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소프트웨어 시장서 100억원 번 트럼피아, 비결은?

구지훈 트럼피아 CTO
구지훈 트럼피아 CTO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미국 시장은 일종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다. 안랩이나 한글과컴퓨터 같은 국내서 매우 잘 나가는 기업들조차 미국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제로다.

‘트럼피아’ 소식은 그래서 신선했다. 이 회사는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선 꽤 많은 고객사를 확보한 소프트웨어 강소기업이다. 미국 최대 통신회사인 AT&T가 트럼피아의 제품을 몇년 째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사들여 판매하고,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해 전당대회를 치른다. AT&T에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데가 스무곳 남짓인데 한국 기업은 트럼피아가 유일하다.

트럼피아가 하는 일은 ‘여러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운영’이다. 이렇게 말하면, ‘단체 메시지 발송’ 같은게 떠오르는데, 그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다. 거의 모든 산업 부문에서 텍스트로 관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모든 채널을 통해서 하는 것이라고 소개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예컨대 보험회사 아플락은, 두 달안에 1천명의 설계사를 고용하는데 트럼피아의 메시지 플랫폼을 사용했고, 실제로 목표한 충원계획을 달성했다. ‘재난 문자’ 같은 알림성 메시지나, 타깃팅한 홍보 마케팅 문자 외에도 조직관리 같은 내부적 목적으로도 메시지 툴을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만 매출 100억 원을 내고, 매년 30%가 넘게 성장하고 있는 이 기업은 거꾸로 한국에서 존재감이 제로다. 이 회사 구지훈 CTO가 인터뷰에 흔쾌히 응한 것은, ‘트럼피아’란 이름을 국내서 알리고 싶어서다. 왜냐? 개발자는 계속 필요한데, 사람들이 트럼피아를 모른다. 모르는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할 순 없지 않겠는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랬는데, 중을 모시고 싶으면 절이 홍보에 나설 수밖에. 구  CTO는 일년의 절반을 미국에서 일한다. 출국을 일주일 앞둔 지난 9일,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트럼피아 한국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트럼피아는 어떤 일을 하나

여러 채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기업이 고객에게 연락할 때, 개인 전화번호 대신 회사 대표 번호로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술도 포함한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엔 ‘스팸 문자 발송’을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한다. 게다가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우리 시스템에선, 정보를 받겠다는 고객의 동의(sign up)를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고, 고객 중에서고 그룹핑을 통해 각 그룹의 조건에 맞는 내용을 분별해 내보낼 수 있다. 타깃에 따라 서로 다른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데, 일반적인 문자 외에도 이메일이나 SNS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로직을 짠다. 로직을 통해서 사람이 일일히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자동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매출 구조가 어떻게 되나

매출이 모두 미국에서 난다. 한국 법인의 매출도 100% 수출로 잡힌다. 한국에서는 개발을 위한 연구소 조직만 운영한다. 한국에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판매되는 경우다. 미국에서 2009년, 한국에서 2012년에 법인을 세웠고 매출이 작년에 100억 원이고 매년 한 33~40% 씩 성장한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경쟁업체가 많다. 그런데 스팸방지 강화 등 법 개정이 두어번 이뤄지면서 경쟁업체들이 많이 사라졌다. 게다가 이동통신사와 저희 사이에 있는 중간 업체들이 우리쪽과 비슷한 서비스로 영역을 많이 확장했다. 더더욱 살아남기 어려워졌는데, 국내 기술로 잘 살아남아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고 보면 된다.

처음에 우리가 미국 현지 데이터센터에 들어갔을 때, 굴지의 한국업체들의 서버가 꽤 있었다. 우리는 랙 하나 정도로 조그맣게 사업을 시작했는데, 우리 서버는 계속 늘어나는 데 반해 원래 들어와 있던 큰 기업의 서버는 사라지더라. 사업이 안 되서 줄어들거나 아예 철수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기술 갖고 성공하는 업체들이 미국에서 별로 많이 없다. 개발자들이 트럼피아에 합류해서 그런 성공을 같이 했으면 한다.

