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왜 뜬금없는(?) 보도자료를 보냈을까

어제(27) 쿠팡이 꽤 흥미로운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지난 해 11월부터 네이버 쇼핑검색에 자사의 DB를 제공하지 않았는데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쿠팡 측에 따르면, 12월에는 전월 대비 매출이 약 10% 증가했으며 1월에도 또 매출이 성장하는 등 올해들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가운데 네이버 상품검색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은 단 2%대에 불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매출이 늘어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보도자료가 좀 뜬금 없습니다. 유통업체의 매출은 보통 전월이 아닌 전년 동기와 비교합니다. 연말연시 분위기와 선물이 오가는 12월 매출이 11월보다 늘어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또 올해 1월은 설날이 있었기 때문에 매출이 오를 계절적 요인이 있었습니다.

unnamed-6분기 기준도 아니고 겨우 2개월 연속 매출이 오른 사실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굳이 보도자료까지 냈을까요?

이는 최근 떨어지는 트래픽에 대한 우려를 상쇄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은 네이버에서 DB를 뺀 이후 트래픽이 급감하고 있습니다. 줄곧 방문자수 1위를 달리던 쿠팡은 11월 이후 트래픽이 줄어 이제는 순방문자수 기준으로 위메프에도 뒤진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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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쿠팡의 실험을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온라인 서비스가 네이버의 영향력을 벗어나서 독립하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지마켓이 네이버로부터 독립을 꿈꾸며 쇼핑검색에서 상품 DB를 뺐다가 큰 타격을 받은 일이 있죠. 11번가가 그 기회를 이용해 급성장 했었습니다. 지마켓의 실험은 실패로 판명났고, 다시 네이버에 DB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선례를 보고도 쿠팡은 네이버 독립을 꾀하는 것입니다.

쿠팡이 이런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사업적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쿠팡을 비롯해 티몬이나 위메프는 사업초기부터 네이버 쇼핑검색보다 광고와 할인에 의존한 마케팅을 주로 펼쳤습니다. 또 PC 보다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네이버 의존도가 낮습니다.

쿠팡은 네이버를 통한 매출이 단 2%에 불과하다고 밝혔고 티몬과 위메프도 역시 네이버 매출 비중이 10% 이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지까지는 매출에 변화가 없더라도 방문자수 감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주목해봐야 할 듯 보입니다. 업계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티몬 관계자는 “방문자수가 늘거나 줄었다고 당장 매출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현상이 지속될 때는 매출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방문자수는 일종의 선행지표라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위메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을 때는 방문자수와 매출의 상관관계가 큰데,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상관관계가 적다”면서 “현재는 방문자수와 매출이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의 카틱 나라얀 마케팅 VP는 “쿠팡은 장기적인 고객 신뢰를 얻기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고객들이 이런 노력에 큰 사랑을 보내준 덕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혁신적인 서비스로 고객에게 계속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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