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가 바라보는 OS의 방향성, 그리고 표준화

4월20일 드디어 티맥스OS가 발표됐습니다. OS는 티맥스의 오랜 꿈이자 중요한 목표이기도 합니다. 사실 지난 2009년 티맥스 윈도우를 발표하면서 여러가지 말썽을 빚은 바 있었고, 이 때문에 티맥스의 운영체제 도전은 그 자체로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스스로의 자원을 이용해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결과물이든 과정이든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7년 전 티맥스 윈도우를 발표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발표 내용이 어수선한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제품에 대해서는 기대되는 부분도 있고, 뭘 방향성으로 잡고 있는지도 알겠는데 부가적인 설명이 길어지면서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이 티맥스OS의 색을 흐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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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OS의 표준화’와 ‘오픈소스 배제’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티맥스OS 발표의 첫마디는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의 정의에서 시작합니다. 다소 기술적인 면에 대한 부분도 있고, 시스템 커널과 런타임 플랫폼이 분리되어야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이야기로 유닉스에 대한 특징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론은 기술이 공개되어 있는 유닉스 기반의 운영체제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티맥스는 2009년에 티맥스 윈도우를 발표하면서도 MS가 소스를 공개하지 않고 독점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체제를 만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MS가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표준 OS를 개발하고자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OS에도 표준화가 필요하고, MS도 그 표준에 맞춰서 같이 경쟁해야 한다는 것까지는 안 갔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MS가 소스를 공개하지 않는 게 불공정한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티맥스OS가 지향하는 방향성 자체는 최신 유행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개방성 플랫폼입니다. 티맥스OS는 FreeBSD 기반의 운영체제입니다. 애플의 OS X과 iOS의 뿌리도 이 FreeBSD입니다. 기반 기술이 오픈소스로 열려 있는 유닉스 계열 운영체제지요. 여기에 프레임워크를 쌓아서 응용프로그램을 돌아가도록 만드는 구조입니다. 티맥스가 강조하는 것은 호환레이어입니다. 다른 운영체제의 응용프로그램도 티맥스OS에서 작동하고, 티맥스OS에서 개발한 응용프로그램을 다른 운영체제에서도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티맥스는 통합 개발 도구인 TOP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 놓았습니다. “TOP는 티맥스OS의 개발 엔진이자 런타임 엔진”이라고 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운영체제는 각 환경에 맞는 프레임워크를 짜고 그 플랫폼에 맞는 개발 언어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응용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어도 여러 운영체제에 모두 동시 배포해야 하는 것이 요즘 상황이기 때문에 개발 자원의 낭비가 심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개발 도구는 서서히 통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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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티맥스만의 방향성은 아닙니다. 티맥스가 지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근 운영체제 전략도 구체적인 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흐름을 갖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빌드2016에서 선보였던 우분투 배시(BASH) 셸 도입이나 자마린(Xamarin)의 비주얼 스튜디오 통합입니다. 운영체제는 이제 그 폐쇄성을 무기로 수익을 만드는 독점 비즈니스의 역할을 내려놓고 있지요. 개발 도구도 운영체제가 가르는 게 아니라 용도에 따라 갈리는 통합을 꿈꾸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흐름은 확실해 보입니다.

티맥스OS의 목표도 비슷해 보입니다. 단순 윈도우 호환 운영체제를 꿈꾸던 티맥스 윈도우와 다른 점도 그 부분입니다. 티맥스는 자바처럼 자체적인 런타임 엔진을 이용해서 다른 운영체제에 대한 호환성을 만들고, 운영체제 내에는 호환 레이어를 두어 다른 플랫폼의 앱 환경도 끌어안는다는 전략인 셈이지요. 실제로 온전하게 구현이 된다면 완전한 운영체제의 형태이긴 합니다. 티맥스는 “10월 출시때는 99.9%가 아니라 100% 상태로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자신을 내비췄습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티맥스의 기술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윈도우의 커널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데모에서는 윈도우용으로 만든 오피스를 이용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완벽하다고 설명했는데, 지금 굳이 오피스2007을 돌릴 이유는 없을 겁니다.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면 과거 티맥스 윈도우를 개발하던 소스가 재활용됐거나, 윈도우XP의 런타임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적어도 윈도우10의 마이크로 커널에 벌써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보입니다. 적어도 오피스2013 정도라도 썼으면 불필요한 오해는 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현재 티맥스는 자체 개발 레이어로 윈도우를 끌어안고 있고, 윈도우 에뮬레이터인 와인(WINE)을 이용하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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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맥스OS의 주 용도는 무엇이 될까요? 티맥스OS는 무료로 배포하는 개인용도의 홈 에디션을 비롯해 유료 모델인 프로페셔널과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등 세 가지로 제품을 나누어 판매할 계획입니다. 전용 오피스와 웹 브라우저도 함께 출시합니다. 아직 개인이 이 운영체제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복잡한 윈도우 호환성에 대한 부분보다도 티맥스의 데이터베이스와 미들웨어 시스템을 아우르는 어플라이언스 운영체제 정도로 자리 잡는 것도 하나의 방향성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주 경쟁자가 윈도우가 아니라 레드햇 등의 리눅스가 됐으면 싶은 아쉬움도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발표 이후 티맥스OS에 대한 궁금증은 더 커졌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조심스럽습니다. 그만큼 운영체제는 어려운 산업입니다. 티맥스OS는 7월부터 일반인들도 내려받을 수 있는 오픈 베타 테스트를 시작합니다. 기존 시장의 대체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새로 열리는 운영체제가 될 것이라는 티맥스의 바람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바이라인 네트워크
<최호섭 기자>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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