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AI열정이 강하다. 당신 생각보다 더

지난 해 3월 네이버의 새로운 CEO로 한성숙 대표가 취임하면서, 첫번째로 한 공언은 “네이버를 ‘기술 플랫폼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서비스 중심 회사’가 아니라 ‘기술 중심 회사’로 탈바꿈 하겠다는 의지였다. 네이버가 이전까지는 서비스의 기획이나 운영적 측면의 경쟁력으로 우위를 점해왔다면, 앞으로는 기술 우위로 시장을 이끌고 개척하겠다는 의미다. 구글로 대표되는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선택한 전략이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네이버는 정말 기술 중심 회사가 되어 가고 있을까.

네이버는 겉으로 보는 것보다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얼핏보면 네이버라는 서비스는 과거와 큰 차이가 없지만, 기술 중심 회사가 되기 위해 네이버는 수면 아래에서는 끝없이 발버둥을 치고 있다.

‘기술 중심 회사’가 되기 위해 네이버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AI)다. AI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 조직개편, 파트너십 제휴, 학회 후원 등 쉼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AI가 근래 IT 기업들의 핵심 전장이기 때문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무시무시한 회사들이 AI 전장에서 진을 치고 있다. 네이버의 AI 현황을 살펴보자.

투자

네이버는 지난해 AI 관련 투자에만 향후 3년간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한 해 동안 2000억원을 AI 기술에 투자했다. 대부분 기술 AI 관련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투자 하는데 쓰였다.

법인명 일자 출자목적 금액(백만원) 비고 지역
Soundhound, Inc. 2017.2.13 미국 소재 음성 인식/자연어 처리 엔진 개발 업체에 전략적 투자 5,768 해외
게이트박스(윈쿠루) 2017년 4월 홀로그램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로봇 서비스 제작업체 비공개 LINE 해외
㈜오르페오사운드웍스 2017.5.2 백그라운드 노이즈 제거 성능이 탁월한 H/W 설계 및 DSP 기반 S/W 개발 기술 보유 업체 500 D2SF 국내
컴패니에이아이㈜ 2017.6.5 머신러닝 기반의 대화형 커머스 전문 Chat Bot 개발사 (인수) 1,955 D2SF 발굴 국내
Syte-Visual Conception Ltd 2017.6.9 이미지 인식 기반 상품 추천 솔루션(Visual Search) 업체 투자 703 해외
㈜퓨리오사에이아이 2017.6.22 Deep Learning 전용 NPU(Network Processing Unit) 설계 업체 500 D2SF 국내
Appier Holdings, Inc. 2017.6.26 AI 기반 마케팅 솔루션 업체 투자 1,704 해외
XRCE(제록스) 2017년 7월 프랑스 소재의 인공지능기술 연구센터 비공개 해외
딥픽셀 2017.8.4 영상 내 물체의 위치와 윤곽을 인식/추적하는 기술을 보유한 컴퓨터비전 및 머신러닝 스타트업 500 D2SF 국내
크라우드웍스 2017.8.11 크라우드 소싱 플랫폼을 통해 머신러닝 학습용 데이터 수집/레이블링/검수 사업업체(머신러닝 학습용 데이터 생산 업체) 200 D2SF 국내
Fauna, Inc. 2017.9.29 New SQL Database 소프트웨어 개발 568 해외
TalkIQ, Inc 2017.9.12 AI 기반 음성 통화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1,130 해외
딥메디 2017년 10월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 개발 D2SF 국내
비닷두 2017년 10월 AI 기반 동영상 분석 알고리즘 개발 D2SF
알레시오 2017년 11월 GAN 알고리즘을 활용해 태아의 입체 초음파 사진을 분석하고 예상 생후 사진으로 변환하는 솔루션 개발 D2SF 해외

[표] 네이버 AI 투자현황

네이버 AI 투자의 백미는 지난 해 7월 XRCE(제록스연구소유럽, 현 네이버랩스유럽)을 인수한 일이다. 세계에서 이름난 AI 연구소를 한국의 인터넷 기업이 인수함으로써, 네이버는 글로벌 AI 업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홍콩과학기술대와 손잡고 AI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홍콩과기대는 대학평가기관 QS의 올해 글로벌 대학 순위에서 서울대나 카이스트보다 순위가 높은 학교다. 글로벌 AI 학계의 유명인사인 김성훈 홍콩과기대 교수를 네이버가 지난 해 영입한 바 있는데, 그가 홍공과기대와 네이버의 오작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훈 네이버 서치&클로바 리더(출처 : 김성훈 리더 페이스북)

기술과 서비스

네이버 AI 기술의 핵심은 ‘클로바’라고 명명된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클로바는 네이버(와 라인)가 보유한 음성인식, 음성합성, 자연어처리 등의 기능을 중심으로 네이버 내외부의 디바이스,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서비스와 연동된다. 네이버는 ‘클로바 인터페이스 커넥트’와 ‘클로바 익스텐션 킷’이라는 이름으로 외부의 하드웨어 및 콘텐츠가 클로바 플랫폼을 연동할 수 있도록 API를 제공한다. 이는 아마존의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의 전략과 유사한 모습이다.

