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미래를 제시한 토요타-포드 vs 신차 공개한 현대기아차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전시회가 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원래 소비자용 가전 제품을 소개하는 행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무대에 자동차가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다. 10년 전 처음 포드 자동차가 CES에 등장했는데, 이제는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CES에 참여한다. 주요 키노트 멤버에 자동차 회사 CEO가 들어가고, 자동차 전시를 위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될 정도로 중요한 위치에 섰다.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소비자 ‘가전’ 쇼에 나오는 이유는 자명하다. 자동차가 이제 전자제품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카,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전기자동차라는 이름들이 이를 보여준다. 좀 크지만 자동차도 전자제품이니까 CES에서 만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자동차 업계에는 소위 ‘모터쇼’라고 불리는 전시회가 따로 있다. 자동차 업체에 모터쇼와 CES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모터쇼에서는 조만간 소비자에게 판매할 자동차 신모델을 소개한다. 그러나 CES는 좀 다르다. CES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어쩌면 현실화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개념과 혁신을 자랑하는 곳이 CES다. CES에 참석한 자동차 회사들의 목표는 당장 올해 판매할 제품에 대한 마케팅이 아니라 회사에 대한 인식을 전통제조기업에서 혁신기업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CES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토요타, 포드와 현대기아차의 상이한 CES 활용법이 눈길을 끈다.

토요타와 포드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비즈니스가 어떻게 바뀌는지 설파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사의 비전과 기술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토요타는 이팔레트(E.Pallet)라는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이팔레트는 일반 자동차가 아니라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이팔레트는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사람과 상품을 이동시킨다. 상점이나 식당, 호텔 등이 내가 필요로 하는 곳으로 이동해 온다. 이팔레트가 현실화 된다면 기존의 물류, 유통, 커머스 등 많은 산업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자동차 회사에서 모빌리티 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내 마음 속에서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은 무궁구진하다”고 말했다.

포드도 토요타와 비슷한 그림을 그린다. 포드의 짐 해켓 회장은 CES 첫째날 기조연설을 맡았다. 그는 자신들의 꿈을 달성하기 위한 세가지 행보를 소개했다. 첫번째는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포드는 지난 해 ‘오토노믹’이라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오토노믹은 포드가 그리고 있는 운송 생태계를 위한 운송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두번째는 퀄컴과 함께 이동통신망 기반의 자동차 통신을 만들고 있다. 소위 C-V2X (cellular-to-everything)라고 부르는 것이다. 포드는 샌디에이고에서 퀄컴 칩셋을 탑재해 시험하고 있다고 해켓 회장은 전했다.

세번째로는 운송서비스(Transportation as a Service), 모빌리티 서비스 (Mobility as a Service)다. 이는 이팔레트와 같은 전용 자동차만 없을 뿐이지 토요타와 유사한 구상이다. 포드는 이미 도미노피자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현대기아차는 CES에서 어땠을까?

현대와 기아는 넥쏘니로EV라는 새로운 자동차를 선보였다. 넥쏘는 현대차가 야심차게 개발한 수소전지자동차다. 현대는 미디어 행사를 통해 넥쏘의 컨셉과 기술, 기능을 자세해 소개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업계의 스타 크리스 엄슨이 이끌고 있는 오로라와의 제휴도 발표했다.

신형 수소전지차 ‘넥쏘’ 앞에서 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왼쪽)과 정의선 현대기아차 부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기아차는 니로 EV 선행 콘셉트를 발표했다. 니로EV는 아마존과의 협력으로 안면인식 등의 인공지능 기술이 대거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현대와 기아차의 발표는 왠지 CES보다는 모터쇼가 더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가올 자율주행차 시대를 위한 현대기아차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무엇인지 전해지지 않았다. 최신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소개했을 뿐이다.

토요타나 포드가 자동차 얘기가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산업의 많을 것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시대에는 소비자가 자동차를 직접 구매하는 경우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만 서비스로 이용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이 시대가 오면 자동차 회사는 소비자에게 승용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운송수단을 판매해야 한다. 아니면 직접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토요타가 아마존 우버 피자헛 디디추싱등과 제휴를 맺고, 포드가 퀄컴 리프트 도미노피자 등과 제휴를 맺은 이유다.

토요타와 포드는 미래를 대비한 기술과 생태계를 구축해야 그것이 현실화 됐을 때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와 기아의 생각은 무엇일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