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데이터야놀자’를 준비하는 사람들 “좀 놀자구요”

IT업계에는 세미나, 컨퍼런스, 포럼, 서밋, 엑스포 등의 이름을 달고 무수히 많은 행사가 개최된다. 최신 기술을 다루고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종사자들은 항시 공부하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 최신 기술과 트렌드 변화에 무관심하다가는 한순간 훅(!) 갈수 있어, 이런 행사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습득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공부가 아니라 ‘놀자’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오는 13일 홍대 한빛미디어 신사옥에서 열리는 ‘데이터야놀자’가 주인공이다. ‘데이터 사용자들의 축제’라는 모토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데이터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정보를 공유하고 데이터와 놀자는 것이 목표다. 지난 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다.

흥미로운 점은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데이터야놀자’는 특정 기업이나 협회가 주최하지 않는다. 그냥 데이터에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행사를 만들었다. 행사로 돈을 벌려는 것도 아니고, 제품을 소개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데이터야놀자’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이제 막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대학원생, 백수(취업준비생)까지 있다.

행사의 대표 ‘놀장’ 강민구(삼성전자 신입사원), 돈을 관리하는 ‘돈장’ 하정철(취업준비생), 기념품을 조달 관리하는 ‘굿장’ 조승완(NHN 페이코 사원), 발표내용과 발표자를 관리하는 ‘발장’ 김태준(서울시립대 대학원생) 씨가 인터뷰에 응했다. 이번 행사의 고문 역할을 하는 민경국(라인주식회사 근무) 씨도 함게 했다. 민 씨는 지난 해 행사를 준비했던 인물이다. 인터뷰는 10일 저녁 8시 서울 강남역 토즈에서 진행됐다.

왼쪽부터 하정철, 강민구, 조승완, 김태준, 민경국 씨

Q.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와 ‘데이터에놀자’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말씀해주세요.

강민구(놀장) : 작년에 자원봉사자로 지원해서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데이터를 전면에 내세우는 모임 없었는데 ‘데이터야 놀자’ 소식을 듣고 재미있겠다 생각해서 자원봉사 지원을 했어요. 그때 행사가 저에게 굉장히 유익했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된 사람끼리 어울리고 자연스럽게 모이기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 만나서 놀고 싶습니다.

조승원(굿장) : 저는 페이코라는 회사에서 온라인 광고 데이터를 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참여 안 했는데 왜 올해 하게 됐냐면 세계평화(!)를 위해섭니다(웃음). 데이터를 보다보니까 데이터의 장점과 데이터 집중의 위험성을 깨닫게 됐어요. 잘못하면 한 사람(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할 수도 있겠더라구요. (데이터가) 무서워졌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데이터에 이용만 당하지 않도록요. 한두 사람에게 데이터가 독점당하지 않고 일반인들도 데이터를 쉽게 다룰 수 있도록 민주적으로 풀어나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하정철(돈장) : 저는 작년에 학생 발표를 하게 된 인연으로 참여했습니다. 집이 대구라 작년에는 발표만 하고 사람들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자원했습니다. 어쩌다가 돈을 관리하는 비선실세가 됐네요(웃음).

김태준(발장) : 저는 뭣도 없었는데 잘 모르던 경국 님이 작년에 갑자기 발표하라고 해서 ‘데이터야놀자’를 알게 됐습니다. 경국 님 왜 그러셨어요?

민경국 : ‘제플린과 친구들’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제플린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면 제플린 티셔츠를 주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태준 님이 사진을 찍어서 올렸는데 그냥 대충 올린 게 아니라 제플린을 활용하는 사례를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찍어 올리셨더라구요. 그래서 작년 ‘데이터야놀자’ 연사 요청을 드렸었습니다. 그런데 발표를 너무 잘하셔서 최고 인기 세션으로 선정됐어요. ‘데이터야놀자’에 큰 도움이 됐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발장을 맡으신 거 같아요.

김태준(발장) : 경국 님이 불러주신 덕분에 얻은 게 많습니다. ‘데이터야놀자’ 덕분에 카카오나 삼성전자 같은 회사에 가서 발표도 해봤어요. 그게 감사해서 ‘올해는 의자라도 날라야겠다’고 생각해서 왔는데, 발표자와 소통, 발표 가이드 작성 등의 일을 맡았습니다.

