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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맨땅에서 헤딩…한국 모바일 게임사의 북미시장 정착기

 

이규창 게임빌 북미 지사장
이규창 게임빌 북미 지사장

게임빌 이규창 북미 지사장은 지난 2006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북미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이 지사장은 현지인 1명과 함께 단 둘이서 게임빌 미국지사를 열었다.

당시는 아직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피쳐폰(일반 휴대폰)에 모바일 게임을 넣으려면 각 통신사에 직접 납품을 해야했다.

이는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단순히 통신사에 영업을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통신사 하나에서 유통하는 휴대폰 단말기의 종류가 수십 개 이상이었고, 게임을 그 단말들에 맞게 일일이 포팅해야 했다. 통신사는 CP(콘텐츠 프로바이더)가 품질테스트까지 할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북미 지사에 품질관리팀을 만들었고, 많은 인력을 고용해야 했다.

특히 문제는 통신사를 만나서 게임을 소개하려면 게임을 다 만들어서 가야했다는 점이다. 큰 비용을 들여서 게임을 완성해서 통신사에 보여줘도 거부당할 때가 많았다. 또 한국과 달리 휴대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미국인이 많지 않았다.

이 지사장은 “이동통신사 따로, 품질관리 따로, 단말기 별로 다 진행하면서 검수 비용까지 우리가 내야했는데, 다 만들어서 가져가도 서비스가 되지 않는 경우에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개척이라는 큰 꿈을 안고 북미 시장에 도전했지만 실패로 귀결되는 분위기였다. 결국 인력 축소 등 구조조정을 해야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반전의 기회가 된 것은 스마트폰 혁명이었다. 아이폰이 나오고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면서 통신사에 직접 컨택할 필요가 없어졌고,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라는 표준화 된 유통 채널이 생겼다. 이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장벽이 상당히 완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bbsuperstars4실제로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게임빌 북미 지사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모바일 야구게임인 ‘베이스볼 슈퍼스타즈’와 RPG 장르인 ‘제노니아’가 애플 앱스토어 차트 상위권에 등극했다. 북미 시장에 진출한 이후 줄곧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이 가운데 2013년 게임빌이 경쟁사이자 한국 모바일 게임 양대산맥인 컴투스를 인수했다. 덕분에 북미 시장도 게임빌과 컴투스가 함께 공략하게 됐다.

이는 북미 시장 공략에 엄청난 기회가 됐다. 두 회사가 합병한 후 출시한 컴투스의 서머너즈워가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 흥행을 이뤘기 때문이다. 북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흥행을 서머너즈워를 통해 이뤘다.

summoners-war-hack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성공이라는 경험 역시 크나큰 자산이다. 그동안의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왜 실패했는지 성공의 요소는 무엇인지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장은 “서구 게임은 콘솔 기반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세계관, 스토리, 튜토리얼, UI/UX를 중시하는데, 한국의 게임은 이보다는 라이브 운영이나 게임 외적인 메타적인 요소에 강점이 있다”면서 “저희는 한국의 강점과 서구의 강점을 서로 접목해서 서비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한국 시장이 북미 시장보다 빠르고, 북미 시장이 한국 시장을 뒤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지사장이 내년에 출시될 ‘로열 블러드’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로열 블러드’는 모바일 MMORPG 장르 게임이다. 아직 북미에서는 이 장르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지만, 점차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따라 코어 게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규창 게임빌 북미 지사장이 유나이트 2016 키노트 무대에서 신작 를 소개하고 있다
이규창 게임빌 북미 지사장이 유나이트 2016 키노트 무대에서 신작 <로열 블러드>를 소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사장은 2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유니티 게임 게발자 컨퍼런스인 ‘유나이트 LA 2016’의 키노트 무대에 오를 기회가 오자 ‘로열 블러드’를 소개했다. ‘로열 블러드’는 유니티를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으로, 유니티 측도 로열 블러드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이 지사장은 “로열 블러드의 경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개발 초기부터 개발팀과 커뮤니케이션을 했다”면서 “서머너즈워를 통해 마케팅 등에 대한 경험도 쌓았기 때문에 앞으로 1~2년 사이에 미국 게임 차트에서 한국 게임을 다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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