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정부 AI 컨트롤타워가 해야할 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벤트가 엄청난 관심을 받자 정부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컨트롤 타워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미래부는 올해를 ‘지능정보사회 진입 원년’이라며, 지능정보사회 로드맵 태스크포스 등을 운영해왔었다.

정부가 AI 컨트롤 타워를 세운다고 하자 IT업계는 한숨부터 내쉰다. 이런 종류의 정부 정책을 전혀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IT분야, 특히 소프트웨어 관련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뭔가를 진흥해 보겠다며 조직을 만들고 예산을 투입한 사업 중에 목표한 효과를 거둔 사례는 거의 없다. 이런 사업의 대부분은 몇몇 기업이나 산하기관에 ‘눈먼 돈’을 나눠주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형 XXX’로 불렸던 이런 사업의 결과물들은 요란하게 발표된  이후, 눈 깜짝할 사이에 시장과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AI 컨트롤 타워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I  시대를 맞이하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다만 AI 기술 개발이 정부가 해야 할은 아니다. 수많은 한국형 XXX에서 볼 수 있듯 정부 주도로 무언가를 만든다고 해봐야 수준도 떨어지고, 활용도도 높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경쟁 구도 속에서 시장과 고객의 필요에 맞게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알파고를 영국 정부가 개발한 것이 아니라 게임 개발자가 설립한 스타트업이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하자.

정부의 AI 컨트롤 타워가 해야 할 일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의 발전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문제를 대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전문가들이 AI가 현존하는 직업의 상당수를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2013년 7월에 발표된 옥스포드 대학의 ‘고용의 미래’라는 논문에서 로봇은 미국 내 702개 직업 가운데 47%를 교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기술과 다르게 AI는 고소득 전문직의 직종까지 위협한다. 예를 들어 증권회사의 펀드매니저보다 AI가 운용하는 펀드가 수익률이 더 높다고 한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지식기반 전문직도 AI의 발전으로 위협받는 직종이다.

이런 일이 일반화 되면 당연히 실업률은 올라가고 사회는 불안해질 수 있다. 별다른 대처 없이 이런 시대가 도래하면, 어떤 혼란이 야기될지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AI는 늙지도, 은퇴하지도 않는다. 한번 AI에 빼앗긴 직업을 인간이 다시 찾아오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다고 해서, 당장 AI가 수많은 직업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막연히 낙관하면 곤란하다. AI의 발전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은 알바고와의 대국에 앞서 5대 0으로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가 자신했던 이유는 알파고의 빠른 발전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구단은 지난 10월 알파고와 유럽 바둑 챔피언 판후이 대국의 기보를 본 후, 알파고의 수준이 자신에 겨루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봤듯 불과 4~5개월만에 알파고는 세계최고 수준의 바둑실력으로 발전했다.

사피엔스라는 책으로 유명한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 유발 하라리는 “2100년에는 현재의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사라질 것”라고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시대의 지배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가 창조한 무언가가 될 것이다. 그는 “생명이 비유기화합물의 영역으로 뛰어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인간의 마음이 오늘날의 디지털 컴퓨터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리라는 데 대해 모든 학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했다.

AI가 가져올 세상이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디스토피아가 될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고, 이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비책이 마련돼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부 AI 컨트롤 타워가 할 일이다.

글. 바이라인 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