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선의 클라우드다”

김병철 전 스마일서브 대표, 현 서비스 총괄이사. 얼마 전까지 대표였는데, 최근 부인 마보임 씨에게 경영을 넘기고 서비스에만 집중한다며 서비스총괄이 됐다. 원래 마 대표가 스마일서브 최초 창립자다.

김병철 스마일서브 서비스 총괄이사를 보면 미안하지만 ‘동네 아재’가 생각난다.  전라도와 충청도 억양이 섞인 시골스러운 말투와 불곰아저씨라는 별명처럼 한껏 풍만한 복부, 등산복인지 캠핑복인지 모를 아웃도어 점퍼를 걸치고 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동네 아재가 최첨단 산업 중 하나인 IT, 그것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인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 종사한다는 건 왠지 이질적이다.

촌스러운 동네 아재가 만들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어떨까?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이 역시 다소 촌스럽다.

스마일서브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는 화려한 기능, 실리콘밸리에서 막 뜨고 있는 최신 기술, 플랫폼 경제를 이끌 다양한 API, 이런 거 없다. 기본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엄청나게 싸게 공급하는 것이 스마일서브 클라우드 제품의 강점이다.

얼마나 쌀까? 최근 스마일서브가 보내온 보도자료 제목은 이렇다.

“스마일서브, 애저 대비 180분의 1 가격 윈도우 클라우드 출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서버를 클라우드로 제공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보다 180배 싸게 판다는 것이다. MS 윈도우 정품 라이선스를 포함하고도 하루 276원에 불과한 가격으로 서비스한다.

윈도우보다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리눅스 인스턴스는 더 심하다. 스마일서브의 리눅스 서버 최저 이용료는 하루에 80원이다. ‘껌값’이라고 말하면, 가격을 부풀리는 셈이다.

도대체 불곰아저씨네 회사는 어떻게 이런 가격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까? 땅파서 장사하나?

비결은 김 총괄이사를 비롯한 직원들이 철저한 ‘하드웨어쟁이’라는 점에 있다. 스마일서브는 서버, 네트워크장비, 스토리지 등을 직접 조립해서 최적화한다. 중국에서 최저가 부품을 떼어다가 최적화해서 쓸만한 서버나 네트워크 장비로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든 하드웨어의 KC 인증도 자체적으로 받는다.

김 총괄이사는 중국 심천의 어느 가게의 어떤 부품이 가장 싼지 다 꿰고 있다고 자부한다. 델이나 HPE, 시스코 같은데서 하드웨어를 사다가 서비스하는 회사들보다 원가가 절감되는 건 당연하다.

이렇게 만든 최저가 하드웨어 위에 오픈스택과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서비스를 직접 다 개발하다보니 돈 들어갈 일이 없다. 국내 중소업체임에도 가산동에 분양받은 건물에서 직접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임대료 낼 일도 없다.

이같은 전략을 취하는 이유는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같은 방식으로 싸워봐야 승산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김 총괄이사는 “국내 클라우드 판은 사실상 끝났다. AWS가 판을 다 먹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겨우 경쟁하는 구도”라면서 “우리가 API 만들어 공개해봐야 누가 쓰겠나?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하드웨어에 집중해서 가격으로 밀어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가 싸다고만 팔리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싸도 안정적이지 않은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 자신의 소중한 애플리케이션을 올릴 회사는 아무도 없다. 싸지만 안정적인 서비스는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김 총괄이사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10년 전 웹호스팅, 서버호스팅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단 한 건의 장애가 없었다고 한다. 지난 해 아이윈브이이라는 브랜드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 역시 아직 장애가 없다고 강조했다. 고가용성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 결과 시장에서의 반응도 좋다. 물론 AWS나 애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이윈브이에서 구동하는 가상머신이 평균 5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을 감안하면, 국내 클라우드 업체로서는 괄목할만 성과다.

김 총괄이사는 올해 두 가지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위한 GPU를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것과 정부 및 공공부문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GPU 서비스는 하드웨어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스마일서브가 잘할 수 있는 분야다. 공공부문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도 출시해서 AWS나 애저가 등장하기 전에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김 총괄이사는 “국내 기업들이 별거 아닌 기능도 비싼 돈 주고 AWS API를 쓴다”면서 “깃허브만 뒤져도 쓸만한 것들이 엄청 많은데, 굳이 AWS API 쓰면서 제프 베조스만 더 부자 만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일갈했다.

김 총괄이사는 “스마일서브는 A부터 Z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아무도 우리 가격을 따라올 수 없다”면서 “우리는 AWS 애저와 다른 시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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