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 ICT 뉴노멀법, 어떻게 볼 것인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포털을 이동통신사나 방송사처럼 규제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등장해 논란이다. ‘ICT 뉴노멀법’이라는 별칭을 얻은 이 법 개정안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보화진흥원장을 지낸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들어 ‘포털 저격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김성태 의원이 ICT뉴노멀법을 접수하고 있다.

◆뉴노멀법, 어떤 내용을 담고있나

ICT뉴노멀법의 내용은 간단하다. 하나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인터넷 포털을 경쟁상황평가 대상에 추가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을 개정해 인터넷 포털 사업자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부과시키는 내용이다.

우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부터 살펴보자.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은 4가지다.

  1. 다른 인터넷주소 정보 등의 검색 및 전자우편, 커뮤니티, 사회관계망 서비스, 콘텐츠 등을 이용자에게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부가통신역무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

  2. 경쟁상황평가 대상을 기간통신사업에서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전기통신사업으로 확대.

  3. 회계 정리 의무가 있는 대상을 기간통신사업자에서 기간통신사업자와 전년도 전기통신역무 매출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로 확대.

  4.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디지털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거래를 하는 경우 적정한 수익배분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

현재 법체계에서 통신관련 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 ▲부가통신사업자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 등 세 종류로 구분된다.

기간통신사업자는 SK텔레콤이나 KT와 같은 통신사들이다. 이들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설립할 수 있다. 허가를 받기는 어렵지만, 한 번 허가를 받으면 경쟁자가 함부로 들어올 수 없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부가통신사업자는 일반적인 인터넷 회사들이다. 이들은 신고만 하면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다. 사업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전세계 모든 인터넷 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는 웹하드 업체와 문자메시지(SMS) 발송업체가 해당되며, 등록제다.

ICT 뉴노멀법은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에 웹하드·SMS 발송업체에 더해 ‘인터넷 포털’을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터넷 포털이란 검색, 전자우편, 커뮤니티, SNS, 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회사다. 즉 ICT 뉴노멀법이 통과되면 인터넷 포털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일정 조건을 갖추고 관계기관에 ‘등록’를 해야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개정안은 검색, 전자우편, 커뮤니티, SNS, 콘텐츠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회사가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그 중 일부만 제공해도 해당하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ICT 뉴노멀법은 아울러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가 경쟁상황평가 의무를 가지도록 했다. 경쟁상황평가는 통신이나 방송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의 영향력을 규제하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다. 어떤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지 파악해서 국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또 인터넷 포털 회사 중 매출이 일정 수준을 넘는 회사는 ‘회계 정리 의무’도 가지게 됐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회사는 회사의 회계상황을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전기통신사업자에게는 적정한 수익배분 의무도 부과된다. 기존에는 주파수를 사용하는 사업자에게만 부과됐던 의무다.

역외적용도 규정하고 있다. 국내 회사뿐 아니라 해외 회사도 ICT 뉴노멀법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ICT뉴노멀법의 또다른 축인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김성태 의원이 주축이 돼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하나다. 과기정통부장관이 일정 규모 이상의 인터넷 포털 사업자에게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광고 매출의 6% 이내에서 기금으로 내도록 돼있다.

◆무엇이 논란인가

ICT 뉴노멀법이 등장하자 인터넷 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계나 시민사회, 정치권은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논란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1. 진입장벽 여부와 시장획정의 어려움

경쟁상황평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가려내서, 이용자 보호 규제를 하는 제도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정부는 자료 제출권을 활용해 사업자에게 실태조사와 과징금 등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

ICT 뉴노멀법 찬성 측은 “인터넷 포털은 대다수의 국민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경쟁상황을 평가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태 의원을 비롯한 공동발의 의원은 “최근 ICT 생태계가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시장에 나타나는 공정경쟁 저해, 이용자 피해 발생, 공적 기여 미흡 등의 부작용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국내 플랫폼 시장을 키우려면 적절한 규제를 통해 공정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인터넷 포털에 대해 경쟁상황평가를 하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경쟁상황평가는 대규모 망 투자비용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자연독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망 사업자와 달리 인터넷 포털은 진입장벽이 없는 무한경쟁 시장이기 때문에 별도의 경쟁상황평가를 실시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과기정통부는 보고 있다.

경쟁상황평가를 하기 어려운 실질적인 문제도 있다. ‘과연 인터넷 포털이라는 시장을 획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경쟁상황평가를 위해서는 시장이 먼저 획정돼야 한다.

