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17] 키노트① 애플워치와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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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개발자 컨퍼런스 ‘WWDC17’이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맥엔트리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올해도 5300여명의 개발자들이 모여들었고, 애플은 키노트를 통해 숨가쁘게 새로운 운영체제와 개발환경, 그리고 기기를 선보였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굿모닝”이라는 인사와 함께 무대에 오른 팀 쿡 CEO는 10살, 그리고 82살의 개발자를 언급하며 앱스토어 생태계의 다양성을 자랑했다. 그리고 곧바로 6가지 주제가 키노트에 언급될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곧장 tvOS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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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1 아마존 품은 tvOS

지난해 애플TV는 큰 변화를 겪은 바 있다. tvOS라는 이름을 갖게 됐고, 한번에 모든 서비스에 로그인하는 ‘싱글 사인온’ 등 애플TV가 하나의 콘텐츠 생태계로 자리를 잡는 그림을 그린 바 있다. 올해는 기술적인 업데이트보다 굵직한 콘텐츠 공급자의 진입을 알렸다. 바로 아마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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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애플TV에는 아마존의 콘텐츠가 공급되지 않았다. 사실 아마존은 파이어TV 등 자체 기기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공급했는데, 아마존 역시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하고자 했고, 애플 역시 독점적인 콘텐츠를 갖고 있는 아마존을 끌어안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까 올해 하반기부터는 애플TV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볼 수 있게 된다. 아주 단순한 발표지만 이로서 애플TV는 적어도 미국에서 나오는 모든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됐다.

팀 쿡 CEO는 애플TV에 대해 올 가을에 더 많은 업데이트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곧장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갔다.

주제2 머신러닝 더한 애플워치

다음 주제는 애플워치다. 새로운 운영체제 워치OS4가 발표됐다. 지난해에는 이 자그마한 컴퓨터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보여주었다면 새 워치OS는 기능적인 요소보다 갖고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엿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워치 페이스다. 시리 인텔리전스가 적용된 새 워치 페이스가 공개됐다. 새 워치OS는 머신러닝 기반으로 사용자의 습관을 학습하고, 아이클라우드와 아이폰에 보관된 정보들을 분석해 지금 봐야 하는 정보를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각 정보는 카드처럼 나타나고, 용두를 돌리거나 터치 스크린을 밀어서 다음에 봐야 하는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은 올해 들어 카드 형태의 UI를 꽤 여러 곳에 적용했는데, 이 시리 워치페이스 외에도 애플워치의 사이드 버튼을 누르면 뜨는 멀티태스킹 화면도 세로로 넘기는 카드 형태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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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새 워치 페이스도 더해졌다. 미키마우스와 미니마우스 외에 토이스토리의 우디, 제시, 버즈의 워치페이스를 적용할 수 있다.

운동 부분의 개선은 주목할 만하다. 애플은 애플워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피트니스를 꼽는데, 운동에 대해서 좀 더 현실적이고 정확한 측정이 더해졌다. 여러가지 운동을 복합적으로 할 때 한 세션에 여러가지 운동을 붙일 수 있도록 했고, 실내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애플워치의 센서 외에 헬스 기구와 블루투스로 연결하도록 했다. 애플은 이미 대표적인 헬스 기구 제조사들과 개발을 진행중이다. 올 하반기부터 이 기구가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애플워치를 태그하는 것으로 기구를 연결해 정확한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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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운동을 시작하면 가장 적합한 음악을 찾아서 들려주기도 하고, 저녁 시간이 되면 부족한 운동량을 알려주거나, 개개인에 맞춰 적절한 운동 과제를 주는 등 머신러닝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를 더하기도 했다.

워치OS4에서 비춰지는 것처럼 애플은 머신러닝을 개인 정보를 분석해 사용성을 높여주는 용도로 곳곳에 심어 두었다. 딥러닝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지만 제품과 서비스 곳곳에 머신러닝의 흔적이 엿보이는데 이를 찾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주제3 맥OS와 새로운 맥

애플은 요즘 “맥은 애플에게 가장 중요한 플랫폼”이라는 말을 종종 꺼내곤 한다. 이번 키노트에서도 팀 쿡 CEO는 ‘맥이 창의력과 열정을 모으는 수단’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최근 애플이 내놓는 제품의 무게가 iOS로 기우는 것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하다. 올해 맥OS는 꽤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많다. 애플은 맥에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고 있다.

