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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위 모바일 게임사 ‘넷마블’, 과연 미국서 통할까

2016년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모바일 게임 회사는 누가 뭐래도 넷마블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모바일 게임 전문회사로 DNA를 바꾼 넷마블은 지난 해 매출 1조원을 넘겼고, 올해도 역시 이같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30일에는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기업공개 절차에도 들어갔다.

netmarble 넷마블에도 큰 숙제가 하나 있다. 기업 공개 이후에도 현재의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해외에서의 더 큰 성과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넷마블은 해외 시장에서 다른 기업보다는 접근이 수월한 편이었다. 텐센트가 2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텐센트의 힘을 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미나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얘기가 좀 다르다. 이 시장에서 넷마블은 그야말로 ‘듣보잡’에 불과하다. 스타트업처럼 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가야 한다.

서구권 시장의 핵심은 북미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면 유럽이나 남미 쪽으로의 확장은 훨씬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넷마블은 지난 3~4년 동안 북미 시장을 열심히 두드려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큰 성과라고 내세울 것은 없다. 역시 북미 시장은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다만 지금까지는 시장의 특성을 공부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모의고사가 아닌 진짜 시험을 앞두고 있다.

최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개최된 유니티의 개발자 컨퍼런스 ‘유나이트 LA 2016’에는 넷마블의 스톤에이지가 전시됐다. 스톤에이지는 국내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던 작품으로, 북미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자리에서 넷마블의 심철민 북미 지사장을 만났다. 그는 넷마블이 2012년 북미에 지사를 설립할 때부터 미국 시장 개척에 함께 해온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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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이트 LA 2016’에서 만난 심철민 넷마블 북미 지사장

심 지사장은 그 동안 북미 시장에서의 넷마블 성과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미국 회사들이 어떻게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고, 마케팅은 어떻게 하는지 학습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학습 결과,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심 지사장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마블 캐릭터를 이용한 ‘마블퓨처파이트’는 앱스토어 북미 매출 순위 60위권에 있으며, 구글플레이에서는 20위권에 있다.

북미 시장을 개척하는 넷마블 전략의 특징은 현지 시장에 맞게 게임을 개조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그대로 북미 시장에 들고 와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에 기반을 둔 전략이다. 현지 시장에 맞도록 캐릭터를 변경하거나 난이도를 조정하고, 과금 모델을 바꾼다.

이번에 유나이트 LA 2016에서 소개된 <스톤에이지 비긴즈>도 마찬가지다. 북미에서 출시되는 <스톤에이지 비긴즈>는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스톤에이지>와는 조금 다르다.

심 지사장은 “<스톤에이지와 비긴즈>의 경우 비주얼이나 기본적인 방향은 비슷하지만, 한국유저와 서구유저가 원하는 게임성은 차이가 좀 있다고 보고 서구 빌드는 좀 다르게 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RPG 게임의 경우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속도가 한국 이용자와 서구권 이용자는 많이 다르고, 한국 이용자의 경우 전투 매커니즘이 복잡하거나 어려워도 잘 따라오지만 서구 이용자는 너무 어려우면 게임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unnamed이는 최근 게임업계 일각에서 시도하는 ‘글로벌 원빌드’ 전략과 비교된다. 이는 한 번 개발한 게임으로 전 세계에 다 출시하는 전략이다. 한국 게임 중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서머너즈워’와 같은 게임들이 글로벌 원빌드 전략을 채택했다.

이 전략은 비용이 절감되고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전 세계 게이머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할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넷마블의 전략은 각 지역 게이머의 특성에 맞도록 게임을 개조해서 공략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용과 시간 면에서 추가적인 부담이 있지만, 시장의 특성을 잘 파악한다면 국지적이더라도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심 지사장은 “저희도 원빌드로 북미 시장에 출시해 여러 테스트를 해보았지만 , RPG 게임의 경우 아시아 유저와 서구 유저 플레이 패턴이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면서 “국가별 유저 성향이 다른데 하나의 게임으로 아우르는 건 힘들다고 느껴서 서구 빌드를 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심 지사장은 “아시아 게임사가 서구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많지는 않다”면서 “한국 게임사로서 최고의 위치에 서겠다는 것이 저희의 목표이며, 내년에는 <스톤에이지 비긴즈> 뿐만이 아니라 여러 도전적인 게임을 런칭해서 글로벌 1위를 빠른 시일 내에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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