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이 액티비티를?

스타트업이 수십억원의 비용을 쏟아붓는 대형 TV 광고를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단기간 대중적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매체 선택으로 TV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성공한 사례도 있다.

‘스타트업 중 광고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본 대표적 사례는 ‘여기어때’다. 여기어때는 2015년 창업과 동시에 개그맨 신동엽을 모델로 기용, 숙박앱 시장의 독보적 존재였던 ‘야놀자’를 빠르게 흔들어 결국 경쟁구도를 만들어냈다.

신동엽이라는 모델은, ‘모텔 앱’이 가진 19금 이미지를 과하지 않으면서 그 의미를 살려 알릴 수 있는 대체불가 카드였다. 후발주자인 여기어때가 모텔 검색, 예약이라는 콘셉트를 대중에 빨리 알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해당 광고는 숙박앱 최대 성수기인 연말을 겨냥, 그해 11월부터 송출됐다. 당시 신동엽이 SNL코리아, 마녀사냥 같은 예능을 통해 2030 세대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익살스러우면서 성적인 신동엽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여기어때 광고 효과를 끌어낼 수 있었다.

여기어때 광고모델인 개그맨 신동엽

여기어때 측은 최근에도 액티비티 사업에 진출하면서도 19금 이미지인 신동엽을 그대로 내세운 대대적 광고를 집행했다. 앞서 두 차례 광고에서 이어지는 ‘신동엽=여기어때’ 이미지를 계속 가져가면서, 액티비티라는 새로운 소재를 보다 빨리 잠재적 이용자에 소개하겠다는 전략을 표방했다. 어떻게 보면 ‘스튜디오 진행자’ 이미지가 강한 신동엽을 야외로 끌어낸 모험적인 시도였다.

선택은 어느정도 통했다. 광고를 시작하고 한달간 신동엽의 액티비티 광고 영상은 온라인에서 총 3200만번 재생됐다. 여기어때 측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전달한다”는 목표가 통했다고 분석한다. 핵심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전략적으로 광고 캠페인을 해왔고, 지금까지 그 전략이 잘 먹혀들었다는 설명이다.

최명재 여기어때(위드이노베이션) 마케팅 총괄은 “광고 캠페인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캠페인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는 것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광고기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방영된 액티비티 광고. ‘액티비티가 무엇인지 전달하고’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겠다’ 라는 기획의도를 담았다.

스타트업이 대형 모델을 섭외, TV 광고로 성공한 첫 사례는 배달의민족이다. 배달의민족은 창업 4년만인 2014년에 배우 류승룡을 기용, TV 광고를 처음 시작했다. 이 당시 배달의민족은 이미 다운로드 수 1000만건을 기록한 때였지만, 사용처가 젊은층에 국한되어 있어 대중적 인지도를 얻지 못한 때였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측은 당시 TV 광고를 기획하며 “2014년을 배달앱의 원년으로 삼겠다”를 목표로 삼았다. 이 때문에 광고가 세대를 아울러 대부분의 국민에게 자신들을 알리는 파괴력을 갖길 원했다. 광고 모델로는 누구나 아는 유명한 연예인을 기용하길 원했고, 그 과정에서 최고인기 절정의 스타 배우들이 언급됐다.

배우 류승룡 씨를 최종 선택하고 나서는 그에 맞는 콘셉트와 기획을 짰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 “사실은 다 우리 민족이었어” 등의 캐치프레이즈와 류승룡이라는 배우가 가진 코믹한 이미지가 결합한 광고는 화제가 됐고, 이후 매년 70%씩 성장하는 매출 견인의 한 축이 됐다.

배달의민족 광고에 출연한 배우 류승룡.

최근에는 배달의민족 광고 전략도 바뀌었다. 자체 캐릭터인 ‘배달이’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유명 연예인이나 공중파 TV 광고가 아니어도 보다 배민스러움, 배민다움을 알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광고 캠페인을 하는 매체도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각 성장 단계마다 적절한 매체를 찾아, 그에 맞는 효율적 캠페인을 집행한 것이 배민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의민족의 경우 한정적인 기간에 확실한 물량과 정확한 콘셉트를 가진 광고를 임팩트 있게 내보내는 전략을 많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명 연예인을 섭외한 대형광고라고 모두 성공하지는 않는다. 최근 몇 년 사이 스타트업이 단기간에 대중적 인지도를 얻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며 TV 광고를 했으나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돈만 쓴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대형 모델을 앞세운 TV 광고를 고려할 때 생각해야 할 두 가지 것이 있다. 첫째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둘째는 해당 기업이 원하는 정확한 광고 효과와 모델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콘셉트를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인지도 측면에서 아직까지 TV 광고가 갖는 매력은 강하다. 다만, 그만큼 비싸다. 우아한형제들이나 위드이노베이션은 대형 광고 기획사와 손잡고 처음부터 자신들의 콘셉트에 맞는 광고 모델을 섭외했다. 제작비는 논외로 치고, 모델 섭외료만 수억원에 달한다.

각자의 타깃이 TV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프라임 시간에 원하는 효과를 얻을 만큼 재생이 될 수 있게 하려면 매체비를 수십억원 써야 한다.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 자금을 단순히 TV 광고에만 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예컨대 우아한형제들은 류승룡을 모델로 기용한 TV광고를 찍기 위해 투자자를 설득,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TV 광고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든든한 총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스타트업 입장으로서는 큰 판돈을 건 도박인 셈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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