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글로벌 보안업체 한국지사들

– 실적부진·밀어내기 문제돼 잇단 퇴사·감원…분위기 ‘흉흉’ 

글로벌 보안업계국내 시장에서 한동안 ‘호황’ 분위기에 있던 글로벌 보안업체들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다.

올해 보안업계 침체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진출한 여러 글로벌 보안업체 수장이 갑작스럽게 퇴사하는 일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감원 대상이 되고, 일명 ‘(물량) 밀어내기’·‘선주문’으로 인해 총판 파트너사와 갈등을 빚거나 문제가 됐다. 관련업계에는 흉흉한 소문이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은 실적이 부진하거나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조직에 변화가 생긴다. 지사 대부분이 조직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금방 두드러진다. 채널영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지사와 파트너들이 서로 좋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최근 시만텍이 인수를 발표한 블루코트를 시작으로 스플렁크, 체크포인트 등 글로벌 업체들의 수장 자리가 잇달아 공석이 됐다.

블루코트코리아는 지사장 자리가 공석인 채로 두 분기를 맞았다. 심각한 수준의 ‘밀어내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총판부터 리셀러까지 그 규모가 50억원에서 100억원에 달해 앞으로 조직을 통합·정비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블루코트는 새로운 지사장을 뽑고 있다 최근 시만텍에 인수되면서 보류된 상태다. 일부 총판 관계도 정리됐다.

스플렁크 지사장도 ‘밀어내기’가 문제가 돼 퇴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플렁크는 현재 적극적으로 새로운 수장을 찾고 있다. 지난달 말 방한한 더그 메리트 스플렁크 최고경영자(CEO)는 지사장 선임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후보를 물색 중”이라며 “1개월 내에 관련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체크포인트코리아는 최근 지사장과 영업·기술 총괄 임원을 사실상 모두 내보냈다. 본사 차원에서 감원을 추진하고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한국 실적 부진에 따른 결과다. 이같은 소식에 업계에서는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오세호 지사장이 취임한 지 1년 9개월밖에 안됐고, 영업·기술 총괄 임원이 합류해 새롭게 지사를 정비한 지도 불과 1년 남짓에 불과하다. 체크포인트는 오 지사장 취임 이후 인력을 두 배 이상 확충하고 파트너 체계도 정비하는 등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2014년까지 3년 가까이 잦은 지사장 교체로 조직이 안정화되지 못했던 체크포인트가 오 지사장을 맞이하면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는 듯 했지만 이번 구조조정으로 사실상 백지화된 상황이다.

앞으로 체크포인트는 한국지사장을 선발하지 않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직접 관리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동종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체크포인트는 글로벌 기업 지사장이나 임원으로 지원하거나 옮기는데 있어 가장 기피해야 할 회사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팔로알토네트웍스, 포티넷과 관련해서도 지사장 퇴사·교체설 등 다양한 소문이 돌고 있다.

특히 팔로알토네트웍스의 경우에는 한국지사가 설립되기 전부터 제품 총판을 맡아 공급하면서 국내에서 초창기 차세대방화벽 시장을 개척한 유력 파트너사가 최근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상태다.

팔로알토네트웍스 제품 사업비중이 큰 총판이 자금 흐름 문제로 문을 닫는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 팔로알토네트웍스의 미수금 규모가 40억~5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팔로알토네트웍스코리아는 이 회사를 포함해 두 개 총판을 유지해 왔다. 이 회사 폐업으로 다른 파트너사들도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 사업과 제품 공급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팔로알토네트웍스는 새로운 총판을 물색해 현재 계약을 앞두고 있다.

지난 5월 중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팔로알토네트웍스코리아는 올해(회계연도) 매분기 두자리 수 이상의 매출 성장을 지속하면서 지사 설립 최대 성과를 이룬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8월부터 시작되는 2017년 회계연도에도 공격적인 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최원식 팔로알토네트웍스코리아 지사장은 당시 간담회에서 “회계연도 2017년에도 매분기 두 자리 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공공, 금융 시장에서 사용하는 레거시 방화벽을 차세대 방화벽으로 대체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8월부터 차세대 엔드포인트 제품인 ‘트랩스’ 사업을 본격화한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랜섬웨어 선제방어에도 팔로알토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입증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재작년 말 한국수력원자력 해킹 사고 등을 계기로 지능형지속위협(APT) 솔루션 수요가 증가하면서 작년까지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던 파이어아이코리아도 최근 실적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외국계 보안업체 대표는 “한동안 글로벌 보안업체들만 잘되고 국내업체는 힘들다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전 실적이 좋더라도 그 다음에는 목표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늘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글로벌 기업들은 공공시장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경기침체나 대기업들의 내부 조직상황으로 인해 투자가 보류되거나 감소하는 것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임원도 “본사 실적과 성장률이 높으면 국내에서 잘하더라도 규모가 작아 두드러지지 않는다. 특화된 국내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해시키기가 힘들다”며 “경기가 계속 좋지 않아 가격을 크게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선주문’을 가장한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보안 분야는 ‘밀어내기’를 하지 않으려 해도 이같은 관행이 상당히 고착화돼 있는 경향이 있다”며 “총판들이 계약을 맺기 전에 애당초 미리 받을 수 있는 물량을 경쟁적으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그렇지 않은 파트너들을 잘 골라내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ropshadowbox align=”none” effect=”lifted-both” width=”auto” height=”” background_color=”#ffffff” border_width=”1″ border_color=”#dddddd” ] 기사 내용 관련 업데이트

블루코트코리아는 기사에 언급된 밀어내기 물량이 ‘50억에서 100억에 달해 앞으로 조직을 통합·정비하게 되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골칫거리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는 내용에 대해 해당 금액과 관련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팔로알토네트웍스코리아의 유력 총판이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고 언급된 것에 대해 해당 기업은 “폐업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팔로알토네트웍스 사업 이외에 다른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언급된 미수금 규모와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파이어아이코리아는 ‘최근 실적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부분에 대해 “작년 대비 비교적 높은 타깃을 받긴 했지만 상반기 실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dropshadowbox]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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