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토끼 운영자, 부산경찰이 오프라인 수사로 잡았다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의 운영자가 결국 구속됐다. 부산경찰이 지난 1월부터 넉달간 부산과 인천을 열 번 오가며 잠복수사한 결과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국내 최대 웹툰 불법유통 사이트 ‘밤토끼’ 운영자 A(43·프로그래머) 씨를 저작권법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수사가 착수된 1월 15일로부터 정확히 넉달째 되는 날이었다.

A씨와 함께 밤토끼를 운영했던  종업원 B씨와 C 씨는 현재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둘은 밤토끼 운영에서 서버 관리와 웹툰 모니터링을 담당했다. 아울러 캄보디아로 달아난 D 씨와 E 씨 등 2명을 지명 수배했다.

A씨는 2016년 10월경 단속을 피하기 위해 허위 유령 법인을 설립하고, 인천 모처에 오피스텔을 임차해 그 곳에 자체 테스트 서버와 컴퓨터 등을 마련해두고 미국에 서버와 도메인을 둔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를 개설했다.

이들은 해당 사이트에 국내웹툰 9만여편을 업로드하고, 도박사이트 등으로부터 배너광고료 명목으로 매월 최대 1000만원씩을 지급받아 총 9억 5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이들을 잡기 위해 부산과 인천을 오가는 잠복수사를 했다. 경찰은 A씨의 대포폰을 추적하다가 대포 계좌를 발견했고, 인출내역을 따라 주변 CCTV의 동선을 파악하는 형식으로 수사했다. A씨 일당은 결국 해외서버와 접속하는 테스트서버가 위치한 인천에서 검거됐다.

밤토끼 일당은 그간 해외에 서버를 두고, IP추적이 어려운 https 프로토콜을 이용해 수사를 따돌려왔다. 경찰은 수사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 해외서버 대신, 국내서 해외 서버에 접속하는 테스트서버 추적에 만전을 기울였다.

현재 밤토끼 사이트는 부산 경찰이 접수, 운영자 일당 검거 소식을 알리고 있다. 해당페이지에 접속하면, 밤토끼 일당 검거 소식을 축하하는 만화가들의 축전을 볼 수 있다.

[관련기사: 불법 웹툰 사이트 밤OO, 왜 못잡는 걸까]

경찰이 낸 자료를 보면 A 씨는 2016년 유령법인을 만든 뒤 미국에 서버와 도메인을 두고 인천에 테스트 서버를 둔 불법 웹툰 사이트 밤토끼를 개설했으며, 트래픽이 올라가면서 한 개에 월 200만원이던 도박사이트 배너 광고료가 이달들어 월 1000만원까지 올랐다.

A씨는 독학으로 익힌 프로그래밍 기법으로 다른 불법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웹툰을 가져올 수 있는 자동추출 프로그램을 제작해 범행에 이용했으며, 수시로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바꿨고 도박사이트 운영자와 광고 상담을 할 때는 해외 메신저만 쓰는 치밀함을 보였다.

부산경찰 사이버안전과 관계자는 “밤토끼 일당을 인터넷 서버 추적으로 잡은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단서로 잡았다”며 “넉달간 수사하면서 인천만 열 번을 다녀오는 힘든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밤토끼 사이트는 부산 경찰이 관리 중이다. 접속 화면도 부산경찰청이 변경한 상태로, 밤토끼 일당 검거 소식을 축하하는 만화가들의 축전을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경찰은 사무실 압수 수색과정에서 A씨의 차안에 있던 현금 1억2000만원과 미화 2만달러를 압수하고,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광고료로 받은 암호화폐인 리플 31만개(취득 당시 시가 4억3000만원, 현재 시가 2억 3000만원)를 지급 정지하여 범죄수익금 환수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

경찰은 “웹툰과 같은 저작물을 인터넷에 무단으로 유포할 경우, 유포자인 사이트 운영자 뿐만 아니라 이를 받아 시청하는 이용자들도 복제권을 침해한 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간 밤토끼로 대표되는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로 인해 가장 크게 피해를 본 곳은 레진코믹스 같은 유료 웹툰 플랫폼이다.

레진코믹스가 공개한 웹툰통계분석기관 웹툰가이드에 따르면현재 국내 웹툰플랫폼은 네이버 레진코믹스 다음을 포함 58개사로 이들 플랫폼들의 불법복제 피해규모는 4월 한달만 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58개 플랫폼에서 불법복제된 웹툰은 4월에만 3133최고 피해작품은 레진코믹스 퍼펙트 하프최고 피해플랫폼 역시 레진코믹스다.

레진엔터테인먼트 법무팀은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이다가장 큰 웹툰 도둑인 밤토끼 운영자가 잡힌 만큼 웹툰 불법복제의 내성을 키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법당국의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검거된 밤토끼 운영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면 수많은 해적사이트는 앞으로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