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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기술로 국민 소통과 참여 확대…대만 ‘열린 정부’ 활동과 디지털장관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국제해킹방어대회 ‘코드게이트2017’이 11일부터 13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됐다.

이번 ‘코드게이트’는 해킹방어대회뿐 아니라 대만 ‘천재해커’ 출신의 30대 최연소 장관급인 오드리 탕 디지털총무정무위원이 방한해 보안컨퍼런스 기조연설을 진행한다고 해 큰 관심을 모았다.

오드리 탕 위원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코드게이트’를 주관한 코드게이트보안포럼에 따르면, 그는 최연소 최저학력의 대만 정부 고위각료에 남다른 이력을 갖추고 있다. 성별을 여성으로 바꾼 최초의 트랜스젠더 장관이기도 하다.

14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워 16세에 스타트업을 창업했고, 19세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검색 엔진 회사를 창업했다. 최근까지도 애플의 컨설턴트로 일했다. 24세에 트렌스젠더가 됐다. 33세에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대만의 정치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해커(Civic Hacker)’로 활동했다. 그리고 지난해 35세의 나이로 대만 디지털총무정무위원(장관급)에 올랐다.

오드리 탕 장관은 취임 이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정부와 국민 간 소통을 돕는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국민 참여형 공공정책을 펼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결과적으로 그는 보안 분야에서 흔히 얘기하는 ‘해커(화이트햇)’는 아니다. 남다른 IT기술 분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만큼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정치·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시민해커’ 즉 활동가다.

당연히 12일 진행된 그의 기조연설과 앞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는 보안 분야에 관심을 가진 청중이나 기자들이 기대했던 얘기는 듣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가 주축이 돼 추진하는 대만의 ‘열린 정부(Open Government)’ 활동과 공공부문 디지털화로 이룬 성과, 소프트웨어 교육 등과 관련한 그의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열린 정부’를 추진하면서 대만은 국민(시민)들과의 소통을 활성화하고 국정 관련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이끌어 정부·공공부문 디지털화로 인한 업무환경 개선, 서비스 향상을 이끄는 성과를 얻고 있다.

codegate_press오드리 탕 위원은 이같은 ‘열린 정부’ 활동이 지난 2014년 대만에서 발생한 ‘해바라기 운동’이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 자신도 이 운동에 참여했다. 오드리 탕 위원은 “대만 정부 웹사이트 주소는 GOV.tw였는데 G0(제로)V.tw라는 그림자 정부를 만들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올렸고, 나중에 공공 도메인으로 기부해 정부가 이 사이트를 편입시켰다”고 설명하면서 “현재 대만 정부는 모든 정책을 인터넷에 올려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바라기 운동은 친중 성향의 국민당 정권이 2014년 중국과 서비스무역 협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당시 대학생 수백명이 가슴에 해바라기를 달고 나와 의회를 점거한 사회운동이다.

그는 디지털장관이 된 이후 가장 먼저 ‘PDIS’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해커’의 마인드를 공공 분야에 접목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PDIS는 공공 디지털 혁신공간이다. “이 인터넷 공간에서는 누구든 어떠한 질문을 올릴 수 있고 24시간 안에 답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누구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여기서 나누는 대화는 모두 공개된다. 내가 주재하는 회의를 진행하거나 인터뷰를 하더라도 실시간 회의록을 만들어 공개한다. XML로 인코딩돼 시맨틱 분석이 이뤄진다. 회의에 가지 않은 사람도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열린 정부’를 위한 PDIS 활동의 원칙은 투명성, 프라이버시 보호, 참여, 책임감, 포용성이다.

그는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도 예전에는 국민들이 소외됐지만 데이터를 개방해 서로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라면서 “‘열린 정부’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다 알고 있다고 여기며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 같은 자세가 아니라 시민사회, 모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받고 의지를 결합해 하나의 결과물을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드리 탕 위원은 특정부처를 기반으로 활동하지 않는다. 대신에 모든 정부부처와 협력해 일하고 있다. ‘디지털장관’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 그는 “디지털기술을 이용해 공공서비스를 바꾸는 일을 한다. 디지털 도구를 공공부문에 도입해 종이나 서류를 사용하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민간분야에서는 모바일, 인공지능 등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변화가 빠르지만 정부는 그렇지 않다. 기술적용이 느리고 이를 이해한다고 해도 그 속도가 더디고 관료주의 행정 문제가 발생한다. 디지털기술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degate_keynote공공부문의 디지털화를 통한 ‘열린 정부’를 구축하는데 있어 공무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과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디지털화를 도입하다보면 자칫 직업 공무원들의 업무량이 과도해질 수 있다. 종이뿐 아니라 오픈데이터 업무량이 가중된다. 이로 인해 야근이 많아지면 공무원들이 저항할 수 있다. 따라서 기계를 활용하고 워크플로우를 도입해 공무원들의 업무량을 줄이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자동화를 구현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삶의 질을 무시한다면 추진하기가 어렵다. 모든 일은 공무원들이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달성할 수 있었다.”

오드리 탕 위원은 대만에서 이뤄지는 소프트웨어 교육 방식도 소개했다. “대만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컴퓨팅 사고와 디자인 사고를 가르치면서 사고 방식을 바꾸고 있고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려주고 있다. 단순히 코딩 방법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이해·운용 능력을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해커’로 불리는 것에 대해 그는 “나는 ‘블랙햇’ 또는 ‘화이트햇’ 해커는 아니다. 해바라기 운동 당시, 디지털 시대가 되기 전에 해커라는 말은 당시 대학생들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도구를 만들어 이를 이용한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또한 “해킹은 시스템을 상세하게 이해하는 것으로, 시스템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몰입이 이뤄지면 허점도 알 수 있다”라고 정의하고 “공공부문의 시스템을 만들 때 ‘허점(취약점)’ 없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추구하고 있다”며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드리 탕 위원은 최근 소셜미디어 등 인터넷상에 ‘가짜뉴스’나 ‘루머’가 확산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것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루머’는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병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라며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라도 신중하게 상대방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며 충분한 숙고 과정을 거치면 ‘면역체계’가 생길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사실(팩트)를 체크하는 기자들과 같은 사람들이 사실이 퍼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에 관한 루머에 대해 직접 질문을 받고 24시간 안에 답을 준다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심사숙고 과정을 거치고 직접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오드리 탕 위원은 “무료로 제공되는 인터넷(WWW)은 언론과 표현, 참여와 공유의 자유를 의미한다”며 “이를 얻어내기 위해 투쟁했고 이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강조하면서 평생 ‘시민해커’로 살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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