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 이젠 다른 길로 간다

roads-320371_640국내 인터넷•모바일 산업을 대표하는 두 회사 ‘네이버’와 ‘카카오’가 서로 다른 길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두 회사는 모두 인터넷 포털(네이버•다음)과 모바일 메신저(라인•카카오톡)라는 두 축으로 성장해왔고, 비즈니스 모델도 유사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두 회사가 각자 다른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키워드 ‘글로벌’과 ‘라이브’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커텍트 2015’ 행사에서 김상헌 대표는 네이버의 전략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글로벌’과 ‘라이브’를 꼽았다.

‘글로벌’은 일본과 동남아에서 성공을 거둔 라인의 브랜드를 앞세워 네이버의 다른 서비스를 세계 시장으로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포털 서비스 전체를 들고 나갈 수는 없다. 이 전략은 이미 지난 15년 전에 실행해 봤으며, 쓴 실패를 맛봤다. 이번 에는 각 나라의 특성을 파악해 네이버의 개별 서비스 별로 해외진출을 시도한다.

네이버 김상헌 대표는 “밴드, 웹툰, V앱, 웍스모바일 등 각각의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면서 “경쟁상대는 글로벌의 거인들이며,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역량에 더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라이브’ 전략은 기존 포털 서비스의 고도화를 의미한다. 사용자 환경 변화에 맞춰 맞춤형,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은 “사용자의 연령이나 성별, 디바이스 등과 같은 고정적인 요소뿐 아니라 위치, 취향, 관심사, 이용 상황과 같은 가변적 요소를 분석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사용자의 콘텍스트(Context, 전후맥락)를 파악하고 이에 최적화된 형태의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취지로 네이버는 내년 1월 ‘라이브 검색’이라는 새로운 모바일 검색을 선보일 예정이다. 검색 결과에 좋아요 댓글과 같은 사용자의 피브백 정보를 반영하고, 관심사가 유사한 사용자들의 정보도 활용할 계획이다. 또 날씨 시간 장소 등 사용자의 상황을 고려해 검색 결과를 각기 다르게 보여주겠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카카오의 키워드 ‘온디맨드(On Demand)’

카카오의 키워드는 ‘온디맨드’다. 온디맨드란 사용자의 요구가 있을 때 즉시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VoD(Video on Demand)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TV에서 영화를 보려면 방송국이 방영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IPTV의 VoD를 이용하면 보고 싶은 영화를 아무 때나 볼 수 있다.

카카오의 온디맨드 전략은 O2O와 맞닿아 있다. 오프라인의 한계로 인해 사용자의 요구가 즉시 해결되지 않는 분야를 온라인화 해서 온디맨드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이다. 이전에 이용자들은 택시를 이용하려 할 때 언제 올지 모르는 빈 택시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이제는 택시를 타고 싶을 때 카카오택시 앱으로 즉시 부를 수 있다.

카카오 최세훈 CFO는 지난 12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온디맨드 중에서도 교통, 홈서비스, 딜리버리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1~2년간 분기별로 1~2개씩 새로운 O2O서비스 출시 및 오프라인 시장, 투자 계획 등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신사업, 네이버는 시장확장•고도화

카카오와 네이버의 전략의 차이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적극적인 반면, 네이버는 거리를 둔다.

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과 함께 카카오뱅크컨소시움을 구성하고 정부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상헌 대표는 “(은행은) 우리 역량이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보는 시각차에서 느낄 수 있듯 카카오는 새로운 분야 진출에 적극적인 반면, 네이버는 새로운 산업에 진출에 소극적이다. 네이버는 대신 해외진출과 같은 시장 확장이나 라이브 검색 등 포털 역량 고도화에 더 관심이 많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온드맨드를 강조하면서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언제든 제공하는 온디맨드를 통해 모바일 2.0 시대를 열어가겠다”며 “온디맨드는 우리가 해왔던 생활습관이 모두 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엄살이 아니라 네이버는 늘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이 문제를 글로벌이라는 화두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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