주목할 점은 올초 네이버가 클로바 조직을 검색 조직과 통합했다는 점이다. AI 기술이 기본적으로 검색 기술에서 시작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텍스트 마이닝과 같은 AI 기술은 검색에서부터 시작되며, 추론이나 AI 추천도 결국 검색과 깊은 관계가 있다.

특히 이 조직의 수장으로 신중호 리더가 임명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신 리더가 클로바를 이끌고 있었고 원래 검색기술 전문가라는 점이 작용했겠지만, 그가 라인의 글로벌 사업을 책임지는 인물이기 때문에 다른 의미가 부여된다. 네이버가 다시 검색서비스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릴 시그널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라인 메신저에 뉴스검색 기능이 추가됐는데, 이같은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에는 NSML(Naver Smart Mashine Learning)이라는 머신러닝 플랫폼도 있다. 이는 구글의 텐서플로우와 비교될 수 있는데, 모델 연구 및 개발에 필요한 복잡한 과정들을 대신 처리하는 것이 네이버가 내세우는 강점이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이 GPU 노드구성 등 머신러닝을 위한 제반환경 구성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최소화 하고, 오직 머신러닝 모델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비주얼 AI 기술인 ‘스코픽(SCOPIC)’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코픽은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분석 기술로, 이미지 자체의 정보와 이미지와 함께 있는 텍스트 정보를 함께 학습에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코픽은 스마트렌즈(쇼핑렌즈) 등 응용서비스의 기반 기술로 활용된다. 스마트렌즈는  모바일에서 검색어 대신 이미지를 통해 검색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 앱의 스마트렌즈로 사진을 찍으면 관련 문서나 상품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거리에서 상점의 외관을 찍으면 영업시간 이용자리뷰 등 해당 상점의 정보가 담겨있는 플레이스를 찾아 제공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네이버의 추천시스템은 ‘에어스(AiRS)’라고 불린다. 통계 기반, 협력 필터링(CF, Collaborative Filter),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바탕으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용자 네트워크를 구축, 해당 구성원들이 많이 본 뉴스, 동영상, 웹툰과 같은 콘텐츠 중 관련도가 높은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에이스는 모바일 뉴스판에 적용돼 이용자 맞춤형 뉴스를 제공하는데 활용되며, 개인 맞춤형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디스코(DISCO)’에도 적용돼 있다. 네이버의 상징 지식iN에도 탑재돼  기존과 유사한 질문이 올라올 때 우수 답변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네이버의 추천시스템은 에어스 이외에 에이아이템즈(AiTEMS)라는 것도 있는데, 쇼핑 외 다양한 영역에서의 이용자 활동을 분석한 취향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에게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네이버 모바일 첫화면 ‘쇼핑판’의 ‘AiTEMS 추천’ 섹션이나 ‘쇼핑MY’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AI 통번역 기술인 ‘파파고’도 빼놓을 수 없다. 파파고는 별도로 앱도 존재하지만, 다양한 서비스에 녹아들어있기도 하다. AI 스피커(웨이브, 프렌즈)를 통한 통번역 서비스가 파파고로 제공되며, ‘디스코’, 스마트폰용 입력 도구 ‘스마트보드’에도 파파고가 들어가 있다. 네이버의 웹브라우저 웨일의 사이드바에도 파파고가 있다.

인공지능 지역검색 프로젝트 ‘코나(ConA)’는 이용자의 검색 의도에 적합한 최적의 여행 가이드 및 장소를 추천하는 프로젝트다. 코나는 사용자들이 방문하는 장소를 이해(POI understanding)하기 위한 AI 기술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여행지, 식당 등에 대한 블로그 등으로부터 이용자들이 해당 장소에 가는 ‘목적’이나 ‘분위기’ 등과 같은 테마를 자동 추출한다. 최근에는 이용자의 상황에 따라 맛집을 추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중이다.

제휴 협력 후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네이버는 홍공과기대와 함께 AI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처럼 네이버는 국내외 대학이나 학술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AI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가 발달할수록 네이버와 같은 회사의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글로벌 학회를 후원함으로써 글로벌 네트워크가 강해지고, 글로벌 인재영입 등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성훈 리더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주요 글로벌 AI 학회를 모두 지원할 방침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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