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동대문 옷을 온라인에서 살까

대한민국은 온라인 쇼핑몰의 나라입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업체 카페24에 따르면, 국내에 무려 100만 개의 온라인 쇼핑몰이 있다고 합니다. 이 중 상당수는 의류, 액서서리, 신발 등을 판매하는 패션 쇼핑몰들입니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은 아닙니다. ‘스타일난다’처럼 백화점에 입점할 정도로 브랜드 가치가 커지는 경우도 있고,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 아닙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스타일’이 가장 중요한 성공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쇼핑몰 창업자들이 패션 디자이너는 아닙니다. 그들은 대부분 동대문과 같은 도매 시장 등에서 옷을 도매로 구매해 소매로 판매합니다. 동대문 시장에서도 파는 옷이라는 얘기죠. 사람들은 왜 동대문 옷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살까요?

바로 ‘스타일’입니다. 어떤 스타일의 옷을, 어떻게 웹상에 전시하느냐가 패션 쇼핑몰의 성공비결입니다. 아무리 다양한 옷을 저렴하게 판매해도 ‘스타일’이 없다면 성공하기 힘들죠.

온라인 쇼핑몰은 스타일이 IT기술과 만나 콘텐츠로 진화한 커머스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림1이 사진은 ‘핫핑’이라는 쇼핑몰에 올라온 것입니다. 바지를 소개하기 위한 사진이죠.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청바지가 잘 늘어나서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죠? 이 사진 이외에도 편한 청바지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다양한 포즈의 사진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이나, 기존 종합쇼핑몰에선 이런 식으로 옷의 질감과 특징을 표현하긴 어렵습니다.

동영상도 활용합니다. 사람들은 쇼핑몰에 들어와 날씬해 보이게 옷 입는 법, 의상에 어울리는 화장법 같은 특강을 듣고 해당 상품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vimeo 159909094 w=500 h=281]같은 옷이라도 쇼핑몰마다 그 옷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이미지, 동영상, 웹툰 등 온라인에서 IT로 구현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스타일을 표현하게 되죠. 미용실마다 깔려있던 패션잡지의 역할을 지금은 전문쇼핑몰이 하고 있는 셈입니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시간과 돈을 쇼핑몰에서 쓰게 하려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줘야 합니다. “아, 이곳엔 내가 원하는 물건, 내 스타일에 맞는 물건이 많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패션 쇼핑몰은 네타포르테입니다. 럭셔리 온라인 패션 스토어를 지향하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1조65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난 해 이탈리아의 육스라는 회사에서 네타포르테를 인수했는데, 이 인수 경쟁에 아마존까지 뛰어들었었다고 하네요.

주목할 점은 네타포르테의 창업자 나탈리 매스넷이 WWD, 테틀러, W매거진 패션 매거진의 에디터 출신이라는 것입니다. 네타포르테는 패션 저널리즘과 온라인 쇼핑을 결합해 새로운 경험을 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스타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패션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에 네타포르테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 패션 커머스는 더 상품의 종류나 가격보다는 스타일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일, 즉 고객 경험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패션 쇼핑몰의 운명이 갈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네타포르테와 같은 글로벌 쇼핑몰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글. 바이라인 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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