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vs 신한카드, 대리운전 동상이몽

최근 신한카드가 대리운전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신한 앱카드에서 대리운전을 호출해서 결제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을 넣는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있는 기능인데, 신한카드 측은 이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전국 6개 지역의 주요 대리운전 업체와 계약을 맺는다고 합니다.

모바일 대리운전 앱 시장은 카카오가 이미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분야입니다. 카카오는 3월 내에 ‘카카오 드라이버’라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3월 중 대리기사용 앱을 내놓고, 상반기에 손님용 앱까지 출시하겠다고 합니다.

국내 1위 카드사와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 회사가 대리운전이라는 분야에서 맞붙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다소 어색하지만 O2O(Online to Offline, Offline to Online)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인 듯 합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대리운전 시장을 바라보는 두 회사의 전략과 목표가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우선 신한카드는 시존 대리운전 시장의 파괴자가 될 계획이 없어 보입니다. 기존의 주요 대리운전 업체와 제휴를 맺는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신한카드의 접근방식은 대리기사-중계업체-손님이라는 가치사슬에 변화를 주지 않습니다. 손님이 앱 카드로 대리운전을 호출하면, 기존 중계업체들이 대리기사를 배차합니다.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호출하는 방식이 전화에서 모바일 앱으로 바뀐다는 점과 결제가 카드로 이뤄진다는 점뿐입니다.

신한카드가 대리운전 시장에 들어가는 이유는 현금결제가 주를 이루는 대리운전 시장에 신용카드라는 결제수단을 확산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카드결제가 늘어나면 당연히 신한카드의 수익이 늘어납니다. 이 때문에 신한카드는 별도의 콜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카카오의 전력은 신한카드와 전혀 다릅니다. ‘카카오 드라이버’는 대리운전 시장의 파괴자입니다. 카카오 드라이버는 대리기사와 승객을 직접 연결합니다. 이는 대리운전 생태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카카오는 대리운전 회사가 아닌 대리기사들과 만나고 있다.

카카오 드라이버가 활성화 되면 기존의 대리운전 회사(중계업체)나 대리운전 프로그램 회사는 문을 닫을 지도 모릅니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20~30%의 높은 수수료와 프로그램 사용료 때문에 불만이 많은데, 카카오 드라이버가 낮은 수수료로 접근한다면 대리기사들이 기존 중계업체를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카카오택시의 사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택시가 등장한 이후 기존 콜택시 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졌습니다. 택시기사들이 공짜로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카카오택시로 몰려갔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택시는 콜택시 시장의 70%를 장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대리운전 회사들이 판교 카카오 사무실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는 이유입니다.

반면 대리기사들은 카카오 드라이버가 빨리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택시는 플랫폼 내에서 공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식으로 기존의 생태계에서 파괴를 일으킵니다. 카카오의 O2O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정주환 최고사업책임자는 지난 주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카카오택시 성공비결에 대해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양방향 맞춤화에 주력했으며그 중에서도 공급자인 택시 기사들에게 우선 집중해 공급자의 선택을 이끌어낸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정주환 최고사업책임자가 MWC 2016에서 카카오택시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기존의 택시 콜센터들은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콜을 받을 때마다 따로 돈을 받아갔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택시기사에게 아무런 비용도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택시기사들이 너도나도 카카오택시 앱을 설치한 이유입니다.

대리운전 기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카오는 대리운전 기사에게 기존 대리운전 회사들보다 훨씬 낮은 수수료를 받을 것입니다. 그래야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겠죠. 이렇게 되면 대리운전 시장은 현재의 모습과 달라질 것입니다.

신한카드는 기존 가치사슬을 유지하면서 신용카드 활용도를 높여 수익을 얻겠다는 전략이라면, 카카오는 기존의 가치사슬을 파괴하고 스스로 공급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입니다. 

실제 두 회사의 모바일 대리운전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네요.

바이라인 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https://www.facebook.com/shimgiza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