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24 직원들이 매월 넷째 금요일에 출근 안 하는 이유

직장인들이 휴가를 낼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같은 부서나 업무 관계자들과의 충돌입니다.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이 함께 휴가를 내면 그 시간 동안 그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보통은 휴가를 떠나면서 다른 사람이 내 업무를 대신 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둡니다. 직원들의 휴가 때문에 회사의 업무에 단절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입니다.

만약 남들 일하는 평일에 회사 전 직원이 쉰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래도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겠죠. 고객이나 파트너 응대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수익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전 직원이 모두 같이 쉽니다.

주인공은  웹호스팅, 쇼핑몰 솔루션 서비스 <카페24>를 운영하는 ‘심플렉스인터넷’입니다. 지금부터는 낯선 회사명보다는 익숙한 서비스 이름인 <카페24>라고 부르겠습니다.

<카페24>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않습니다. 고객응대나 장애대응 등을 위해 극소수의 비상대기 인력만 출근합니다(이날 출근하는 비상대기 인력들은 다른 주 금요일에 쉽니다). <카페24>측은 이를 ‘레저휴가’라고 부릅니다.

한달에 하루 쉬는 게 별거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1년으로 치면 직원 개개인들에게 10일(추석, 설이 있는 달은 레저휴가는 없고 레저비용만 지불)의 휴가를 더 주는 셈입니다. 이미 직원들은 각자의 연차 휴가가 있는데, 여기에 10일의 휴가를 추가로 제공하는 셈입니다.

레저휴가는 여행을 가거나 스포츠 활동을 하고, 영화를 보는 등 레저 활동을 즐기라는 의미의 휴가입니다. 이날 쓴 비용은 10만원까지 회사에서 돌려줍니다. 집에서 짜장면 시켜먹은 비용은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나가서 놀라는 의미의 휴가니까요.

카페24는 왜 레저휴가와 같은 특이한 복지제도를 도입했을까요? 직원들에게 휴가가 더 필요하면 각자 알아서 쓰도록 더 주면 될 텐데 굳이 전직원이 같이 쉬는 이유는 뭘까요?

이 회사 이재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카페24 이재석 대표

심스키 : 직원들에게 각각 연차 휴가가 있는데, 굳이 전직원이 쉬는 레저휴가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뭔가요

이재석 대표 : 메시지 전달을 위해섭니다. 모든 정책은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그 정책이 잘 전달돼야 합니다. 책임자가 메시지를 줘도, 중간관리자가 그 메시지를 다르게 해석하거나 적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레저휴가 같은 제도를 통해서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회사의 메시지가 그대로 전달됩니다.

심스키 : 카페24는 복지를 중요시 여기는 회사인가요?

이재석 대표 : 복지는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복지를 잘 하는 나라를 보면 기본이 잘 돼 있습니다. 기본이 잘 안 돼 있는 나라가 복지를 많이 하면 망합니다.  복지가 잘 된 나라를 보면 ‘저나라는 좋겠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저 나라는 저런 복지를 해도 될 만큼 기본이 돼 있구나’라고 느껴야 합니다.

기업의 복지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조직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증표죠. 레저휴가도 그런 관점에서 도입된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휴가에 인색합니다. 조직원에 대한 과한 압박 때문입니다.

저희는 (레저휴가를 통해) 그런 압박 없이도 돌아간다는 것을 화끈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심스키 : 복지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수당이나 격려금 등을 통해 직원들의 수입을 올려주는 것도 복지라고 볼 수 있고, 회사에 수영장을 짓고 누구나 근무시간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복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맛있는 식당을 운영하는 복지도 있죠.

반면 <카페24>는 직원 개인들에게 시간(휴가)을 더 주겠다는 것을 복지의 우선 순위로 둔 듯 보입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재석 대표 : 만약 생일에 친구가 “돈을 줄까 선물을 줄까”라고 물으면 “돈”을 선택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생일에 돈을 주는 친구와 선물을 주는 친구 중에 어느 친구를 사귀고 싶냐면 아마 선물을 주는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답이 많을 겁니다.

선물이라는 건 갖고는 싶지만 선뜻 자기 돈으로는 사지 않게 되는 것을 받을 때 좋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현재의 체제, 보수적 삶의 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깨는 것을 꺼려 합니다. 지름신이 온다고 막 살 수 없죠. 그런데 갖고 싶지만 살 수 없었던 물건을 친구가 선물로 사주면 좋잖아요.

나의 보수적인 생활 틀은 깨지 않으면서 진보적인 미래나 생활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나의 가치관 때문에 살 수는 없는데 본능은 원할 때, 친구들이 해소해 주는 것이 좋은 선물입니다.

기업이 이런 선물을 줄 수 있다면 최고의 복지가 될 것입니다. 직원들이 보수적 틀 때문에 하지 못했던 것을 기업이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진보적인(하고 싶지만 못했던) 삶의 체험을 주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기업의 복지입니다.

요즘 최고의 가치는 시간입니다. 예를 들어 영화는 보고 싶지만 피곤한 저녁이나 주말에 극장에 가기는 어려운 경우, 레저 휴가를 통해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또 문화생활을 하고 싶지만 돈이 아까워서 못 하는 경우, 레저휴가를 통해 문화 생활을 하면 회사에서 비용을 10만원까지 보전해 줍니다.

심스키 : 카페24의 채용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이재석 대표 :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가 있느냐입니다. 업무를 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 지식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지식이 없더라도 (습득할 수 있는) 열정과 기본이 돼 있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이기 때문에 그것도 봅니다.

입사할 때 각종 증명서나 졸업증은 받지 않습니다. 어느 학교 출신인지 이런 건 따로 보지 않습니다.

심스키 : 대표님은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재석 대표 : 과거에는 소통의 패러다임이 권위주의였습니다. 연고와 서열이 중요했죠. 요즘은 이런 얘기 하면 황당하다고 합니다.

그 다음에 온 것은 계급끼리의 소통입니다. 권위주의를 벗어나 합리적 대화를 하고 싶은데 합리적 대화는 계급이 같은 사람끼리 대화가 잘 됩니다.

여기서 한 단계 발전하면 이념이 같은 사람끼리 소통하는 시대입니다. 여기서는 합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치가 중요합니다 . 우리나라에서 코드와 이념이 대중화 된 것이 한 15년 됐습니다.

요즘에는 코드나 이념보다 ‘케미’를 이야기합니다. 케미가 같은 사람끼리 소통하는 방식이 바로 ‘인문학적 소통’입니다. 케미라는 단어가 나온 것이 한 5년 되고, 이때부터 인문학 붐이 일었습니다.

앞으로는 멋진 사람들이 스타일로 소통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딱 보면 ‘아 멋진 사람이구나’를 느끼면 몇 마디 안해도 압축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이렇게 소통방식이 발전했습니다. 인문학은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입니다. 현재는 케미와 인문학의 시대입니다. 케미가 다르면 인문학적 소통이 잘 안됩니다. 앞으로는 스타일이 중요한 시대가 오게 될 것입니다.

심스키 : 그럼 <카페24>는 스타일이 멋진 인재를 찾고 있나요?

이재석 대표 : 당연히 멋진 스타일의 사람을 뽑고 싶지만, (현재로서) 차선은 우리와 케미가 맞는 사람을 찾는 중입니다. 우리가 빨리 멋진 스타일이 먼저 돼야겠죠.

심스키 : 말씀 감사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