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AI로 통한다”…IT업계 AI에 사활

국내 IT업계가 인공지능(AI)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유력 IT 업체들은 모두 AI 전담 연구조직이나 사업조직을 설립했다. 그 동안 IT업계에서 유행처럼 떴다 지는 버즈워드는 많았지만, 이처럼 업종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기업들이 뛰어드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LG전자는 최고기술책임자(CTO)부문에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 선행연구소’를 신설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그동안 음성인식, 영상인식, 센서인식 등을 연구해 온 ‘인텔리전스연구소’를 각각 인공지능을 전담하는 인공지능연구소와 로봇을 전담하는 로봇 선행연구소로 분리해 확대 개편한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들어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딥씽큐 스마트가전을 선보였으며, 공항안내 로봇과 공항 청소 로봇 상용화를 위해 인천공항공사와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에스지로보틱스와 협력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서 움직였다. 삼성은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AI 개발 스타트업 비캐리어스, 이디본, 익스펙트 랩(Expect Labs), 리액터랩(Reactor Labs),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 말루바, 킨진(Kngine) 등에 AI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난 해 10월에는 실리콘밸리에서 촉망받는 AI 스타트업인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갤럭시S8에 탑재된 빅스비는 이같은 투자에 힘입은 것이었다.

전자회사뿐 아니다. 통신사도 AI에 ‘올-인(All-In)’ 중이다.

지난 1월 취임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AI기술을 회사가 가져야 할 핵심역량으로 정했다. 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 신산업에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CEO 직속으로 AI사업단을 꾸렸다.

SKT가 지난 해 9월 선보인 AI 스피커 ‘누구’는 시장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누적 판매대 수가 지난달 기준 1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아직 아마존 ‘에코’나 ‘구글홈’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이어서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SKT는 T맵에도  AI 기술을 적용했으며, 앞으로 보유한 모든 플랫폼과 서비스에 AI를 적용할 방침이다.

KT도 융합기술원 서비스연구소 산하에 AI 전략수립 및 연구개발, 전문인력 육성 등을 전담하는 ‘AI테크센터’를 마련해두고 있다. 지난 달에는 ‘기가지니사업단’을 신설했다. SKT의 ‘누구’에 맞서 AI TV 셋톱박스인 기가지니를 KT AI 사업의 핵심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KT의 IPTV 회원 120만 가구의 셋톱박스만 기가지니로 바꿔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올 하반기 AI 스피커를 출시하고 경쟁에 가세한다. 이미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AI서비스사업부’도 신설했다.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 역시 AI에 운명을 걸었다. 한때 검색 플랫폼과 O2O 사업으로 길이 달라지는 듯했던 두 회사는 다시 AI 다리 위에서 만났다.

네이버는 1분기에만 430억 가량을 AI와 기술에 투자했다. 올해 1000억원을 AI에 투자할 계획이며, 향후 5000억원까지 투자금액을 늘릴 계획이다.

네이버의 AI 사업은 전방위적이다. 네이버의 각 서비스들이 AI 기술을 만나 더 개인화.최적화 되는 것은 기본이고, AI를 통해 포털이 아닌 신규사업도 계속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네이버의 핵심은 ‘클로바’라고 이름 붙여진 AI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클로바의 API를 공개해 외부 디바이스나 모바일 앱이 클로바 기반의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클로바 기술은 현재 모바일 앱으로 체험 가능하며, 네이버는 클로바를 기반으로 한 AI 스피커도 개발 중이다.

네이버는 자율주행차와 실내정밀지도로봇도 개발중이다. 네이버랩스는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그린카와 협력해서 제작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IVI’를 공개했다. 내비게이션, 예약, 음악, 음성 콘텐츠, 날씨, 검색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대화형 엔진 ‘네이버i’와 추천 시스템 ‘에어스(AIRS)’도 네이버의 AI 기술의 단면이다.

AI에 대한 관심은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올해 2월 카카오는 AI 전문 자회사를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하고, 3월에는 카카오 내에 AI 사업 전담 부문을 신설했다. 카카오브레인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직접 CEO를 맡았다. AI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카카오 역시 7월에 독자적인 AI 플랫폼을 선보이고, 이를 적용한 서비스와 스마트 기기도 개발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음원 서비스인 멜론, 내비게이션, 택시, 뉴스 검색 등에 AI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이 외에 IT서비스 업계, 정보보호 업계, 소프트웨어 업계 등도 AI 중심으로 사업이 재편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AI는 이제 유행하는 트렌드가 아니라 모든 분야의 기반 기술, 핵심 역량이 돼가고 있다”면서 “AI에 대한 역량 없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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