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보는 애플 가을 이벤트 이모저모

애플의 키노트는 팬들에게 늘 큰 즐거움을 줍니다. 그 자체로 시간이나 진행 자체가 굉장히 꽉 짜여 있고, 또 화려하기 때문에 하나의 공연처럼 느껴집니다. 이번 키노트에서도 제품 뿐 아니라 발표 그 자체에 볼거리가 꽤 있었습니다.

키노트를 통해서 비춰진 애플의 메시지, 그리고 말로 하지 않았지만 무대 전체에 녹아 있는 애플의 메시지들을 짚어봤습니다. 이 이야기는 애플의 공식 입장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그저 이런 의미가 아닐까 하는 심심풀이 해석으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가로로 길다? 2.35:1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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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근래 키노트 행사를 영상으로 송출합니다. 보통 16:9 화면으로 전송했는데, 이번에는 가로로 더 쭉 긴 화면이 뜨더군요. 2.35:1 영상입니다. 특별한 메시지라기보다 현장 무대에서도 가로로 긴 스크린을 쓰기 때문에 비슷한 화면 크기를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상으로 비춰진 팀 쿡 CEO의 출근길 오프닝은 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애플 무대 오른 ‘마리오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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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발표에는 보통 앱이나 게임, 액세서리 등 파트너들이 자주 무대에 오릅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긴 했는데 의외의 사람들이 무대에 많이 올랐습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였습니다. ‘마리오의 아버지’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겠네요. 미야모토 시게루는 무대에 올라 ‘마리오 고’라는 달리기 게임을 소개했습니다. 팀 쿡의 앱스토어 성장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한 파트너로 올랐지만 사실 이 무대에는 많은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닌텐도는 그 동안 모바일 게임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모바일 시장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지요. 닌텐도 입장에서는 모바일 게임은 닌텐도DS 플랫폼이 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게임 시장을 내버려둘 수만은 없었을 겁니다.

닌텐도가 마리오 고를 안드로이드로도 내놓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애플의 무대에 오른 것은 닌텐도의 모바일 플랫폼을 애플과 좀 더 밀접하게 가져가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닌텐도의 아바타인 미(Mii) 캐릭터를 기반으로 대전도 벌일 수 있는 걸 보면 닌텐도의 모바일에 대한 정책 변화를 조심스럽게 짚어볼 수 있겠네요. 어쨌든 이번 발표에서 가장 놀라게 했던 부분은 바로 이 미야모토 시게루의 무대였습니다.

애플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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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미야모토 시게루 뿐 아니라 이번 키노트에는 포켓몬 고를 만든 나이언틱의 존 행키 대표가 애플워치용 포켓몬 고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에르메스 외에 나이키도 애플워치 시리즈2의 협업 제품을 내놓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iOS10의 라이브포토와 RAW 파일 등 사진 관련 API를 서비스에 녹이는 데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애플은 파트너들을 무대로 자주 올리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의미 있는 파트너들이 힘있게 소개됐습니다.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성공했다고 볼 만 합니다. 애플은 플랫폼의 힘을 잘 알고 있고, 그 힘은 역시 ‘친구들’에게서 나온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완성 접어든 ‘아이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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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넘어갔지만 아이워크에게 오늘은 중요한 날입니다. 오피스 도구로서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으니까요. 아이워크는 그 유명한 키노트를 비롯해 페이지, 넘버 등 애플의 문서 작성 도구입니다. 원래 유료로 판매하던 것을 새 기기에 포함시키는 제한적 무료 제품으로 풀었는데, 사실상 무료 오피스인 셈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업데이트가 뜸하다 했더니 큼직한 기능 하나를 발표했습니다. 바로 실시간 협업 기능입니다.

애플은 일찌기 아이워크를 웹에 통합시키려고 했습니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인데 그 진행 속도는 괘 더딘 편입니다. 오피스 앱의 웹과 클라우드 통합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당연한 기능입니다. 아이워크에는 공유와 동기화가 서서히 붙었는데 이번에 실시간 협업 기능이 붙으면서 문서와 클라우드에 대한 부분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시간 협업 기능은 구글 문서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365처럼 여러 사람이 문서에 붙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역시 반응 속도입니다. 데모에서 보여준 정도면 충분히 성능을 기대해볼 만 합니다.

