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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기술이 영어 회화를 구원할 수 있을까?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바이어의 영어는 쉽죠. 그런데 세일즈 하는 사람의 영어는 더 간절해야 하잖아요? 어떤 목표를 갖고 열심히 뛰어가는 사람과 협업하거나 경쟁하려면, 세일즈하는 사람의 영어를 해야 하는 거죠.”

영어회화 앱을 만드는 스타트업 ‘링글’의 이성파 대표는 한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미국으로 건너가 취업했다. 그리고 충격을 받았다. 한마디로, “내가 말을 잘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은 기본적으로 토론 문화를 중요시 한다. 어떤 사안을 놓고 치열하게 의견을 교환하는데, 여기서 말이 밀리는 것은 분명 불리한 일이다. 일단 내가 하고픈 말을 정확한 표현으로 해내야 하는데 비영어권에서 자란 이들에게 그런 행동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꽤 많은 스타트업이 창업을 했다. 링글도 그런 회사 중 하나다. 링글은 영어로 사고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에 가서 “여기 커피 한 잔이요”를 주문할 순 있지만, “왜 아메리카노가 라떼보다 잘 팔리느냐”를 설명하기는 힘들다는 점에 착안했다.

최근 서울 강남에 위치한 링글의 사무실에서 이성파 대표를 만났다. 그에게 첫 질문으로 “영어 회사 시장은 레드오션 아니냐”고 물었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시장이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해결을 하지 못한 시장”이라는 답이 나왔다. 덧붙여 말하자면, 영어로 깊이 있는 토론을 할 수 있는 이는 더더욱 드물다는 것이 그가 보는 이 시장의 근본적 문제다.

“저는 미국에서 회사를 다녔지만, 영어에 24시간 노출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 영어가 틀렸는지 맞았는지, 아무도 지적해주지도 않고요.”

이성파 대표도 한국에서는 영어를 꽤 잘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상사와 동료를 설득하고 토론해야 하는 영어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고 했다. 게다가 동료들이 자신의 말이 어떤 부분에서 정확하지 않은지 조언하지 않았다.  모두가 바쁘기도 하지만, 외국인이라고 해서 “당신의 말이 이건 틀렸어”라고 지적하는 것은 대체로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다. 무조건 외국인을 많이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이 대표는 이때 깨달았다고 했다.

이성파 링글 대표

 

아주 영어를 못하는 사람은 링글의 타깃이 될 순 없겠다

타깃에 대해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고 있다. 지금 당장에는 초보 타깃이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어에 있어서 초보와 숙련자의 경계도 굉장히 애매하다. 초보의 경우에도 머릿속에 사고가 있으면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링글 서비스를 초보 역시 활용할 수 있게 될거라고 본다.

사고의 구조를 잡아준다는 점에서 링글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나?

예를 들어 링글은 커피숍에 가서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은 확실히 아니다. 대신,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왜 카페라떼보다 더 잘 팔리는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고 질문을 던지는 곳이다.

그런 질문에는 한국어로도 아무 말 못할 것 같은데(웃음)

그렇다. 영어 그자체보다 생각하는 법에 포커스가 되어 있다.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생각을 영어로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사람들이 영어로 사고하도록 하는데 링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튜터들이 그 역할을 한다. 아주 넓은 주제의 토픽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의 튜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링글의 강점이다. 예를 들어서 최근 다뤘던 주제 중 하나가 “리더로서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였다. 또 다른 주제로는 “협상이란 무엇인가” 같은 것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관심있어야 할 만한 주제에 몰입해 대화하려면 튜터 역시 이 주제에 몰입해야 한다. 튜터가 학생에게 생각을 주입할 수는 없다. 다만, 가르치는 사람이 몰입해야 학생도 생각하는 과정에 몰입할 수 있다.

영어로 생각을 잘 전달하는데, 기술적인 요소가 필요할까?

