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I/O속 미래 개발자 회의, ‘유스I/O’

구글 I/O는 구글과 관련된 개발자들을 위한 거대한 컨퍼런스이자, 구글이라는 주제로 모인 개발자들의 축제이기도 합니다. 본 행사는 5월18일부터 시작되지만 전날부터 이미 행사장은 축제 분위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본 개발자 회의에 앞서 행사가 열리는 마운틴뷰의 쇼라인 엠피씨어터에서는 또 하나의 작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유스I/O입니다. 미래의 개발자, 그러니까 이 인근 지역 학교에 다니는 3~8학년 사이의 아이들이 모여 미래의 개발자와 창업자에 대한 꿈을 꾸고, 그 꿈을 키울 수 있는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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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찌감치 120명의 아이들과 구글 스텝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이 자리를 꽉 메웠습니다. 이 유스I/O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고, 올해부터는 본 구글I/O 전날을 통째로 빼서 하루 종일 아이들이 개발자가 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올해 주제는 ‘나만의 몬스터 만들기’입니다.

행사는 시작 전부터 시끌시끌합니다. 성인 개발자 행사 못지 않게 준비도 탄탄하게 갖췄습니다. 여러 테이블에는 간단한 코딩을 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들과 3D프린터, VR, 블록 등이 마련됐고, 곳곳에 아이들이 마실 수 있는 음료와 과자들이 곳곳에 깔려 있습니다.

여러 연사들이 무대에 올라 키노트 형식의 발표들을 이어 갔습니다. 개회사는 구글 엔지니어링 부사장인 파브니 디완지가 맡았습니다. 그는 자바 개발자인데, 아이들에게 꺼낸 인사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마인크래프트도 자바로 만들었다”였습니다. 본인의 업무를 아이들에게 이 보다 더 잘 전달할 수는 없을 겁니다. 좋아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이 바로 개발자고, 그에 대한 호기심과 컴퓨터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요즘 아이들을 위한 코딩 교육의 방법입니다. 구글도 구글답게 유스I/O의 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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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빗서커스의 브렌트 부시넬 CEO도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지금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데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부시넬 CEO는 아이들에게 늘 메모지에 궁금한 부분들을 적고, 고민을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보라고 주문합니다. 요즘 강조되는 협업과 컴퓨터 사고 능력입니다. 사실 이렇게 거창하게 이야기할 것도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혼자 풀 수 없고, 정답도 없습니다. 경쟁보다도 동료들과 의지하면서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코딩이나 수학, 과학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코딩 교육, 프로그래밍 교육이라고 해서 기계적으로 코드를 치는 방법에 힘을 싣는다기보다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함께 풀 팀을 구성하면 저절로 그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는 게 코딩이고 수학입니다. 디완지 부사장이나 부시넬 CEO는 모두 게임을 좋아했고, 게임에 대한 관심이 현재 일로 연결된다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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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드(Nerd)가 있으면 손 들어보라” 부시넬 CEO는 너드에 대한 답답하고 부정적인 시각보다도 빠져들어서 집중하고, 관심 갖는 분야에 뛰어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무대에 오른 연사들이 모두 키노트의 시작을 자기의 어릴 적 사진을 꺼내 놓았다는 점입니다. “내가 어릴 때는 이랬어”라는 메시지이긴 한데, 그 자체로 아이들은 발표자들에게 더 동질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키노트가 끝난 뒤에는 행사장이 여러 주제로 분리되어서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됐습니다. 이날 자리에는 기초 코딩 교육에 많이 쓰이는 스크래치의 모바일 버전이 처음으로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스크래치를 처음 만든 MIT 미디어랩의 카시아 크미에린스키 프로덕트 리드가 직접 참석해 아이들과 레고를 이용한 스크래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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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이날 스크래치는 큼직한 변신을 했습니다. ‘스크래치 블록’이라고 이름붙인 새 스크래치가 등장한 것이지요. 그 동안 스크래치는 PC와 키보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스크래치 블록은 모바일 기기에서 터치 스크린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만든 도구입니다. 아이콘 기반으로 쉽게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스크린 키보드를 이용해 기존 스크래치처럼 코딩할 수 있는 환경도 있습니다.

카시아 크미에린스키는 “태블릿에서 손가락으로 두드리고 끌어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실제 레고 블록으로 만든 모터가 돌아가고, 조명이 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새 스크래치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기기를 조작하고, 그 결과를 눈 앞에서 보는 경험은 크게 봤을 때 구글 지도처럼 커다란 데이터를 직접 다루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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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션에서 눈길을 끌었던 또 하나의 주제는 ‘디자인’ 부분이었습니다. 이날 눈에 띄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맥스라는 이름의 이 아이는 아이언맨처럼 손에 로봇 팔을 끼고 있었습니다. 맥스는 손가락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아이인데, 3D 프린터로 로봇팔을 만들어 실제 손가락처럼 사물을 만질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장에서도 밝은 얼굴로 많은 사람들과 로봇팔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실제 맥스의 로봇팔은 맥스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3D 프린터로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은 그 어떤 제품 개발 프로젝트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 사이 여러 차례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지금은 여러 버전을 거쳐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로봇 팔을 완성했습니다. 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 때문에 불편해 하거나 얼굴에 그늘이 지지도 않았습니다. 장애를, 또 불편을 함께 받아들이는 환경에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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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스I/O를 끝까지 자리하지는 못했지만 이 공간에 모인 아이들은 분위기에 즐거워했고, 또 갖고 싶었던 것들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에 들떠 있었습니다. 8살 에스메랄다는 “내가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대된다”고 부끄럽게 이야기 했습니다. 사진 속에 담긴 아이들의 표정이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래의 개발 환경, 그리고 그를 위한 코딩 교육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지 돌아볼 때인 듯 합니다. 오늘밤 이 아이들은 어떤 꿈을 꿀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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