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업계 2017 실적에서 찾아본 3개의 관전 포인트

주요 e커머스 업체의 2017년 실적이 발표됐다. e커머스는 엄청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시장이다. 누군가 나가떨어질 때까지 ‘가즈아’을 외치는 형국이다. 누가 살아남고, 누가 사라지게 될까.

실적표를 보면서 몇가지 주목할 포인트를 찾아봤다.

 

■ 쿠팡 실적, 좋은거야 나쁜거야?

우선 쿠팡의 성장은 여전히 눈부시다. 2016년 약 1조91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2017년 40.1% 성장한 2조6846억원을 벌었다.

주의할 점은 이 매출에는 허수가 있다는 것. 쿠팡 매출은 91% 정도가 직매입이다. 오픈마켓의 경우 거래시 수수료 수익이 매출이 잡히는데, 쿠팡은 직매입을 하기 때문에 거래액 자체가 거의 매출로 잡힌다.

오픈마켓 양대 산맥 이베이코리아와 SK플래닛의 매출이 1조원이 채 안되는데, 쿠팡이 2조68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해서 쿠팡에서 구매하는 사람이 이베이코리아나 11번가보다 2.6배 많은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쿠팡의 매출액 수치자체보다는 성장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성장세가 큰 시장이라도 1년에 40% 성장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쿠팡의 문제는 적자폭이다. 무려 63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실폭은 2016년에 비해 13% 커졌다. 3년 동안 적자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위안을 삼을 부분이 있다면 영업손실율이 2016년 30%에서 2017년 24%로 개선됐다는 점이다.

돈을 벌수록 손해가 커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쿠팡 측은 강점인 ‘로켓배송’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하면서 발생한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매일 수백만 개의 상품을 배송할 수 있는 전국 54개 물류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4월 현재 4000억 원 규모의 상품을 확보했다. 이 상품들은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 가능하다.

쿠팡의 상징인 로켓배송은 성장의 동력인 동시에 영업적자의 원흉이다. 로켓배송(직매입) 쿠팡 매출 착시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출처 쿠팡)

그러나 쿠팡은 화수분을 가진 게 아니다. 땅 파서 장사하는 것도 아니다. 적자가 해소되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 일단 미국 법인이 보유한 기존 투자금 가운데 약 5100억 원을 증자 형태로 한국 법인 자본 확충에 사용했다.

그러나 이런 추세의 적자라면 이 자금 역시 금방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이미 많은 투자를 받았기에 추가적인 투자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영업손실을 기록할 수는 없다. 이제는 진짜 돈을 벌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2018년은 어쩌면 쿠팡에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 주춤한 오픈마켓

오픈마켓의 양대산맥인 이베이코리아와 SK플래닛의 실적은 썩 만족스럽지 않을 듯 보인다.

이베이의 경우 매출이 8633억원(2016년)에서 9518억원(2017년)으로 10.3% 성장했다. 두 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e커머스 전체의 성장세를 볼 때 10.3%라는 수치는 썩 만족스럽지는 않을 듯 보인다. 쿠팡, 위메프, 티몬 등 일명 소설커머스 3사는 각각 40.1%, 28.2%, 35.1% 성장했다. 국내 e커머스 전체 시장은 약 40% 정도 성장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성장률도 성장률이지만 영업이익이 623억원으로 6.9% 감소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e커머스 시장의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마케팅 비용이 늘어 이익이 준 것이다.

그러나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이 시장에서 이베이코리아만 유일하게 흑자(영업이익률 6.5%)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경쟁사들이 많게는 수천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살아남기 경쟁에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약간의 영업이익 감소는 고민거리라고 볼 수도 없다.

11번가는 별도의 독립 법인이 아니어서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에 대한 정확한 실적을 파악하기 힘들어 SK플래닛의 실적을 통해 대충 추산해야 한다.

SK플래닛은 지난 해 전년보다 4.3% 감소한 991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497억원의 영업손실과 함께였다. 영업손실은 25.1% 감소했지만 매출이 4.3% 줄었기 때문에 웃을 수는 없는 실적이다. 지난 해 SK플래닛은 SK테크엑스, 원스토어, T맵 사업부 등을 분할했기 때문에 이같은 변화가 11번가에 의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업계에서는 11번가 자체만으로는 지난해 매출 6천여억원, 영업손실 1천여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언더독의 반란, 아직은 자본잠식…위메프-티몬

e커머스 업계 2017년 실적표에서 가장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회사는 위메프다. 위메프는 4730억원의 매출과 4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28.2% 늘었고, 영업손실은 34.4% 감소했다. 매출은 늘고 적자는 줄어든 것이다.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비용을 통제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위메프는 지속적으로 매출은 늘리면서 적자를 줄여왔다. 이 추세라면 1,2년 안에 흑자전환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볼 수도 있겠다.

위메프는 특정 날짜에 대규모 할인행사를 하는 ○○데이 이벤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출처 위메프)

티몬도 마찬가지다. 티몬은 3572억원의 매출에 115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35.1% 늘었고 영업손실은 27.1% 줄었다. 매출은 늘고 적자는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를 캐치할 수 있다.

다만 위메프에 비해 매출액은 적으면서 영업손실 규모가 세 배 가까이 된다는 점은 아쉽다. 최초의 소셜커머스 업체로 등장해 e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지만, 이제는 존재감이 많이 줄었다.

위메프와 티몬은 매출은 늘고 손실은 줄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두 회사 모두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은 문제다. 위메프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고 티몬은 지난 해 자본잠식으로 돌아섰다.

이제는 이들이 새롭게 대대적인 투자를 유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진짜 수익을 거둬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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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비전문가도 이해하기 쉬운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바이라인을 통해서 전자상거래 특히 역직구에 대해서도 많이 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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