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소상공인의 적인가 친구인가

네이버가 13일 광주 금남로에 ‘네이버파트너스퀘어’를 열었다. 서울(역삼동, 왕십리)과 부산의 해운대에 이어 세번째 도시에 건립된 네이버파트너스퀘어다. 네이버파트너스퀘어는 네이버가 스몰비즈니스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꽃’의 오프라인 거점으로, 소상공인들이 비즈니스를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쇼핑몰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장비, 크리에이터의 작업실, 각종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는 교실 등이 파트너스퀘어 안에 있다. 네이버 기술을 활용하는 소상공인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 광주 파트너스퀘어 내부 모습

네이버는 이날 파트너스웨어 광주 오픈과 함께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두 개를 발표했다. 먼저, 내년부터 스마트스토어 입점 쇼핑몰 중 1년 미만 신규 창업자에게는 일정 거래액에 도달할 때까지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스타트 제로수수료 프로그램’이라고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월 500만원 미만의 거래액에 대해서는 1년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월 거래액이 600만원인 쇼핑몰은 100만원에 대한 결제 수수료만 지불하면 된다.

최인혁 네이버 COO는 “스마트스토어 가입 후 실제 첫 거래까지 이뤄지는 확률은 27%로, 나머지 73%는 서류미비, 상품 등록의 어려움,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초기 단계에서 이탈한다”며 “창업 초기 사업자들은 안정적 수준의 매출이 발생할 때까지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스타트 제로 수수료 프로그램’ 구축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회사측은 ‘스타트 제로 수수료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내년부터 연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할 예정이며, 오는 11월부터 이를 위한 판매자들의 신청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사업 확장의 가능성이 높은 월 거래액 800만원 이상의 사업자를 대상으로,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 판매 대금의 80%를 선지급 받을 수 있는 ‘퀵에스크로 프로그램(가칭)’을 연내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판매자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택배 집화 완료 최대 1일 후에 판매 대금을 미리 지급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상품 배송이 완료되고 이용자 구매 확정이 완료돼야 판매 대금이 정산됐다. 이를 통해 정산주기를 최대 11일 이상 단축할 수 있는 것이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의 현금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

네이버는 퀵에스크로 프로그램을 위해 미래에셋과 제휴를 맺었다. 미래에셋이 자본을 제공하고 사기방지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  등의 IT기술과 데이터 분석 설계 등을 지원한다.

네이버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소상공인 지원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사업자들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쇼핑몰을 개설하고, 네이버페이로 결제를 유도한 뒤 네이버 포털에서 검색광고를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특히 네이버 검색 경험의 완성을 위해 쇼핑은 중요하다. 이용자들이 네이버 검색창에 넣는 키워드 중에 쇼핑 검색어의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들이 네이버에서 검색을 했을 때 필요한 상품과 판매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다른 쇼핑몰이나 검색 서비스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는 쇼핑 키워드를 입력한 이용자들에게 검색 결과를 제공하고, 최종 구매까지 편리하게 마무리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야 다음에 또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 한 네이버의 검색광고 비즈니스 또한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 네이버에 가치가 있는 것은 데이터다. 스마트스토어를 기반으로 수많은 거래가 이뤄질 때 네이버는 모든 쇼핑 데이터를 자산화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IT 업계는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네이버에 쇼핑은 중요하다.

네이버의 이런 전략이 소상공인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소상공인은 네이버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창업초기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무료 쇼핑몰 솔루션인 스마트스토어에 쇼핑몰을 열고,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파트너스퀘어를 활용하면 공간과 장비에 대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초기 창업자에게 네이버는 특급 도우미다.

문제는 독점이다. 플랫폼이 독점되면 그 안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는 협상력이 떨어진다. 독점자가 수수료를 올려도 막을 길이 없고, 모든 플레이어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싸워야 하니 경쟁이 더욱 심해진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는 소상공인의 적이 될 것이다.

쇼핑은 대부분의 경우 검색에서 시작된다. 이 때문에 검색과 쇼핑은 찰떡궁합이다. 결과적으로 검색을 쥐고 있는 네이버가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네이버의 독점을 막는 길은 다른 플랫폼의 차별화 되고 혁신적인 서비스뿐이다. IT시장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국내에서 검색의 제왕이었던 네이버도 최근 유튜브 때문에 흔들리는 기세가 역력하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 안에서 성장한 쇼핑몰도 시간이 지나면서 오픈마켓과 같은 쇼핑몰까지 확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이커머스 생태계가 커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저희가 독과점으로 나쁜 일을 많이 해서 파트너가 떠나면 저희도 망한다”면서 “스몰비즈니스를 잡기 위한 플랫폼간의 경쟁이 심해지면 지원시설이 더 많아질 것이고 스몰비즨스 생태계에 전체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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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기사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문단에 오타가 있네요. ‘수수로’ 를 ‘수수료’로 교정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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