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 곁에 온 테슬라…SW로 확 뒤바꾼 자동차 패러다임

이제 곧 우리 도로에서 테슬라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테슬라는 국내에 차량을 판매할 채비를 마쳤고, 15일 하남 스타필드에 첫 매장을 연다. 모델S와 모델X가 우선 시장에 들어온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의 혁신으로 꼽히면서 큰 관심을 받긴 했지만 사실 테슬라라는 회사 그 자체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테슬라는 분명 자동차 회사지만 기존 자동차 산업과는 또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다. 단순히 모터로 굴러가는 전기차, 혹은 큼직한 디스플레이가 달린 차량을 만드는 게 차별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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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터보다 에너지가 중심

테슬라가 전기 자동차를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에너지’에 있다. 물론 테슬라의 주요 사업은 부정할 여지 없이 전기 차에 있지만 최근 테슬라의 움직임은 배터리와 전기를 기반으로 한 광범위한 에너지 대체 수단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회사가 올 초 이름을 ‘테슬라모터스’에서 ‘테슬라’라고 바꾼 것도 이와 관련 있다. 기가 팩토리나 에너지 저장 시스템 (ESS, energy storage system)은 테슬라의 목표가 단순히 자동차가 아님을 잘 보여주는 예다.

전기차 이야기가 나오면 늘 환경 문제가 따라 붙는다. 차량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이 없기 때문에 환경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반면 전기차를 충전하는 전기 역시 대부분은 화석 연료를 태워서 만들기 때문에 그게 그것 아니냐는 반대 입장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개별 차량이 내연기관을 태우는 것보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 게 에너지 효율도 더 높고, 대기 오염도 낮출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물론 그마저도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한 충전으로 대체하는 게 이 시장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다.

과거 전기차의 개념은 단순히 바퀴를 굴리는 구동계의 변화 관점에 집중됐다. 사실 지금도 모터 힘이 몇 리터 배기량 차량과 비슷한가, 몇 마력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테슬라의 경쟁자는 다른 전기차가 아니다. 휘발유와 경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들이다. 테슬라는 많은 힘을 내기 위한 8기통이나 12기통의 커다란 엔진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전기와 모터를 쓰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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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지만 자동차답지 않은…

사실 테슬라가 재미있는 이유는 자동차 그 자체보다 운영과 관련된 부분이 더 크다. 테슬라를 자동차로 봤을 때 가장 흥미로운 차이점은 판매에 있다. 테슬라는 흔히 자동차 회사들이 판매망을 꾸리는 ‘딜러’ 방식의 운영을 하지 않는다. 전 세계의 테슬라 매장은 모두 직영이다. 직원들도 직접 고용한다. 수리도 외부에 맡기지 않고 직접 처리한다. 패션 브랜드들의 유통 방식, 혹은 애플스토어의 운영 방식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하남 스타필드점, 청담점 등 테슬라 매장도 모두 직영으로 운영된다.

모든 차량은 미리 만들지 않고 주문이 접수되면 곧장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어 직배송한다. 현재 모델S나 X는 한국까지 오는 데 대략 3개월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미리 만들어진 차량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대로 세세한 요소 하나하나를 다 고를 수 있다.

현재 한국 테슬라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시작한 ‘모델S 90D’ 역시 여러가지 요소들을 옵션으로 골라서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우리가 기존에 차량을 고를 때와 같은 내비게이션 화면 크기나 썬루프같은 하드웨어적인 옵션 외에도 소프트웨어적인 선택지가 많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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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독특한 것은 수리에 대해서는 수익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흔히 3000만원짜리 차량을 수리 센터에서 파는 부품으로 조립하면 1억원이 넘는다는 도시전설같은 이야기가 있다. 차량은 저렴하게 팔아도, 이후의 유지보수로 수익을 내는 건 사실상 자동차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테슬라가 수리와 수익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달리한 점은 흥미롭다.

● 소프트웨어로 차별화

테슬라는 전기자동차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특이하다. 하지만 이 차량들이 이미 출시됐던 지역에서 ‘아이패드에 자동차를 붙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차량은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꾸준히 기능이 추가되고, 불편한 점이 해결된다. 앱을 통해 차량을 손볼 수도 있고,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것으로 차량이 전혀 다른 기기로 바뀐다. 핵심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현재 국내에서 주문할 수 있는 모델S 90D에는 향상된 오토파일럿, 완벽한 자율주행 기능, 스마트 서스펜션 등의 옵션이 붙는다. 일부 하드웨어가 더해지긴 하지만 사실상 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되는 기술들이다. 테슬라는 실제로 운영체제 안에 전용 소프트웨어 스토어가 있다.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차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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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출력이다. 아직 국내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P100D의 경우 모터의 출력을 높여 순간 가속 성능을 끌어올리는 인세인 모드(Insane Mode)나 그보다 한술 더 뜨는 루디크러스 스피드(Ludicrous Speed) 등을 더하기도 한다. (ludicrous는 ‘터무니없는’이란 뜻이다.)

모델S의 기본 모델인 60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75로 업그레이드된다. 배터리 출력이 60㎾에서 75㎾로 향상되는 것이다. 사실 두 차량의 하드웨어는 차이가 없다. 대신 소프트웨어로 제품을 가르고, 다시 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 차량을 통제하는 운영체제

어찌 보면 차량의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로 제한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필요할 때 차량의 하드웨어 기능을 활성화해서 쓸 수 있다는 점은 이전의 자동차 업계와 접근이 다르다. 차를 살 때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할 필요도 없고, 수리 센터를 찾아갈 필요도 없다. PC로 주문하면 온라인으로 곧장 차량이 업데이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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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운영체제 업데이트는 기본이다. 이미 테슬라OS는 8.0 버전까지 판올림했다. 이 업데이트를 통해 테슬라는 계속해서 차량의 주행 질감이나 특성 등을 손 봐 왔다. 이 OS는 차량 한 가운데의 큼직한 터치스크린만 손 보는 게 아니라 차량 전체를 통제하는 말 그대로 ‘운영체제’인 셈이다.

인세인 모드나 자율 주행도 초기에는 없었지만 운영체제가 업데이트되면서 추가로 구입할 수 있는 옵션으로 등장했다. 우리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서 기존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기능을 얻는 것과 비슷하다. 소프트웨어를 꼭 상업적으로만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모델X의 경우 문이 전동으로 여닫히는데,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있어서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여닫는 속도를 끌어올렸다.

수리도 서비스 센터에서 원격으로 차량에 연결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소프트웨어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은 서로 만날 필요도 없이 원격으로 수리한다. 차량이 사고로 파손되면 이를 바로 파악해 서비스센터에 연락하고, 고객에게 안전과 사고 상황 파악을 위해 전화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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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전히 테슬라는 자동차다. 엔진과 기름 대신 모터와 배터리를 이용하는 차량이다.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테슬라는 소프트웨어가 차량을 지배한다는 이야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현실화했다. 요즘 자동차는 이미 전자장비로 채워지고, 소프트웨어가 큰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그 세세한 부분을 모두 운영체제 형태로 통합했다는 데에 테슬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결국 모터로 바퀴를 돌린다는 점은 같지만 에너지에 대한 접근, 그리고 그 차량의 특성을 소프트웨어를 풀어내는 데에서 전혀 다른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자동차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만들어낼 수 있는 ‘파괴성’이 ‘창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듯하다.

글. <최호섭> 바이라인네트워크
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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