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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시대, 금융·IT·보안 지식과 경험 갖춘 전문가 역할 중요”

디지털화와 핀테크의 부상으로 금융산업을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만으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운 시대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1999년에 쓴 저서 ‘비즈니스, 생각의 속도’에서 “은행업무는 필요하다, 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던 예견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큰 변화의 물결이 출렁이는 환경에서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고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는 한편, 핀테크 기술을 적극 활용해 디지털시대에 맞는 금융사로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변신을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 핀테크 산업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 금융권의 변화 속도는 더디다고 평가된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대에 그 변화의 속도를 배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법으로 김종현 아주대학교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들 간의 상생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3의 중재자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김종현Office_2008김 교수는 KB국민은행의 첫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를 역임했다. 금융사 첫 임원급 CISO이자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가다. 오랜 기간 금융사 경영·IT 컨설팅을 해오다 KB국민은행의 CISO로 발탁돼 지난해 말까지 2년 반 동안 은행 고객과 내부 정보보호체계를 향상시키는데 기여했다.

김 교수는 “IT와 보안의 언어가 달라 협업에 어려움을 겪듯이 핀테크 기업들과 금융사들 사이에는 협력하고 소통하기 힘든 점이 많다”며 “예를 들어 핀테크 기술업체들은 금융사들이 보수적이라고 한다. 반면에 핀테크 업체들은 자기 기술만 알고 얘기한다. 금융환경을 알지 못해 아키텍처로 접근해야 하지만 지엽적으로만 얘기하고 금융사들이 우려하는 리스크를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들이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내려면 가교역할을 하는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의견이다.

김 교수는 “이제는 은행이 스스로 변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기술기업들은 은행이 자기 시장을 잠식(카니발라이제이션)한다는 관점에서 핀테크를 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도 안전하다는 것을 설득하고 검증해야 하고 핀테크 기술을 상품화시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가 제시한 ‘중재자’는 전문가다. 핀테크의 요건인 금융과 IT 분야 이해와 지식, 경험을 갖추고 있는 전문가여야 한다. 보안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다. 막대한 돈이 오가는 금융 서비스의 신뢰성과 안전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있어 앞으로 금융과 IT, 보안 분야에 경험과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금융 보안전문가의 경우에도 보안 기술만이 아니라 금융업에 대한 이해와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CISO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통제하는 것에만 주력하면 안된다”면서 “금융 비즈니스가 잘 되도록 지원하고 보안을 차별화된 비즈니스 경쟁요소로 내세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김 교수 역시 은행에서 정보보호본부라는 독립된 부서를 처음 이끈 CISO여서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이 부분에 역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하고자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벌였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 3월 아주대 산·학협력교수로 부임했다. 스스로 핀테크 시대에 필요한 가교역할을 자처하며 학교·연구실에서, 금융사와 IT기업들과 협업하면서 금융·보안·IT 분야 전문인재 배출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한 학기 동안 김 교수는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학생들에게 정보보호 법제도와 정책을 강의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정보통신기반보호법부터 신용정보법,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금융거래감독규정 등까지 정보보호와 금융보안 관련 법률을 다룬다. 금융 분야 컨설턴트, CISO 경험을 활용해 법적지식뿐 아니라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실무경험을 풀어내고 있다.

아주대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보보호 인재양성을 위해 지정한 정보보호 특성화 대학이다. 사이버보안학과는 정보보호 특성화 대학에 선정되면서 새롭게 신설됐다.

김 교수는 앞으로 핀테크 보안, 해킹과 디지털포렌식 분야의 강의와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산업계와 협력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안관제 연구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외부로부터 침입을 감지하기 위해 각종 보안·IT 시스템에서 나오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보안은 AI 기술을 활용하면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 김 교수의 얘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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