한국에서는 왜 사업을 하지 않나

한국에선 스팸문자를 발송하지 않나. 자동화 툴이 메리트(장점)가 별로 없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엔 문자로 발생하는 수익을 대부분 이동통신사가 가져간다. 협력 서비스 업체가 가져갈 마진이 거의 없다.

미국에서는 자동화 엔진과 시나리오를 갖고 사업하고 있다. 문자 메시지로 할 수 있는 여러 사업 중 하나가 알림이다. ‘폭염주의보’ 같은 서비스로 생각하면 된다. 우리 서비스를, 뉴욕 DMV(운전면허 관리 기관)에서 쓴다. 이 외에 잠재 고객이나 잠재 인력 관리 등도 각 기업 HR 조직에서 사용한다. 기업과 사람이 조건에 따라 의미 있는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레퍼런스가 궁금하다

AT&T다. 이 회사는 자신들의 이름으로 우리 제품을 판매하는 리셀러다. AT&T 모빌리티 부문에서 우리같은 협력 업체가 스무 곳이 넘는데, 이 중 일부가 매년 계약 해지된다. 성장이 없거나 매출이 없으면 그렇다. 우리는 5~6년째 AT&T와 일하고 있다. 한국 업체 중 우리가 유일하다. 이 외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전당대회할 때 우리 제품 썼다. 타임지에서 대통령 선거 중계방송할 때도 우리 서비스를 이용했다.

사람들이 진짜 궁금한 건 이걸 것 같다.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트럼피아가 AT&T를 뚫었는지, 그 방법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AT&T를 뚫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우리 대표(이경훈)가 어느 전시회에 갔다가 AT&T의 협력사가 제품 발표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봤다고 한다. 그런데 그 회사가 발표하는 제품 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았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체 기술을 갖고 있어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보다 많은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그쪽에서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비슷한 기능이지만, 아주 다른 포커스로 제품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도 그쪽에서 마음에 들어 했다. 그렇게 파트너십을 가져갔다.

트럼피아의 어떤 점을 강점으로 보나

AT&T의 경우 우리가 직접 서비스 호스팅과 서포트를 한다. 고객사 입장에선 관리 포인트가 없다. 원래는 OEM으로 하면 고객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데, 우리는 우리가 다 하니까.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고객 서비스를 할 때 제품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래서 AT&T 영업팀이 어디로 가서 제품을  팔게 되면, 우리 쪽으로 바로 연결을 시킨다. 우리가 설명하고 세일즈도 일으키는 거다.

이런 경우도 있다.  포춘 100대 기업인 아플락(보험업체)도 우리 고객이다. 아플락은 보험업의 특성 상 사람을 많이 뽑아야 매출이 일어난다. 한 번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매출때문에 1천명을 급히 뽑아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두달만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아플락이 우리 서비스를 활용해 단기간에 필요 인력을 모두 뽑았다. 그 쪽 사람들이 계산해보니 우리에게 몇 억 원을 지불한 대신 (기존 방식으로 사람을 뽑느라 들었던 비용 중) 150억 원을 줄였을 것이다. 매출도 추가인원을 채용한 만큼 더 발생했다. 그러니까 기업들이 우리 서비스를 안 쓸 이유가 없다.

미국내 기업가와 정치인이 트럼피아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했을까

우리도 잘 모르겠다(웃음). 그런데 (알아서) 오더라. 아마도 온라인매체를 보고 연락이 온 것 같다. 우리는 미국 현지에서 온라인 매체를 통해 홍보한다. 별도로 아웃바운드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우리한테 원하는 것을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지능형 자동화 툴’을 통해 제공한다. 물론, 소비자가 직접 프로그램을 짜서 쓸 수 있게 API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프로그램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니, 우리가 제공하는 웹 UI를 통해 서비스를 이용한다. 여기에, 이용자의 고객들이 무선 통신을 통해 문자 수신을 동의 받게 하거나, 알림 정보 등을 제공하니까, 사용하기 편해서 우리를 찾는 것 같다.

