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노트의 유료화는 왜 환영받지 못할까

6월29일 한 통의 e메일이 소셜미디어 이야깃거리로 올라왔습니다. e메일을 보낸 곳은 에버노트이고, 중요한 정책 변화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에버노트는 e메일 외에 블로그를 통해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지만 핵심은 무료 이용자의 기기 수 제한입니다. 곧 에버노트의 무료 이용자들은 PC두 대, 혹은 PC와 모바일, 태블릿과 스마트폰처럼 미리 정해둔 두 대의 환경에서만 문서를 동기화할 수 있습니다. 기기 대수의 제한을 풀려면 유료 서비스 결제를 해야 합니다. 당연히 이 공지의 핵심은 이 부분입니다. 에버노트를 제대로 쓰고 있다면 유료로 전환하라는 것이지요.

evernote1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서비스의 유료화는 당연한 수순이고, 기업의 당연한 요구입니다. 에버노트는 특히 메모라는 기본 서비스를 해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수많은 제안에도 회사를 팔지 않았고, 투자도 최소화했습니다. 무리한 광고로 서비스의 본질을 해치지도 않았습니다. ‘도대체 돈은 언제 버나’라는 걱정이 절로 나오는 회사였지요. 그리고 서비스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이용료를 받는, 어떻게 보면 서비스적으로나 사업적으로 가장 좋은 방향으로 답을 냈습니다.

하지만 유료화의 방법은 그리 환영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변화 때문에 에버노트를 이탈하겠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모든 유료화는 환영받지 못하지만 1년에 3만원, 혹은 5만 5천원을 내는 건 에버노트 이용자들에게 그리 부담스러운 서비스는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거부감 없이 유료 소비자로 이끌어들이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료로 시작한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는 데에는 큰 위험이 뒤따르게 마련입니다. 아직 결론을 이야기하기는 이르지만 에버노트는 다시 한번 서비스들이 유료로 사업을 전환하는 그림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유료화의 전제조건, ‘가려운 곳 긁기’

에버노트의 정책 변화가 당황스러운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 하나를 꼽자면 서비스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린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에버노트도 엄청난 고민을 했을 겁니다. 이용자들에게 유료 결제를 이끌어내려면 가장 아픈 곳을 찌르거나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야 합니다. 에버노트는 그 점에서 이용자들이 흔들리는 부분을 잘 잡았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흔쾌히 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에버노트에는 수많은 기능이 붙어 있습니다. 애초 클라우드 메모같은 개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문서를 기반으로 하는 하나의 클라우드 플랫폼이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이 에버노트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여러 기기를 오가면서 작업할 수 있다는 겁니다. 플랫폼으로서의 에버노트는 나중 문제입니다. 어디에서나 간단한 메모를 기록하고, 또 불러올 수 있는 게 에버노트에 빠져드는 부분입니다. 어제 저녁에 적은 메모를 옮길 걱정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잘만 쓰면 거의 모든 메모와 간단한 텍스트 문서의 초안이나 원고를 에버노트에 보관할 수 있습니다.

evernote3

비슷한 서비스들은 많지만 이를 가장 거부감 없이 대중화시킨 게 바로 에버노트지요. 어느새 우리는 여러 대의 기기를 쓰게 됐습니다. 회사, 집, 그리고 개인용 PC에, 스마트폰과 태블릿까지 1인당 쓰는 기기는 최소 서너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에버노트는 더 강력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용자로서 그 부분에 단절이 생기는 건 꽤 큰 사건입니다.

에버노트의 유료 상품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플러스, 프리미엄, 그리고 비즈니스입니다. 이 서비스들의 차이점은 문서 검색이나 PDF 편집, 보안 등이 있긴 하지만 가장 큰 부분은 ‘용량’이었습니다. 많이 쓰는 사람은 결제를 하는 모양이었지요. 물론 기본으로 제공하는 월 트래픽 60MB는 대부분의 경우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이 용량이 부족할 정도로 많이 쓰는 이용자라면 별 거부감 없이 결제하게 마련입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암묵적인 과금 규칙, 바로 사용량이지요. 차라리 이 용량을 줄이고 유료화를 유도했다면 거부감이 덜했을 것 같습니다.

‘기기 수’는 충성도 지표가 될까

하지만 그 동안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요금제에 따른 기기 제한은 흔치 않았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본질은 어디에서나 기록하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는 점인데, 그 부분에 제한을 두는 것은 근본적인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부분에서 꽤 위협을 느꼈습니다. 유료 결제를 하거나 떠나는 것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용자들의 불만도 그 부분이 아닐까요. 궁금해집니다, 과연 기기 대수가 사용량과 충성도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였을까요?

앞으로 에버노트의 무료 상품인 베이직은 그야 말로 기능을 보는 ‘데모 버전’이 될 겁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서비스의 유료화는 당연한 수순이고 권리입니다. 하지만 이용자들을 잘 설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에버노트는 그 부분에서 서툴렀다고 봅니다.

evernote2

에버노트의 강점은 플랫폼이 아니라 메모 그 자체에 있었고, 시장을 선점했다는 것과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써 왔다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유료 전환으로 모두를 떠안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도 이제는 그 대안이 충분히 많다는 점도 신경 쓰이는 부분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광고나 제휴 등으로 억지 무료 서비스를 이어가지 않으려는 부분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 받아야 합니다.

공짜가 널린 인터넷에서 모든 기업들의 요금 매기기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에버노트의 정책 변화도 짧은 글 한토막으로 판단하고, 이렇다 저렇다 답을 낼 수는 없습니다. 이 방법도 또 하나의 실험일 수 있습니다. 이제 뚜껑은 열렸고 그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가 중요한 때입니다.

아참, 에버노트는 기존 이용자들에게 1년 5만5천원인 프리미엄 이용권을 절반 값에 쓸 수 있게 하는 코드를 e메일로 나눠주고 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호섭 기자> hs.choi@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