바SE는 오픈소스다. 오라클은 오픈소스인 자바SE를 가지고 패키징해서 사업을 펼치는 회사 중 하나다. 오라클이 자바에 대한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오라클이 곧 자바의 지배자는 아니다.

리눅스 회사가 레드햇뿐이 아니듯이 자바SE 회사도 오라클만 있는게 아니다. 아줄시스템과 같은 회사는 해외에서 오라클의 강력한 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아줄시스템은 줄루(julu)라는 JDK를 공급하는데, 이 역시 개인은 무료 기업은 유료다. 대신 오라클보다 저렴하다. 아줄시스템은 최근 엑솔(대표 윤서일)과 리셀러 계약을 맺고, 한국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오라클이든 아줄시스템이든 오픈소스JDK를 가져다가 자체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회사일 뿐이다.

3. 오라클 자바SE 정책 변경, 나와는 관계 없다?

우리나라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은 상당수가 자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전자정부 시스템을 개발할 때 쓰라고 내놓은 프레임워크인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도 자바 프로그램을 만드는 툴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자바 이용 기업들이 비용을 내고 있을까? 앞에서 언급했듯 자바SE를 합법적으로 비용지불 후 이용하는 국내 기업/기관은 흔치 않다. 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오라클이 단속도 안 했고, 불법으로 사용해도 차별없이 보안패치와 같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불법 사용자는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나와 상관 없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현재 사용하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큰 보안 구멍이 뚫려도 패치를 못 받을 수도 있다.

방법은 세 가지다. 오라클의 서브스크립션을 구매하거나, 아줄시스템과 같은 대안을 선택하거나 오픈JDK로 대체하는 것이다. 셋다 소스코드는 다르지 않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해도 기술적으로는 비슷하다.

일종의 보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라클이나 아줄시스템은 자바SE 보험회사다. 오픈JDK를 선택한다면 보험에 들지 않고 독자적으로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것이고, 오라클이나 아줄시스템을 선택한다면 자바 SE 보험을 드는 것이다.

보험을 들든 안 들든 각 기업/기관의 상황에 맞게 판단할 일이지만, 자바SE를 사용한다면 이번 오라클의 정책 변경을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첫 댓글

수진에 답글 남기기 응답 취소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