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형 DB도 클라우드에 올라갈까

AWS re:invent 행사장에 들어서는 트레일러 트럭

지난 2016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Amazon WebSerices) re:Invent 2016’ 행사장. 무대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트레일러 트럭이 무대 위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무려 바퀴만 18개가 달린 대형 트럭이었다. 이 장면은 이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게 사람들의 뇌리에 박혔다.

AWS가 이와 같은 퍼포먼스를 벌인 것은 스노우모바일(Snowmobile)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노우모바일은 기업의 대규모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옮겨주는 서비스다. 데이터의 규모가 너무 클 경우 인터넷을 통해 전송할 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AWS 사내 고속 네트워크까지 트레일러 트럭이 직접 디스크를 옮겨다 주겠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이동시키겠다는 AWS의 의지를 상징한다. 관계형 DB에 들어있는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AWS는 RDS(Relational Database Service)라는 관계형 DB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트레일러 트럭은 100페타바이트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DB는 기업들이 가장 보수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었다. 그 어떤 것보다 보안이 중요하기 때문에 클라우드로 이전한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고정관념은 깨지고 있다. 마지노선 같았던 DB 마저 클라우드의 공세에 무릎을 꿇고 있다. RDS는 AWS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상품이라고 한다.

“오라클, 너마저…”

“2025년까지 모든 엔터프라이즈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이동할 것이고 IT 예산의 80%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소비될 것입니다.”

마크 허드 오라클 CEO

AWS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라클의 연례 고객 콘퍼런스 ‘오라클 오픈월드 2017’에서 마크 허드 오라클 CEO가 한 말이다. 그는 2025년에는 모든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테스트가 클라우드에서 이뤄질 것이고,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가 IT 데이터의 저장과 분석에 가장 안전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모든 엔터프라이즈 데이터는 클라우드에 저장될 것”이라며 “클라우드로 절감된 IT 예산의 80%는 비즈니스 혁신에, 나머지 20%는 시스템 유지 관리에 사용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온프레미스 DB를 대표했던 오라클마저 클라우드라는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됐다.

클라우드 DB, 거스를 수 없는 대세 될까

포레스터 리서치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현재 28%의 기업이 클라우드 기반 DB를 사용하고 있다. 2017년 4월 보고서에서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수백 개의 대기업도 클라우드 DB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왜 기업들은 클라우드 DB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보안에 대한 우려가 많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핵심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두는 것을 불안해했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불안은 많이 해소됐다. 클라우드 서비스 벤더들은 일반 기업들보다 훨씬 많은 보안 투자를 진행한다. 오히려 클라우드가 더 안전하다는 인식까지 생겼다.

두 번째는 클라우드에서 RDB를 운용하는 것이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DB는 확장성이 훨씬 크고, 백업이나 재해복구도 더 쉽게 할 수 있다.

최근 오라클은 ‘자율적인 DB 클라우드(Autonomous Database Cloud)’라는 것을 발표했다. 오라클에 따르면,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인력의 개입 없이 DB를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튜닝, 패치, 업데이트, 유지 보수를 AI가 한다는 의미다. 물론 벤더가 발표한대로 다 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온프레미스로 운영하는 것보다 클라우드에서의 DB 운용이 훨씬 용이한 것은 분명하다.

셋째, 비용이다. 사실 비용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업들은 여전히 몇 년에 한 번씩 대규모 예산을 받아서 사용하는 형태를 선호한다. 반면 클라우드는 매달/매년 이용료를 끊임없이 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클라우드가 더 비싸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도 일리가 있다.

다만 총소유 비용으로 엄밀하게 계산해볼 필요는 있다. 클라우드 DB를 이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DB 라이선스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상면, 냉각, 서버, 스토리지 등의 모든 인프라 비용을 포함한다. DB 운영, 고가용성 재해복구를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도 계산에 넣을 필요가 있다.

또 클라우드 벤더들끼리의 경쟁이 심해질수록 서비스 가격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AWS를 비롯한 클라우드 벤더들은 매년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오라클 래리 엘리슨 회장은 “AWS의 반값으로 제공하겠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한국은 클라우드 도입이 다소 느린 편이었다. 보안에 대한 불신, 소유에 대한 익숙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 1~2년 동안 큰 변화를 겪었다. 이제 인프라 클라우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DB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한국에서는 DB가 여전히 온프레미스에 갇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들에게도 분명히 인식 변화의 시점은 올 것이다.

※ 이 글은 투이톡에도 실렸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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