문자 메시지 시장이라는 것은, 기술적 변화가 생기거나 플랫폼이 바뀌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럴 경우 트럼피아의 사업도 위험해지는 것 아닌가.

한국도 여전히 문자 발송을 기업에서 이용한다. 앱에서 사람을 연결할 때는 도달률 부문에서 아직까지 문자 만한 것이 없다. 카드 사용 정보도 문자로 발송하지 않나. 피처폰에도 도달 할  수 있고. 특히, 미국 같은 경우는 한국처럼 모두가 사용한다고 전제하는 특정 메신저 플랫폼이 없다. 누가 어떤 메신저를 쓰는지 일일히 알 수가 없다. 메신저가 다양하다보니, 기업 입장에서 이를 다 감당할 수 없다. 기업 시장에서 문자 사용량은 아직도 계속해 올라가고 있다. 문자는 일종의 기반 플랫폼이다.

국내서는 트럼피아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모든 영업과 매출이 미국에서 나는데 굳이 한국에서 트럼피아 홍보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우리는 개발을 모두 한국에서 한다. 한국 사무실에 35명있는데 다 개발조직이다. 인재를 뽑아야 하는데, 우리 회사를 모르니 사람들이 지원하질 않는다. 우리 회사를 더 알리고 싶어졌고, 그래서 인터뷰도 하고 싶었다.

어떤 개발자를 얼마나 뽑고 싶은가

많이 필요하다.  올해 50명 이상 더 채용했으면 좋겠다. 개발, PM, QA, 시스템 엔지니어, 퍼블리셔 등 전 영역에 걸쳐 사람을 뽑고 있다.  자동화, 빅데이터 활용한 추천 서비스, 인공지능 등 해야할 것이 많다. 같이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가져가는데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우리는 합류하는 팀원들에 스톡옵션도 제공한다. 보통 실리콘밸리에선 직원들에 나눠줄 스톡옵션의 풀을 10%로 보는데, 우리는 그 두 배 정도인 20%의 풀을 갖고 있다. 회사와 직원이 같이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하는거다.

트럼피아엔 어떻게 합류했나

한글과컴퓨터에 있다가동료 6명이 같이 ‘제이소프트’란 회사를 만들어 창업했다이때가이찬진 사장이 한컴을 운영할 때다.  자바를 갖고 클라이언트 애플리케이션과 오피스를 만들던 회사다. 이 당시 지금의 이경훈 트럼피아 대표가 투자자를 데려왔다. 그렇게 이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이 때 회사명을 ‘씽크프리로 바꿨다.  씽크프리는 다시 한컴에 인수됐다. 2004년 쯤인데, 이때가 이찬진 사장이 한컴을 운영할 때다.  그리고 나서 쉬고 싶어져 뉴질랜드로 갔다. 원래는 쉬려 했는데 석달 노니까 일하고 싶더라. 현지에서 일을 구하려니 추천인이 있어야 했다. 이경훈 대표에게 연락했고, 현지에서 개발 테크니컬 리더로 일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다시 연락왔다. 함께 일하자고. 그렇게 트럼피아에 합류했다.

트럼피아 비전을 무엇으로 보나

우리 서비스가 14개 산업군 걸쳐 들어간다. 산업군마다 요구사항이 다르다. 예를 들어서 정보 기관, 교육기관, 자동화, 보험, 증권 등 각 분야별로 우리가 해줄 수 있는게 모두 다르다. 단순히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다는 것이 아니라 산업군, 기업, 직무에 따라 필요한 솔루션을 커스터마이징해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인공지능이 가미된자동화된커스터마이징된솔루션을 제공할 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