왼쪽부터 민경국, 김태준, 강민구, 조승완, 하정철 씨

Q. 여기에 계신 분들은 왜 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하정철(돈장) : 저는 데이터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지 얼마 안됐습니다. 동대구역에 있는 모 커피숍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매장을 운영하는데 관여하게 됐어요. 직원들과 회의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인사이트가 나오면 그게 곧바로 매출로 연결되고 사용자의 요구도 충족됐습니다. 그런 식으로 코레일 유통 직원으로 커피숍 매니저 일을 하다가 데이터쪽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데이터 분석 일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강민구(놀장) : 저는 대학때 소비분석학이라는 전공을 만들었습니다.(주: 일부학교에는 학생설계 전공이라는 제도가 있다. 학생이 스스로 교육과정을 구성해 대학의 인정을 받은 전공과정이다.) 전공이름도 만들고, 어떤 학문을 추구하는지, 제가 그것을 공부했을 때 나에게 어떤 도움되고 학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규정하고, 커리큘럼도 만듭니다. 제가 이 전공을 만든 이유는 기업에서 출시하는 제품 중에 소비자는 원하지 않는데 기술만 자랑하는 제품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모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소비분석학이라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전공을 만들고 공부를 하는데 교수님이 이걸 제대로 하려면 데이터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시더라구요. 그래서 데이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조승완(굿장) : 저는 취직 자체를 온라인 광고 회사에 했어요. 회사에서 보는 예측 클릭이라는 데이터가 있어요. 처음 이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매일 클릭되는 게 비슷하거든요. 아프리카에서 얼룩말이나 물소 한마리는 불규칙적으로 움직이지만 하늘에서 보면 전체가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더니 사람도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김태준(발장) : 저는 원래 기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때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서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음대가 아닌 전자전기컴퓨터 공학부에 들어갔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공부라서 1학년때 술만 마시고 학교에 안 갔습니다.

그러다 2학년이 됐는데 집에서 용돈을 비롯해 모든 지원을 끊어버렸어요. 아르바이트를 해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매카트로닉스학과 교수였던 아버지가 프로젝트를 도와달라며 프로그래밍을 하면 50만원을 주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때 저에게 50만원은 2주 동안 매일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결국 아버지 프로젝트에서 프로그램을 하게 됐고 프로그램을 짜면서 돈을 버니까 재미있더라구요.(웃음). 그래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학교로 돌아오면서 결심 한 것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공학을 결합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가 하시던 프로젝트가 사물인터넷 관련된 것이었는데 데이터가 엄청 나왔어요. 그 커다란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관심이 생겼죠. 음악과 공학을 함께 하면서 데이터를 다루는 미션을 만들었어요. 바로 인공지능 DJ를 만드는 것입니다. 알고보니 음악 인공지능 쪽에서 한국 연구자들이 선두에 있더라구요. 카이스트에 있는 분이랑 음악 인공지능 관련 논문도 쓰고 있습니다.

Q. ‘데이터야놀자’ 행사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강민구(놀장) : ‘놀자’가 중요합니다. ‘축제’라는 부제를 단 것은 즐거운 마음으로 얘기하고 어울리고 마시고 놀자는 취지입니다. 발표나 세션에서 참가자들이 지식도 얻어가야 하야 하겠지만, 이와 함께 즐거움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제 경험상 기술 컨퍼런스는 진지하고 유익할 수 있지만, 즐겁지까진 않았는데요.

하정철(돈장) : 올해 행사에서는 스포츠, 유치원 원장님, 음악 데이터 분석 등 엔지니어를 벗어나서 다양한 사람들이 발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데이터로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될 것 같습니다.

조승완(굿장) : 올해 행사가 매우 긴데,  시간을 길게 잡은 것도 놀자는 취지가 큽니다. 놀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사람들하고 얘기도 하고 맥주도 한잔하고.

민경국 : ‘데이터야놀자’가 추구하는 것은 한 단어로 치면 ‘놀자’입니다. 놀면서 사람을 남기면 좋겠습니다. 기업 컨퍼런스는 광고도 많지만 온 사람들끼리 소통할 생각을 안 합니다. 자기와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과만 관계를 맺는 경향이 커요. 그러다보니 분석가와 프로그래머가 갈등하고 다툼이 많아지더라구요.

제가 최근 2~3년 동안 데이터 엔지니어로 성장한 것은 글이나 책을 본 게 아니라 제 주변의 적절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받고 물어보고 할 수 있었던 덕분입니다.

Q. 즐거움을 위해 특별히 기획한 게 있나요?

강민구(놀장) : 개발자 컨퍼런스에 가면 부스 차리고 강연하고 기술세션 하는게 전부죠. 저희는 가만히 있는 개발자 구슬려서 시끄럽게 할 겁니다. 지신밟기 이런 거도 하고 무중력 인간 공연도 있고, 인공지능 이용한 미디어아트 전시도 하고, 인디 밴드 공연도 합니다. 컨퍼런스와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축제니까 재미있게 해보려고 합니다.

Q. 필청 세션이라고 할까요? 꼭 추천하고 싶은 세션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김태준(발장) : 리허설 기준으로 보자면 ‘유치원과 러닝머신’이라는 세션이 정말 좋더라구요. 생활 프로그래밍이 뭔지 진수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민경국 : 발표자가 최승준 교수님인데 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가업으로 유치원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유치원 PC가 모두 리눅스고, 유치원에 애자일 방법론을 적용했대요.(웃음)

Q.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막 진입했거나 진입을 준비하는 분들이 이런 행사를 주최하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데이터 공부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조승완(굿장) : 후배들은 데이터라고 하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하는 일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데이터 엔지니어도 있고, 인프라 담당자도 있고 여러 일이 있는데 말이죠. 빅데이터를 하겠다고 하면 세 분야 모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민국(놀장) : 작년부터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강연이 많아요. 당장 텐서플로 공부 안 하면 큰일날 것처럼 말이죠. 넌센스입니다. 데이터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면 인사이트를 뽑는 과정 전체를 한 번 쭉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전처리, 분석 등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지 텐서플로부터 하면 안됩니다.

Q.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동 : 감사합니다.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