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10,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윈도우10은 이제 출시 1년을 맞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에게는 출시 1주년에 의미가 있겠지만 PC 이용자로서는 MS가 기약한 ‘1년 무료 업그레이드’가 더 중요하다. MS가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시작한 무료 업그레이드는 복잡 미묘한 분위기를 타고 이제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윈도우10의 업데이트 상승세는 다소 주춤한 듯 하다. 우리나라는 특히 업데이트에 소극적이다. 사회적으로 운영체제는 함부로 업데이트하면 안된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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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왜 무료 카드를 꺼냈을까

지금 생각해도 MS가 윈도우10의 무료 업그레이드 카드를 꺼내 놓은 것은 꽤 놀라운 일이었다. 윈도우는 MS의 중심 비즈니스였고, 주 수익원이었다. 비싼 소프트웨어에 들지만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운영체제를 무료로 푼다는 건 이유를 불문하고 파격이었다.

물론 MS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일단 MS는 모바일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윈도우8은 PC의 발전 방향이었지만 모바일의 대안은 아니었다. 게다가 애플과 구글을 비롯해 대부분의 운영체제 기반 산업은 OS 그 자체로서의 판매 비즈니스보다 시장을 깔아 놓고 그 위에서 앱 장터나 메신저를 비롯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하고 있는 분위기를 못 본 체 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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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클라우드와 서비스를 내세워 새 비즈니스로 전환하고자 하는 MS의 가장 큰 적은 윈도우XP였다. 이 비극의 역작은 지금까지도 PC 시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운영체제라는 것 자체가 당시의 PC 환경을 반영하는데, 윈도우XP는 몇 차례의 업데이트를 했지만 기본 뼈대 자체가 멀티코어 프로세서, 대용량 메모리, SSD, 모바일 인터넷, 앱 플랫폼 등 요즘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윈도우7으로 시장과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긴 했지만 사실 윈도우7은 윈도우XP에서 하드웨어 지원 정도만 늘었다 뿐이지 서비스와 플랫폼 관점에서는 여전히 MS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를 타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료 업데이트였다.

이는 곧 MS가 윈도우CD를 팔아서 돈 버는 공장 비즈니스에서 클라우드와 서비스 기반의 사업으로 바뀐다는 상징성도 있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지난 해 빌드2015에서 목표로 발표한 윈도우 기기 10억대는 결국 MS가 운영체제를 공짜로 풀어도 플랫폼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꽃피울 수 있는 단계의 시장 규모인 셈이다.

그리고 실제로 MS의 모든 비즈니스에는 변화가 시작됐다. 모든 서비스는 클라우드에 올라탔고, 응용프로그램보다 인터넷 위에서 돌아가는 서비스에 집중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액티브X로 시장을 가두는 대신 업계의 모든 브라우저와 프로토콜을 꼭 끼워 맞춘 표준 서비스를 지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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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모든 비즈니스가 운영체제에 집착하지 않게 됐다. 최근 소개되는 MS의 응용프로그램과 서비스는 윈도우와 동시에 다른 주류 플랫폼에 모두 소개된다. ‘오피스를 쓰려면 윈도우를 써야 한다’는 생각을 묘하게 떠올렸던 이전과 달리 어떤 기기를 쓰더라도 오피스 서비스에 대한 경험은 똑같이 제공한다는 것이다. 오피스, 메신저를 비롯한 서비스들은 이제 더 이상 윈도우의 킬러 콘텐츠가 아니다.

그만큼 MS는 쿨해졌다. MS는 윈도우8을 내놓던 때부터 서비스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말을 곧잘 해 왔다. 믿을 수도 없었고, 믿어지지도 않았다. 지금은 좀 다르다. 맥용 비주얼 스튜디오 에디터를 무료로 풀고, 오피스 업데이트는 맥, iOS, 안드로이드가 동시에 이뤄진다. 크롬에서도 스카이프 웹서비스가 돌아간다. ‘이렇게 해서 돈이 벌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큰 회사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게 우리에게 도움이 되느냐를 보는 게 더 중요하다.

새 OS 쓰지 말라는 사회적 분위기

하지만 윈도우가 새로 나오는 그 순간부터 세상은 그렇게 이 운영체제를 반기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욱 그랬다. 윈도우10의 무료 배포가 시작되자, 은행과 관공서 등 중요한 서비스들은 일제히 ‘윈도우10 업데이트를 미루라’는 공지를 띄웠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비스가 안 되니까.

이전에는 이게 먹혔다. 단골 메뉴가 MS가 기존 이용자와 한국 시장을 우습게 보고 대비없이 새 OS를 내놨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이 우리 사회 깊숙히 들어오게 된 윈도우XP 이후의 모든 MS 운영체제가 겪었던 일이다. 물론 그 사이 일부 OS는 MS가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주지 않았던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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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MS가 달라졌고, 이용자들이 그 메시지의 문제점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윈도우10은 출시 1년 전부터 베타 버전을 배포했고, 시장이 이 운영체제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어느날 갑자기 나온 환경도 아닌데 새 운영체제를 맞이하는 인사가 ‘업그레이드하지 말라’는 이야기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서비스들은 쉽게 시간을 벌어주던 마법의 메시지 그 자체로 역풍을 맞았다. 이용자들도 새 운영체제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응 때문인지 이례적으로 윈도우10 출시 이후 한 분기 정도만에 대부분의 서비스는 호환성 문제를 해결했다. 그 문제는 대부분 액티브X와 외부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전용 서비스들이기 때문에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지만 일단 해결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윈도우10 업데이트는 불안하다는 사회적인 시각은 뿌리뽑히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윈도우10의 UX가 어색하고, 적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이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것까지 지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업데이트를 하지 말라고 유도하고, 업데이트에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윈도우10로 업데이트하라’는 좁은 의미는 아니다. ‘최신 운영체제를 쓰자’는 쪽이다. 운영체제는 최신의 하드웨어, 서비스, 그리고 보안 패키지까지 함께 품는 소프트웨어다. 컴퓨터의 발전이 순식간에 일어나는 것만큼 환경의 변화도 급하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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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윈도우 뿐 아니라 iOS나 안드로이드, 그리고 리눅스에도 공통적으로 해당한다. 소프트웨어의 호환성 때문에 조금 늦출 수는 있지만 현재 인터넷 세상을 끌어 안을 수 없는 과거 운영체제에 매달릴 이유는 없다.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돈 문제다. 당장 관공서나 은행 등 사회적으로 업데이트를 미룬 대가는 비용으로 찾아올 수밖에 없다. 윈도우10 업데이트는 유료로 전환된다. MS가 윈도우 업데이트를 유료로 바꾸는 게 옳은 결정인지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고,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윈도우는 결코 싼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무엇보다 과거 제약이 많던 운영체제에 우리 스스로가 파고 들어갈 이유는 없다.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서, 익숙함 때문에 개인들이 운영체제를 선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안 되는 것이 많아서 할 수 없이 옛날 OS를 써야 하는 건 끔찍한 일이다. 당장 MS도 액티브X를 비롯한 빗장을 풀고 표준 규격을 맞춰가고 있다. 우리의 컴퓨팅 환경도 그 흐름을 막을 수 없다.

소비자는 운영체제를 자유롭게 고를 권리가 있다. 하지만 서비스는 운영체제를 골라서는 안 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호섭 기자> 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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