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에서 일 해볼까요?”

IT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면 실리콘밸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 다들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저도 그렇고, 이 글을 읽고 있을 현업 종사자들, 그리고 취업을 꿈꾸는 대학생들도 꿈만 품고 한국에 계시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실리콘밸리가 마냥 꿈의 도시는 아니지만 그 곳에서 일하고자 하는 희망 정도는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 희망을 가로막는 건 상당 부분 ‘도전하지 않아서’라는 것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공통적인 지적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네이버가 벌써 몇 년째 열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컨퍼런스에서도 늘 나오는 이야기가 ‘원한다면 한 번이라도 부딪쳐보라’는 겁니다. 사실 말이 쉽지 비행기로 11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있는 회사에 영어로 이력서를 넣고, 면접까지 보는 게 보통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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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을 이끄는 윤종영 미라클51 대표가 청년희망재단과 함께 최근 재미있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실리콘밸리 부트캠프’입니다. 20명의 청년들을 뽑아 실리콘밸리의 업무 스타일을 익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실리콘밸리의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입니다.오디션 프로그램도 아니고, 인턴십이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도 아닙니다. 취업 프로그램은 더더욱 아니지요. 갖고 있는 능력을 미국에서 펼칠 수 있도록 양념을 쳐주는 지원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하는 게 가깝겠군요.

실리콘밸리는 마냥 꿈의 일터인가

실리콘밸리, 그리고 그 외 시애틀이나 뉴욕 등의 IT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합니다. 현재 실리콘밸리의 거주 비용 상승은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입니다. 샌프란시스코를 제외하고 중심 지역, 그러니까 쿠퍼티노부터 팔로알토 사이의 집값 상승은 심상치 않습니다. 구글과 애플이 가까이 있다는 점도 있겠지만 집값 상승은 중국과 인도가 이끌고 있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에 취업한 중국인과 인도인들이 세력을 넓히면서 본토의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것이 큰 이유입니다. 한 명이 실리콘밸리에 취업하면 일가 친척과 한 마을이 통째로 이사 온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지요. 이 지역에서는 본래 살던 미국인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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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실리콘밸리가 넘기 어려운 꿈의 장벽처럼 느끼곤 합니다. 똑같은 직장인데 그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의미가 되고 있는 것이지요. 윤종영 대표도 이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한국인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취업하는 과정은 대부분 유학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공부 마친 뒤 이력서 내고 바로 미국으로 넘어가서 일하는 경우는 없는 건 아니지만 흔치 않습니다. 유학이 아니면 충분한 경력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미국도 취업 경쟁은 만만치 않나 봅니다. 실리콘밸리도 인턴이 있습니다. 이 인턴 경쟁률이 1천대 1씩 됩니다. 우리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길 바라는 것처럼 미국의 청년들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싶어하지요. 그 이유에는 임금도 있을 겁니다. 우리의 ‘인턴’이라고 하면 봉급보다 이력서에 한 줄 쓰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지만 미국의 인턴십은 한 달에 8천 달러, 우리 돈으로 거의 9백만원 씩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금이나 주거 비용 등 따질 부분은 많지만 이 인턴십은 대체로 고용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우리는 이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지요.

그렇다고 못 할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미국으로 넘어간 윤종영 대표는 직접 현지의 취업 과정을 겪었고,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의 그룹인 K그룹의 회장직을 맡았던 적도 있습니다. 우리도 못할 것 없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출발선입니다.

“취업도, 실리콘밸리의 시스템 익히는 가치도 중요”

실리콘밸리 부트캠프 프로그램은 20명의 청년을 뽑을 계획입니다. ‘청년’의 기준이 뭘까요? 만 34세까지를 청년이라고 합니다. 학생이어도 좋고, 회사에 다니고 있어도 관계 없이 지원할 수 있습니다. 대신 기간 내내 실제 회사를 다니는 것처럼 온전히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프로그램 자체가 ‘하는 척’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회사와 똑같은 조직을 만들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시간을 때우고, 결과물을 억지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국내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이야 국내 기업에 취업할 기회도 많고, 이런 프로그램을 지켜보고 있다가 채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실리콘밸리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무 것도 계획되어 있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구글에 들어갈 수도 있고, 페이스북에서 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무도 취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건 의미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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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목표는 당연히 취업입니다. 하지만 취업이 전부는 아닙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할 수도 있고, 국내 기업에 취업해서 일할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개발이나 디자인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방식을 습관으로 받아들이는 기회가 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6개월동안 그냥 수업처럼 듣고, 멘토링 받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회사와 똑같은 형태로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e메일과 슬랙, 구글 문서처럼 다양한 도구를 통해 이뤄집니다. 사실 우리는 e메일을 쉽게 쓰지만 업무에 e메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업무의 프로토콜을 맞추는 경험, 그리고 얼굴을 마주하지 않으면서도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 이건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약한 부분이기도 하지요.

참가자 20명에 멘토는 8명

그럼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방식이 정답일까요? 그게 사대주의는 아닐까요? 윤종영 대표는 사대주의라기보다 실리콘밸리가 IT 업계를 리드하고 있고, 그들의 업무 방식은 이미 많은 경험을 통해 진화하고 자리를 잡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태인의 경우 미국과 많은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 진출이 쉽습니다. 샤오미나 화웨이 등 중국의 IT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것도 결국 미국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다시 본토로 돌아오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미국에서 일하는 건 미국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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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업무 스타일은 표준이라고 할 만 합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 시스템은 꼭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외 취업 기회로 연결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효용성이 검증되기도 했습니다.

영어 이야기가 빠질 수 없지요. 간단합니다. 준비를 하지 않고 저절로 입이 트이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영어 때문에 도전을 포기하지는 말라고 합니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에서도 매년 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디자이너나 개발자의 경우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전달만 확실히 된다면 언어는 상대적으로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경영이나 마케팅, PR 등은 또 다르겠지요.

“팀 리더는 모두 8명입니다. 이 리더들은 현재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등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그 이전에도 모두가 알 만한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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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을 이끄는 프로그램에 멘토가 8명입니다. 여기에 윤종영 대표와, 현장에서 도움을 줄 양보은 매니저까지 더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2:1의 밀착 프로그램입니다. 또한 이들이 모두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경험을 전수하는 것 외에도 취업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치는 네트워킹 등의 도움을 줄 수도 있지요.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끝은 실리콘밸리에 직접 가는 것인데,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네트워킹과 실제 인터뷰로 이어지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대체 왜 이런 프로그램을 시작했냐는 것이지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프로그램을 하면서 지방 대학에 갈 일이 많았는데, 좋은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보의 부족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들이 서울에 있었다면 시야가 세계로 넓어지지 않았을까요? 가까이에 기회가 없는게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실리콘밸리 부트캠프는 7월17일까지 온오프믹스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호섭 기자> 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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