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을 탈출하고 있는 앱들

‘앱’이라고 하면 으레 스마트폰 앱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쥔 것은 결국 응용프로그램을 통해 기기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 앱의 형태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문득 떠오른 생각, 바로 앱이 스마트폰 그 자체에 갖혀있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 애플의 움직임을 보면 앱을 더 많은 곳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이 있다. 물론 기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응일 수도 있지만 그걸 얼마나 유기적으로 묶어주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애플은 앱의 경험을 애플워치의 작은 화면으로 옮기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해 왔고, 최근에는 아이메시지 안에 품을 수 있도록 앱스토어 환경을 메시지 앱에 활짝 열었다. 물론 우리가 스마트폰의 앱을 쓰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아직 기존 앱 스토어처럼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앱들은 이제 꽤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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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와 앱스토어

애플은 지난해 WWDC를 통해 아이메시지에 앱 스토어를 더했다. 메신저에 앱이 왜 필요할까? 메시지는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앱이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를 쓰기도 하지만 아이폰, 맥 이용자들끼리는 여전히 아이메시지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면서 다른 앱을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니, 사실 많은 일들이 메신저에서 시작한다. 사진을 보내고, 저녁 식사 장소를 찾거나 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메시지를 빠져 나가야 한다. 그게 메신저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경험일 뿐더러, 이용자가 들락거리는 건 앱 자체에도 좋지 않은 일이다. 누구라도 그 수고를 효과적으로 덜어낼 수 있다면 좋을 게다.

그래서 메신저 기업들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주요 경험들을 대화창 안에서 풀려고 한다. 챗봇이 쓰이기도 하고, 관련 앱을 연결하기도 한다. 아예 메신저 앱에 기능을 직접 집어넣기도 한다. 애플이 선택한 방법은 스마트폰의 기본인 앱이었고, 별도의 앱이 아니라 기존에 쓰던 앱의 경험을 메시지 대화창 안에 구현하기로 했다.

메시지용 앱스토어는 지난 6월 WWDC에서 공개됐고, iOS10은 9월에 배포를 시작했다. 이제 막 6개월이 지난 셈이다. 아직 개발자도 낯설고, 이용자도 낯설다. 하지만 6개월 전 이모티콘, 스티커 중심이었던 이 메시지 앱 생태계는 이제 조금씩 대화창과 앱을 어떻게 결합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몇 가지 재미있는 앱들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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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필터(Infltr)는 사진 필터 앱이다. 700만 개 이상의 필터를 입힐 수 있다. 앱스토어에 사진 필터 앱은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인필터는 아이메시지 대화창 안에서 곧바로 쓸 수 있다. 대화창 앱스토어 아이콘을 누르고 인필터를 실행한 뒤 사진을 찍으면 메시지를 빠져나가지 않고 바로 필터를 입혀서 전송할 수 있다.

인스타웨더는 많이 쓰는 앱이다. 정사각형 사진을 찍고 날씨 정보를 덧붙여주는 게 주 역할이다. 주로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용도로 쓰는데, 메시지 앱에서 곧장 사진을 찍고 날씨 정보를 붙여서 보낼 수도 있다. 팁이 하나 있다면 이 앱은 무료 외에 유료 버전, 혹은 유료 포맷이 함께 있는데, 메시지에서 직접 결과물을 만들어 보내면 조금 더 많은 포맷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아이메시지용 앱스토어는 꽤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 모멘토GIFs같은 앱이 대표적이다. 이 앱은 애초 동영상이나 라이브포토, 사진 등을 움직이는 이미지인 gif 파일로 바꿔주는 앱이다. 당연히 아이메시지 안에서 결과물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 단순히 사진을 전송하는 것 같지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애플의 사진 앱은 gif 파일을 읽어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메시지 앱 위에서는 gif 파일을 주고받고, 심지어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사진앱이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 꽤 묘하지만 그 불편함을 메시지 위에 접목하면서 이 앱이 운영체제 안에서 갖고 있던 한계를 풀어버린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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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와 워치페이스

애플워치에도 앱이 있다. 아, 물론 앱을 잘 쓰지 않는다고 해서 애플워치를 잘 활용하지 않는 건 아니다. 알림 표시와 기본 정보들만으로도 애플워치는 제 역할을 상당부분 하고 있다. 그리고 앱을 쓰지 않게 된 건 워치OS1과 2를 거치면서 시계가 앱을 버거워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게다.

WWDC16을 통해 워치OS3가 발표되면서 애플워치의 앱 사용 환경은 부쩍 좋아졌다. 이 역시 지난해 9월 정식 버전이 배포됐고, 반년이 지났다. 그리고 애플워치가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이제 이 손목 위의 폼팩터는 앱 실행 환경으로 꽤 가다듬어졌다고 할 만하다.

혹시 한 동안 애플워치에서 앱을 쓰지 않았다면 꼭 한번 다시 실행해봐야 한다. 일단 앱 실행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자주쓰는, 그리고 최근에 열어본 앱 8가지 정보를 미리 캐시해서 메모리에 올려놓고, 실행하면 곧장 보여준다. 모든 앱이 빠른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독에 들어가 있는 8가지 앱은 순식간에 실행된다고 봐도 된다.

apps_4워치에서 앱을 실행하는 또 다른 습관은 컴플리케이션이다. 컴플리케이션은 앱의 실행 아이콘을 워치페이스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능이다. 때로는 앱 실행 아이콘처럼 쓸 수도 있고, 적절한 칸에 배치하면 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관련 정보들을 보여주는 창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는 워치OS2부터 있던 기능이긴 하지만 역시 이를 이해하는 앱들이 나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깨달았는데, 워치OS3에서는 시계 양 옆 화면을 밀면 다른 워치페이스로 넘길 수 있다. 이게 그 동안은 뜻하지 않게 다른 워치페이스로 바뀌면서 아주 귀찮은 존재였다. 그런데 쓰지 않는 워치 페이스를 싹 지우고, 원하는 워치페이스를 여러개 만들어 놓은 뒤 갖가지 정보와 컴플리케이션으로 배치해 놓았더니 마치 아이폰의 앱 배치 화면을 넘기듯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즐겨쓰는 ‘모듈’ 워치페이스의 정 가운데 널찍한 창에 일정이나 축구 경기 결과, 해야 할 일 리스트 등을 바꿔보고 싶었는데, 워치페이스를 여러 개 쓰면서 싹 해결됐다. 한 화면에 정보를 많이 표기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풀어낼 수 있어서 다시금 앱을 더 많이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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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나온 김에 재미있는 애플워치 앱도 소개해본다. 인콰이어(Inquire)는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 정보를 보여주는 앱이다. 그러니까 앱을 실행하면 지도에 주변 관광지, 건물, 랜드마크 등을 보여준다. 원하는 지점을 고르면 인터넷 기사나 위키피디아 등을 통해 상세한 정보를 보여준다. 이게 의외로 여행지에서 편리하다. 별 생각없이 스쳐 지나가던 지점들에 담긴 의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역시 아이폰에서 실행할 수 있지만 애플워치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호섭 기자>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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