기간통신사업의 경우 ▲유선전화시장 ▲이동통신시장 ▲초고속인터넷시장 ▲전용회선시장 ▲국제전화시장 등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방송시장도 ▲유료방송시장 ▲방송채널거래시장 ▲방송프로그램 거래시장 ▲방송광고시장 등으로 구분된다.

2016년 방송시장획정 결과

그러나 인터넷 포털은 이렇게 구분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네이버와 페이스북은 한 시장 안에서 경쟁관계에 있을까? 대답하기 애매하다.

네이버와 바이라인네트워크를 비교해보자. 두 서비스는 모두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뉴스 콘텐츠도 제공한다. 둘은 경쟁관계일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20대 이상의 성인들은 네이버나 구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는다. 그러나 어린 아이들은 유튜브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는다. 네이버 검색과 유튜브 검색은 경쟁관계일까 아닐까.

또 방법론도 문제다. 시장을 획정할 때는 ‘SSNIP 테스트’라는 방법론을 사용한다. 현재로서는 유일한 방법론이다. ‘SSNIP 테스트’는 기업이 가격을 인상했을 때 수요자들이 다른 상품으로 이동하면 하나의 시장으로 본다.

그런데 인터넷 포털 서비스는 가격이 없다. 수요자들은 가격이 아니라 서비스 만족도에 따라 움직인다. SSNIP 테스트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획정이 어렵고, 시정획정을 못하면 경쟁상황평가도 불가능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6년 네이버(당시 NHN)에 대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판단을 내렸지만,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일반적인 시장획정의 원칙에 반한다”며 네이버의 손을 들어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도 2016년 “포털 내부에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하고 혁신이 빠르고 동태적인 인터넷 서비스의 특성으로 인하여 포털 서비스의 범주를 검색 서비스에 한정 짓는 시장획정은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1. 역차별

ICT 뉴노멀법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포인트는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이다. 네이버나 카카오에만 규제를 적용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적용을 못한다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만 떨어지고 해외 기업에 고스란히 시장을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김성태 의원을 비롯한 발의자들도 이같은 우려를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역외 적용 조항을 넣었다.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시장이나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법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

‘역외 적용’이란 자국의 법을 자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 밖으로 확장해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법의 실질적인 집행력 확보가 가능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최근 텀블러의 음란물 콘텐츠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합법인데 우리나라에서 불법이라고 미국에 있는 회사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없다.

역외적용은 타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 나라와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다. 대부분의 글로벌 인터넷 기업은 미국 회사인데, 한국정부가 이 마찰을 감수할지, 감수한다해도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뉴노멀법이 시행되면 국내기업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호서대 류민호 교수는 “우리나라 사업자들이 글로벌 사업자들과 싸우는 데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자꾸 역차별 규제를 만드는지 모르겠다”면서 “해외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가 이상과 현실의 차이, 규제의 실행력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법과 규제를 밀어붙이기 식이라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이렇게 성급하게 왜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 방송발전기금

인터넷 포털에 방송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을 걷는 문제는 방발기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시각이 엇갈린다.

우선 방발기금 징수에 찬성하는 측은 부담금이라 원리적인 측면에서 명분을 찾는다. ‘부담금 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부담금이란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조세 외의 금전지급의무”다. 이 관점에서는 공익을 위해 법률에 따라 인터넷 포털에도 방발기금을 걷을 수 있다고 본다.

반대 측에서는 방발기금을 특혜를 누리는 대가로 이해하고 있다.

현재 방발기금을 내는 방송사업자들은 공중파라는 공공재를 독점적으로 이용하거나, 허가제 덕분에 경쟁 사업자의 진입이 어렵다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이런 혜택 대신 방발기금을 지불한다는 관점이다.

이 관점에서는 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는 인터넷 포털 사업자에 방발기금을 징수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본다.

인터넷 포털과 방송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인터넷 포털 서비스 내에서 방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한국신문협회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이 아니라 전체 미디어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언론진흥기금’을 분담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는 2017년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방발기금을 낼 수도 있는 입장을 전했다. 이 창업자는 다만 “공평하게 부과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ICT 뉴노멀법이 통과되면 정부가 네이버나 카카오에는 방발기금을 징수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징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는 이들 사업자의 매출과 수익도 모르는데, 이에 비례한 방발기금을 걷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 창업자의 발언은 완곡한 거부 의사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듯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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