일단 새 맥OS 10.13의 이름은 ‘하이 시에라’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 부사장이 맥OS의 이름을 언급할 때 단골로 나오는 ‘애플 마케팅 팀의 여행’이 이번에는 시에라 산을 더 깊게 뒤져 ‘하이 시에라’를 목적지로 정했다는 농담으로 새로운 맥OS가 시작됐다. 조금 더 많은 농담이나 극적인 등장을 기대했는데, 이날 키노트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짧은 시간 안에 담겨야 했기 때문에 페더리기 부사장도 곧장 이야기를 본론으로 끌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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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시에라의 사파리 웹브라우저는 더 빨라져서 크롬 브라우저보다 80% 더 빠르게 웹사이트를 보여준다. 사파리의 변화는 작지만 흥미로운데, 웹 서비스를 공급하는 입장이 아니라 철저하게 이용자 중심의 기능들이 선보였다. 웹페이지가 열리면서 비디오나 오디오를 자동 재생하는 사이트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소리를 끄도록 했다. 또한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광고가 따라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인텔리전트 트랙킹 차단’ 기능을 더했다. 머신러닝을 통해 광고 페이지들이 웹 사용 내용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따돌려준다. 무분별한 광고 콘텐츠가 웹 경험을 해치는 것에 대한 경고인 셈이다.

사실 맥OS의 가장 큰 변화는 파일 시스템에 있다. 맥OS는 30여년 전 만든 HFS파일 시스템을 써 왔다. 애플은 APFS라는 새로운 파일 시스템을 발표했다. 기본이 64비트로 처리되고, 파일은 암호화되고, 파일에 대한 반응성이 뛰어나다. 특히 하드디스크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저장 장치를 위해 개발됐다. 파일을 읽고 쓰는 효율성도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같은 디스크 안에서 파일의 사본을 만들 때 하나하나 파일을 복사하는 대신 APFS에서는 대용량 파일을 복제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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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파일의 포맷도 바뀌었다. 애플은 그 동안 동영상 파일의 기준으로 h.264를 활용했다. 압축 효율이 좋고, 스트리밍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맥이나 iOS를 통해 만들어지는 영상의 표준 역시 h.264였다. 하지만 이제 4k로 영상의 기준이 넘어가면서 h.265로 부르는 HEVC 코덱을 표준으로 정했다. 이 코덱은 h.264보다 용량을 40% 더 줄일 수 있으면서 고화질 영상을 처리할 수 있다. 최근 나오는 인텔의 프로세서나 AMD의 그래픽 프로세서도 이 포맷들을 하드웨어적으로 가속하고 있다. 파이널컷 프로 역시 HEVC 코덱을 더 효과적으로 처리한다.

GPU 성능을 끌어낼 수 있는 ‘메탈’은 ‘메탈2’로 업데이트됐다. 그래픽 처리를 위한 API들이 직접 하드웨어에 접근하면서 처리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인데, 메탈2는 기존 메탈에 비해 최대 10배 가량 그래픽 성능을 높일 수 있다. 메탈이 기존 환경보다 10배가량 빨라졌기 때문에 메탈2는 예전 환경에 비해 100배 정도 빨라지는 셈이다. 빨라진 그래픽 성능으로 가상현실 콘텐츠를 만들기에도 유리해졌다. 파이널컷 프로는 360도 영상 콘텐츠를 편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애플은 HTC, 밸브 등과 파트너를 맺고 바이브 VR을 활용하고, 스팀의 게임 콘텐츠를 VR로 보여줄 수 있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새 하드웨어도 선보였다. 아이맥은 인텔의 7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더 나은 그래픽 프로세서 등을 갖췄고, 아이맥의 자랑인 디스플레이는 500니트 밝기에 10비트 디더링으로 10억개 이상의 색을 표현한다. 제품에 따라 기존 세대보다 3배 가량 더 나은 그래픽 성능을 보여주는데, 애플은 이를 VR과 연결했다.

애플은 VR기기가 1초당 90프레임 정도를 뽑아내야 화면에 잔상이 없고 매끄럽게 느껴진다고 판단했고, 새 맥들을 이 기준에 맞췄다. 아이맥 뿐 아니라 맥북 프로 역시 7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넣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였다. 또한 가격도 내려서 맥북 프로 13인치와 아이맥 21.5인치 제품은 기존 1499달러에서 200달러를 내려 1299달러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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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의 깜짝 발표도 이어졌다. 애플은 ‘아이맥 프로’를 발표했다. 고성능 아이맥이다. 맥 프로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애플은 올 초 고성능 아이맥과 새로운 맥 프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고성능 아이맥이 먼저 발표된 것이다.

이 아이맥은 인텔의 제온 프로세서가 들어가는데 8코어와 10코어, 그리고 최대 18코어 프로세서를 고를 수 있다. 단순히 프로세서만 들어간 게 아니라 열 설계 구조를 완전히 새로 짜서 냉각 효과를 80% 정도 끌어 올렸다. AMD의 레이디언 베가 그래픽 프로세서로 11테라 플롭스의 그래피 처리 성능을 낸다. 이를 통해 VR 콘텐츠나 머신러닝 처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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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페이스 그레이로 처리된 외형은 디자인부터 일반 아이맥과 차별화된다. 값은 4999달러부터 시작하고, 실제 제품은 올해 12월에 출시된다. 새로운 아이맥과 맥북 프로는 오늘부터 곧바로 판매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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