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보니] 애플은 왜 새빨간 아이폰을 내놨나

애플이 지난 21일 밤 갑자기 새로운 제품들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 단연 주목받은 제품은 바로 빨간색 아이폰7이었다. 이 제품은 조금 먼저 만져볼 기회를 얻었다.

일단 이 제품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신제품 효과가 한풀 꺾인 애플의 컬러 마케팅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8을 내놓기 일주일 전이기 때문에 시기는 조금 묘하다. 오해를 살 수는 있지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이 제품의 목적은 당장의 수익보다 에이즈 퇴치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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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아이폰의 정식 이름도 ‘레드 피니시’ 따위가 아니라 ‘아이폰7 프로덕트 레드 스페셜 에디션(iPhone 7 Plus (PRODUCT)RED Special Edition)’다. 프로덕트 레드는 제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해 에이즈 퇴치 연구와 약을 구입하는 데 쓰이는 제품이다. 이 일을 하는 레드 재단은 애플과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는 록 그룹 U2의 보노가 애초 기획해서 세운 바 있다. 피를 뜻하는 빨간색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노는 스티브 잡스를 비롯해 애플에 이 아이디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이야기했고, 그 인연으로 애플은 지금까지도 이 레드 재단에 적극적으로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애플이 이번에 밝힌 레드 재단의 총 모금액은 4억6천만 달러인데, 그 중 1억3천만 달러 이상이 애플 제품을 판매해서 나온 수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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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애플은 빨간색 아이팟을 비롯해, 애플워치 밴드, 그리고 근래 인수한 비츠 오디오의 스피커 등을 프로덕트 레드 제품으로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원통 모양의 맥 프로 딱 한 대에 빨간 색을 입혀 경매로 판매하기도 했다. 당시에 이 제품은 97만7천달러, 우리 돈 약 11억원에 팔리면서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을 알리는 게 큰 역할을 했던 바 있다.

하지만 애플은 주력 제품인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에는 이 프로덕트 레드를 만들지 않았다. 아이폰, 아이패드용 케이스는 있었지만 제품에 빨간색을 입힌 적은 없다. 이따금 빨간 아이폰이 나올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긴 했지만 몇 년째 돌던 소문이었다. 그 제품이 갑자기 나오면서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시기가 조금 묘하긴 하다. 아, 삼성전자를 연관 지으려는 건 아니다. 업계가 프로덕트 레드 제품을 새로 내놓는 건 보통 11월 말이다. 12월1일이 ‘세계 에이즈의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1일에도 애플은 빨간색의 아이폰 케이스와 비츠 필 블루투스 스피커 등 제품과 함께 앱스토어에 앱을 올린 개발자들과 소프트웨어로 프로덕트 레드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운 좋게도 이때 뉴욕에서 열린 자그마한 행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때 늘어놓은 제품들을 보면서 ‘저기에 아이폰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12월은 어쨌든 연말을 앞두고 아이폰 생산이 가장 숨가쁜 시기다. 어찌 보면 생산에 조금 여유가 생긴 지금 나오는 건 시기적으로 생뚱맞긴 해도 현실적인 시기이긴 하다. 또한 레드는 일년 내내 진행되는 캠페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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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간으로 3월25일을 시작으로 이 아이폰7 프로덕트 레드가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예약이라고 하지만 사실 다음주면 곧장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모양이다. 다만 이 제품이 전략적인 제품이 아니고, 기부가 뒤따르는 이벤트성 제품이기 때문에 애플은 그 수량을 제한한다. 정확히 ‘몇 대’를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한정된 수량만 팔 듯하다. 색깔 외에 하드웨어 구성이 달라지지 않았고 기부 프로그램이 들어있긴 하지만 가격도 다른 제품과 똑같다. 다만 용량은 128GB와 256GB 제품만 나온다.

시장의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캠페인의 의미도 있지만 애플이 뽑아내는 빨간색에 대한 기대도 크기 때문이다. 사실 소비자 입장으로서는 후자에 관심이 더 가게 마련이다.

제품을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이전에 내놓았던 아이팟 터치나 아이팟 나노 프로덕트 레드의 화사한 빨간색을 기대했다. 똑같이 알루미늄을 썼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보이는 이미지도 그 색에 가까웠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아이폰7은 전혀 다른 첫 인상을 주었다. 빨간색보다도 붉은색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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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을 말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은데, 기존 아이팟이 밝고 경쾌한 새빨간 색을 떠올린다면 아이폰의 레드는 좀 더 진하고 어두운 톤의 붉은색이다. 짙은 버건디 톤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폰7플러스에 씌웠던 프로덕트 레드 실리콘 케이스와 비교해도 전혀 다른 톤이다. 색은 취향을 많이 타지만 빨간색 계열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만족할만 하다.

레드와 짝을 맞추는 색은 실버다. 이 은색이 도드라지는 부분은 바로 애플 로고인데, 이 역시 알루미늄 케이스 사이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가공했다. 하지만 기존의 마감들과 달리 빨간색이 강렬하다보니 은색의 로고가 더 밝고 환하게 튀어 보인다. 근래 본 애플 로고 중 가장 도드라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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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버튼의 테두리나 라이트닝 단자의 마감 등은 실버다. 이 부분은 으레 알루미늄 마감과 색을 맞추긴 하지만 붉은 색 스테인리스 스틸 가공을 본적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강렬한 붉은 색과 밝은 은색의 조화가 낯설진 않다. 제품과 직접 관계는 없지만 설명서까지 빨간색으로 만든 부분도 재미있다.

아이폰7과 아이폰7플러스 프로덕트 레드는 분명 색으로 주목받고 있다. 애플이 뽑아내는 빨간색은 흔치 않을 뿐더러 그 결과물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품이 왜 빨간색인지에 대한 의미를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 제품을 쓴다는 건 그 자체로 에이즈 퇴치 운동에 동참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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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호섭 기자>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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