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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네이버 실급검 순위에서 ‘최순실’을 지울 수 있을까?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급검)’는 논란이 많은 서비스입니다.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실급검은 현재 네티즌의 관심이나 여론을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동시에 반대로 실급검에 한번 올라가면 엄청난 관심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은 네이버 실급검에 한 번 올라가기를 소원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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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8일 1시 현재 네이버 실급검 순위

이 때문에 실급검 서비스의 운영은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합니다. 과거에 네이버는 실급검과 관련해 많은 의혹을 받았습니다. 특정 정치인이나 정파, 권력자에게 불편한 검색어를 실급검에서 임의적으로 제거한다는 의혹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네이버 측은 절대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많은 이들이 네이버 실급검의 순수성에 대해 의심했습니다.

최근에도 연합뉴스가 네이버 실급검에 대한 비판기사를 썼습니다. 연합뉴스는 “법령이나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특정 키워드를 실검 순위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내부 지침을 갖고 있었다”면서 “정부 당국이 ‘불편한’ 키워드를 빼달라고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규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에 따른다는 규정이 곧 권력자의 뜻에 굴복하겠다는 규정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이 기사가 전하는 뉘앙스를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청와대가 ‘최순실’이라는 키워드를 실급검에서 빼달라고 할 때 네이버가 빼주겠다는 규정이라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펄쩍 뜁니다. 그 규정은 권력자의 뜻이 아니라 법적인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미라고 항변합니다. 네이버는 최근 ‘법령이나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라는 표현의 모호성을 제거하기 위해 ‘법령에 의거해서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특정 권력기관이 아닌 법에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단적으로 청와대가 아무리 요청해도 최순실이라는 키워드를 실급검에서 뺄 일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사실 네이버는 좀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는 실급검 서비스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실급검 검색어 삭제 기준도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KISO(한국인터넷자율심의기구)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입니다.

특히 네이버는 어떤 검색어를 제외했는지와 그 기준은 무엇인지를 외부검증기관에 밝히고 있습니다.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입니다.

최근 KISO는 ‘네이버 노출제외 검색어에 대한 검증보고서(2016년 상반기)’를 발표했습니다. 네이버가 외부 검증을 받기 위해 데이터를 공개해서 이같은 검증 보고서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2016-12-28-09-52-58이 보고서를 살펴보니, ‘법령이나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라는 규정을 두고 논란을 벌일 필요가 전혀 없는 듯 합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총 1408건의 실급검 검색어 제외사례가 있는데 법에 의거한 것이 아닌, 단순히 행정.사법기관의 요청에 의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정치인이라고 해도 명예훼손 등 다른 이유로 실급검 삭제요청을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순히 규정 하나를 두고 트집잡듯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네이버가 얼마나 엄격하게 실급검 키워드를 관리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보고서를 읽어보면 네이버가 너무 넓은 기준으로 검색어를 관리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예를 들어 보고서에 따르면 ‘매장남’이라는 키워드가 ‘일반인 개인정보 노출 관련 키워드’라는 이유로 제외된 적이 있습니다. 이 사례는 검색어 자체가 개인정보유출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검색결과에 개인정보유출이 있다면 그 블로그나 카페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지 검색어를 실급검에서 먼저 제거하는 것이 적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또 음란 동영상이 유출된 연예인 ‘한ㅇㅇ’의 경우 ‘음란 동영상 검색 의도’ 라는 이유로 실급검에서 제외됐습니다. ‘한ㅇㅇ 동영상’이라는 키워드를 제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ㅇㅇ’ 자체를 제외하는 것이 맞는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실급검 키워드에는 최대한 손을 대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명예훼손, 개인정보유출, 청소년보호 등 다양한 이유로 몇몇 검색어는 임의적으로 제외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있습니다.

현실이 그렇다고 해도 최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검색어 제외 사례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네이버가 KISO 검증위원회의 보고서의 지적처럼 좀더 엄격한 기준으로 실급검 서비스를 운영하길 기대합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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