“당신에게 어떤 교재가 잘 맞는다”라는 추천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대신 이용자들이 계속해 서비스에 들어오도록 구조를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유저의 단계에 따라 계속해 챌린지를 주고,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또, 자신의 영어가 늘고 있는지 아닌지 모니터링할 수 있게 돕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기술적으로 링글은 이 부분을 해결하려 어떤 방법을 찾았나

‘링글독스’라는 걸 개발했다. 수업을 하고 나면 수업 때 튜터가 적어준 코멘트들이 모두 공부를 위한 핵심 부품이 된다. 튜터가 가르친 내용을 활용하기 쉽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형태다. 원래는 구글독스를 썼는데, 제너럴하게 만들어진 폼이 영어학습에 딱 맞는다고는 보이지 않아서 자체 개발하게 됐다.

또, 공부한 스크립트를 보고 유저의 현재 상태를 점수화할 수 있는 기술도 카이스트 연구실과 공동 연구하기도 했다. 그 결과물도 올상반기부터 서서히 서비스에 적용해 나갈 것이다. 유저들에게 “당신의 영어가 여기 이 수준에 있다”라든가 “이것이 여러분의 현재 상태이고, 여기서부터 이런 것을 꾸준히 하면 영어 실력이 이렇게 늘어날 거다”라는 등의 예측을 당연히 제공할 수 있다.

링글 이성파 공동대표, 정다호 개발자, 황민성 개발자. 세 사람은 링글독스를 함께 개발했다.

링글독스와 마찬가지로 링글은 영어 회화 실력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여러 기술을 도입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서비스하는 아마존 트랜스크라이브(Amazon Transcribe) 같은 것이다. 학생과 튜터와의 대화 내용을 음성과 스크립트로 제공할 수 있게 한 기술인데, 앞서 언급한 링글독스에도 적용했다.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는지,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교정하는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회사의 인프라는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나

자체 기술을 구축하지만 인프라 일부에는 플랫폼의 것을 가져다 쓰기도 한다. 예컨대 아마존의 엘라스틱캐시(ElastiCache, 애플리케이션 및 데이터베이스 성능을 가속화하거나 데이터 저장을 돕는 캐싱서비스) 같은 것을 우리가 직접 구현하려고 하면 정말로 혼이 빠진다. 본질적인 것, 우리가 스스로 해야할 일에는 집중을 하고 그 외에 기능들은 AWS의 서비스 같은 것을 레고 블록 맞추들 필요한 것만 가져다 끼워 쓴다. 이런 조합을 잘 하는 회사가 역량이 있는 회사다.

기술이 점점 좋아지는데, 종국적으로는 인공지능이 실시간 통번역을 해주므로 영어회화 교육 시장 자체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우리가 하고 있는 프로페셔널한 영어, 또는 돈을 벌 수 있는 영어에 머신러닝 기술이 반영되려면 데이터가 충분해야 한다고 본다. 아직은 제너럴한 데이터가 더 많기 때문에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인공지능이 이를 대체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사람이 주는 긴장감이나 기대감 같은 것을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는 교육 관점에서 볼 때 여전히 미지수라고 본다. 다만, 영어 학습을 굳이 안 해도 되는 분들이 회화 시장에 몰리는 수요는 줄어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몰입형 영어에 대해서는 오히려 시장이 확대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누가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 콘텐츠 시장이 전혀 다르게 바뀔 수 있다.

한국에서는 입시 영어가 가장 큰 시장인데,  앞으로는 입시보다 “영어를 정말 잘 해서 경쟁력을 가져가려는 사람들”을 위한 시장으로 변환될 거라고 이해하면 될까?

AI 기술이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한테 영향을 끼친다면, 과연 입시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사람들이 왜 영어를 공부하고 미팅을 할까, 라는 더 큰 질문이 나올 것 같다. 당장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영어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가장 필요한 인터페이스이므로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잘 하려는 사람을 더 잘 돕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을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글로벌로 나아간다. 지금도 외국에 사는 이용자가 전체 고객 수의 30% 가량 된다. 또 양질의 튜터를 계속해 확보하려 한다.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이 튜터로 참여하는데, 이들이 맡은 학생들이 오히려 튜터에게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정도의 경력자들이라면 여기에서 굉장히 중요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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