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AI 파트너십 맺는 LG, 데이터 주도권은 가져갈까

박일평 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장이 CES2018에서 딥씽큐를 선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스마트 가전이 보급되면 내 음성 데이터는 하드웨어 회사가 가져갈까? 소프트웨어 회사가 가져갈까?

아직 정해진 답은 없다. 누가 어떻게 고객 데이터를 가져갈지 기업들이 한창 협상중인 사안이라서다.

대표적 사례가 LG전자다. LG전자는 올해 선보이는 프리미엄 냉장고, TV, 세탁기 등에 자체 인공지능 기술 플랫폼인 ‘딥씽큐(DeepThinQ)’와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네이버 클로바 등을 적용한다.

LG전자는 이를 ‘개방(open) 전략’이라 부른다. 자신들이 경쟁력이 약한 외부 검색을 위해 시장 강자와 손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쇼핑 검색에 강한 아마존 알렉사는 LG전자 프리미엄 냉장고에, 일반 콘텐츠 검색에 강한 구글 어시스턴트는 스마트 TV에 들어간다.

여기까지는 LG전자와 파트너 양쪽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꽃놀이 패다.

LG전자는 외부 인공지능 기술을 붙임으로써 프리미엄 가전 이미지를 강화한다. 파트너들은 자신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이용자 데이터를 LG전자 하드웨어를 통해 얻어갈 수 있다. LG전자 가전은 글로벌 시장에서 지배력이 크다. 이용자 접점이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수집한 이용자 음성 데이터를 누가 보관하느냐다. LG전자 측은 “음성 데이터를 누가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스콧 허프만(Scott Huffman)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개발 총책임자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LG전자와 구글이 협력하는 사례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세계 최대 IT쇼 CES에 참석한 김평철 LG전자 인공지능연구소장은 “딥씽큐로 출시되는 제품에서 나온 데이터는 LG 클라우드에 쌓이고, 구글 어시스턴트로 출시되는 제품의 데이터는 그쪽(구글) 클라우드에 쌓인다”고 말했다.

CES 현장에서 만난 한 LG전자 관계자도 “(지금으로서는) 음성 데이터 정보를 둘 다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음성 데이터도 고객의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아무런 동의 없이 양쪽 클라우드 서버에 모두 저장하긴 어려울 수 있다”며 “기기에 따라 음성 데이터를 어느쪽 서버에 저장하는지 등에 대한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LG전자의 마음대로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까?

그러기엔 구글과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음성인식 기술 시장 선점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CES 2018에서 가장 눈에 띈 곳은 구글이었다. 부스 구석구석에 ‘헤이, 구글’이 도배됐다. 모든 곳에 자신들의 음성인식 기술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적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LG전자 가전에는 딥씽큐와 아마존 알렉사, 혹은 구글 어시스턴트가 동시에 들어간다. LG가 딥씽큐를 기본 플랫폼으로 정해도 이용자의 음성 데이터는 기기에 적용된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인터페이스를 거쳐갈 수 밖에 없다. 이 정보를 LG전자쪽으로 정리하도록 구글이 순순히 양보할까?

외부에 알려진 상황은 불분명하다. 권봉석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부문 사장도 CES 간담회에서 “타사 AI 플랫폼이 빌트인 돼 있는 제품이 있고, 외부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TV가 AI 기능을 수행할 때는 데이터 소유권이 달라질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정리돼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LG 관계자는 기자의 “데이터를 누가 갖고 가느냐에 대해 파트너 간 싸움이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엔 사견을 전제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LG전자 스마트 가전

LG전자는 개방 전략을 강조하지만, 데이터 확보에 역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구체적 증거가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인 딥씽큐다. LG전자는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 딥씽큐를 가지고 있고, 이를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기술 회사 경쟁력은 ‘데이터 확보’에 있다. LG전자도 이를 알기 때문에 딥씽큐를 만든 것이다. 프리미엄 스마트 가전의 핵심은 ‘스마트’에 있다. 제품을 똑똑하게 만드는 재료는 ‘고객의 데이터’다. 구글이나 아마존이 음성인식 기술에서 앞서가는 것은 그만큼 음성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모든 가전과 사물은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작동시키는 가장 큰 인터페이스는 음성을 비롯한 생체 인식 기술이 될 확률이 크다. 아마존과 구글이 음성 인식 시장을 지배한 상황에서 하드웨어를 만드는 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LG전자가 구글, 또는 아마존과 협상해 어떤 결과를 내는지를 주목해볼 이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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