애플워치2 아니라 시리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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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애플워치가 발표됐습니다. 애플워치 2가 아니라 시리즈 2입니다. 사실 이런 이름 짓기는 처음 봅니다. 왜 이렇게 이름을 지었을까요?

일단 시리즈2는 기존 애플워치, 그러니까 시리즈1과 겉으로는 거의 똑같이 생겼습니다. 이 스마트워치는 사실 애플이 시계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아이폰처럼 아주 빠른 업그레이드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태그호이어 카레라나 롤렉스 서브마리너처럼 이 디자인의 시계 자체가 ‘애플워치’라는 이름을 갖는 것입니다.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방수와 프로세서 변경 등 개선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거나 세대교체라는 의미보다 애플워치의 두 번째 시리즈라고 해석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비슷하게 생각해보면 기대하던 동그란 화면이나 또 다른 형태의 시계가 필요하다면 그때는 애플워치2 같은 이름이 아니라 또 다른 브랜드를 갖게 될 겁니다. 애플에게 애플워치는 시계니까요.

아이폰7, 리거시를 지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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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에는 홈 버튼이 바뀝니다. 딸깍 눌리는 버튼이 아니라 누르면 진동으로 피드백을 주는 포스 터치 방식입니다. 맥북에 들어간 포스터치의 홈버튼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애플은 탭틱 엔진을 집어넣었습니다. 이 방식이 기존 버튼보다 더 비쌀 것 같은데 애플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테고 실제 제품을 봐야 알겠지만 눈에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방수일 겁니다. 버튼은 물리적으로 눌리기 위한 공간이 필요한데 터치 방식으로 바꾸면 앞판 전체를 한 판으로 찍어낼 수 있습니다.

특히 iOS10의 경우 그 동안 고집해 온 ‘밀어서 잠금해제’가 사라지고 ‘홈 버튼 눌러서 잠금해제’가 그 자리를 꿰찼는데 새로운 방식이 어색하진 않을까 궁금하네요.

또 다른 리거시의 변화는 3.5mm 이어폰 단자를 없앤 겁니다. 소문이 돌 때부터 시끌시끌했던 바로 그 이슈죠. 발표가 끝난 지금도 ‘굳이 없애야 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플은 그 동안 단자나 규격을 급작스럽게 바꾸긴 했지만 그게 사실상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던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3.5mm 단자는 조금 의아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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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제 절반 이상의 아이폰 이용자들이 유선보다 블루투스 기반의 무선 음악 기기를 쓰고, 같은 유선이라면 아날로그로 신호를 보내는 것보다 라이트닝 단자로 디지털 신호를 보내는 게 훨씬 깨끗하긴 합니다. 라이트닝으로 단자를 바꾸는 이유 중 하나도 이 케이블로 모든 입출력을 맡기겠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애플은 결국 3.5mm를 떼어내고 라이트닝 이어팟과 무선 에어팟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당분간은 불편하다는 생각을 씻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존에 쓰던 이어폰을 쓰려면 젠더를 함께 연결해야 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충전하는 것도 어렵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에어팟에 또 다른 특수 코덱이 들어간 것도 아닌 듯 합니다. 아이튠즈로 음악 콘텐츠를 아끼는 애플이기에 장기적으로는 애플이 아이튠즈와 애플뮤직에 무손실 음원이나 24비트 음원을 넣게 되면 또 다른 변화가 오지 않을까요. 그래도 3.5mm 젠더는 아이폰7에 기본으로 포함됩니다.

맥은?

이번 발표에서 아이패드나 맥은 없었습니다. 아이패드야 올해 초에 ‘아이패드 프로 9.7’이 나왔으니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는 지난해 이후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문가용 ‘맥 프로’는 2013년 처음 등장 이후 프로세서나 GPU에 변화가 없었기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리프레시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입니다.

특히 맥북 프로의 경우 루머가 잔뜩 있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는데 이번 발표에서 맥은 쉬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맥 하드웨어 뿐 아니라 가을로 예고된 맥OS의 발표도 아예 없었던 게 의아합니다. 어쩌면 10월 이벤트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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