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은 왜 IT가 아닌가요?”

12722578_968435226558609_1316302477_o.jpg얼마 전에 나온 뉴스죠. 쇼핑몰 솔루션 업체 카페24를 통해 개설된 온라인 쇼핑몰이 93만 개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창업 수가 매해 10%씩 늘고 있다고 하니, 연내 100만 개를 돌파할 듯 보입니다.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6년 2월 기준 20세 이상 한국 성인 인구 수는 약 4129만 명입니다.  단순하게 계산한다면, 성인 마흔 명 중 한 명은 온라인으로 가게를 열어봤단 얘기가 되겠네요. 거래액도 4조6000억원이라고 합니다. 가히 온라인 창업의 나라라고 할 만합니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라인 창업을 할 수 있었을까요?

쉽게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은 인터넷 쇼핑몰을 열 아이템과 상품만 있다면 누구라도 금방 쇼핑몰을 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환경이 익숙하지만, 전 세계 국가 모두 이런 환경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기통신 관련 중 세계 최고 국제기구인 ITU에선 2009년부터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지수’를 조사하고 발표합니다. 주로 인터넷 인프라가 얼마나 깔렸는지, 국민이 얼마나 쉽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학습됐는지를 평가하는데요, 한국은 2014년 딱 한 번(2위)을 제외하곤 2015년까지 늘 1위를 차지했습니다.

2015년 ITU ICT 발전지수 TOP 10

이런 선진적인 IT환경이 없었다면 인터넷 쇼핑몰은 현재와 같은 발전을 이루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인터넷이 발전했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빨리 도입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관습과 생각,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요즘 10~20대를 두고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부릅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시대를 경험했다는 의미입니다. 초고속 인터넷이 깔린 1990년대 후반부터, PC와 인터넷을 어릴 때부터 접한 디지털 1세대가 출현했습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대화하고, TV를 보고, 게임을 하고, 관심 있는 상품을 찾고, 물건을 구매해본 경험을 쌓은 첫 세대죠. IT인프라의 발전 덕분에 한국에서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가장 먼저 태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노는 것이 오프라인보다 쉽고 재미있다고 느끼는 세대는 직업도 여기에서 찾을 가능성이 큽니다. 온라인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이해도 깊기 때문이죠.

게다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인터넷에 대한 기본 이해와 활용 능력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온라인 쇼핑몰을 만드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쇼핑몰 솔루션 서비스 업체 카페24에 따르면, 2006년에 이 회사 솔루션을 써서 창업한 몰의 수가 10만 개를 넘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 이미 온라인 쇼핑몰 창업이 아주 활발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카페24를 통해 서비스하는 온라인 쇼핑몰들

최근엔 글로벌을 무대로 하는 창업자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로 된 쇼핑몰을 만드는 한국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의 온라인 쇼핑몰 산업은 내수 산업이었는데, 이제 수출 산업으로까지 발전하게 될 전망입니다.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 난다’의 중국어판

온라인 쇼핑몰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인터넷, IT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예전보다 빠르게 국경 너머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해야 하고, 재고 관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물류를 선진화하는 것은 IT가 없인 불가능하죠. 그래서 전통적인 유통 관점에서만 보면 온라인 수출을 육성하기 힘듭니다.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이끄는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를 사람들은 IT업체라 일컫지, 단순 유통업체라고 하지 않습니다.

살펴보면, 전자상거래는 IT 발전과 맞물려 커왔습니다. 일단 인터넷이 기본이 됐고, 그 위에서 IT 기술을 젖줄 삼아 성장한 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쇼핑몰을 ‘유통’의 관점으로만 봅니다. 전자상거래는 사실 IT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키워줘야 성장할 수 있는 부문입니다.

유통과 IT를 이분법으로 나누는 구시대적 사고가 이 시장의 발전을 막는 요소가 아닐까요.

글. 바이라인 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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