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왜 자체 웹브라우저를 만들었나

unnamed네이버가 개발한 웹브라우저 ‘웨일(WHALE)’이 대중에 공개됐다. 네이버는 14일 웨일의 오픈 베타버전을 출시하며 최종 점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웨일은 네이버가 보다 편리한 인터넷 생활을 이끌겠다고 야심차게 개발한 웹브라우저다. 오픈소스인 ‘크로미엄’을 기반으로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능을 얹어 새로운 사용자경험(UX)를 만들었다.

생활환경지능을 위한 웹브라우저”

‘웨일’은 네이버가 생활환경지능(Ambient Intelligenc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웹브라우저다. 네이버가 말하는 생활환경지능이란 사용자의 성향과 상황을 인식해, 사용자가 따로 요구하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를 알맞게 제공하는 기술이다.

웨일의 가장 큰 특징은 화면분할 기능(스페이스)이다. 일반 웹브라우저에서는 링크를 클릭하면 새탭이나 새창에서 열게 되지만, 웨일에서는 화면을 분할해 볼 수 있다. 보통 링크를 클릭하고 내용을 확인한 후에 다시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 원래 페이지로 되돌아오게 되는데, 화면분할 기능을 이용하면 뒤로가기 버튼의 역할이 축소된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맛집을 검색해서 나열된 검색 결과를 하나씩 클릭해 본다고 가정해보자. 화면의 왼편에 네이버 검색결과가 나오고 그 중 하나를 클릭하면 오른편에 블로그 페이지가 열린다. 왼편에서 다른 링크를 클릭하면, 오른편 페이지가 바뀐다.

사이드바 기능도 눈길을 끈다. 사이드바는 페이지를 이동할 필요없이 많이 쓰는 기능을 모아놓았다.  퀵서치, 도구모음, 밸리, 뮤직 플레이어 등이 사이드바에 들어있다. 퀵서치를 통해 네이버에 따로 접속할 필요없이 간단하게 검색을 할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3달간 약 3만여 명 규모의 2차 CBT를 진행하며, ‘웨일 연구소‘ 등을 통해 참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웨일의 안정성과 품질을 지속 개선해왔다.

네이버 측은 “오픈 베타버전 서비스를 통해, 웨일의 기능 안정성과 편의성을 재점검하고, 웨일 전용 웹 스토어도 오픈해 타사 서비스와의 연동 편의성도 한층 높이는 등 서비스 품질과 편의를 강화해, 연내 모바일 버전을 선보이고, 정식 버전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웹브라우저로부터 서비스 독립을 꾀하다

네이버가 뒤늦게 웹브라우저 기술개발에 나선 것은 ‘기술 플랫폼’에 대한 필요성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네이버가 혁신적인 콘텐츠나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도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익스플로러나 구글 크롬이 이를 지원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었다. 이들에게 종속된 상태에서는 이들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

예를 들어 네이버가 증강현실이 포함된 획기적인 서비스나 콘텐츠를 개발해도, IE나 크롬이 이를 지원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러나 웨일이 확산되면 네이버는 서비스에 필요한 기반기술을 웨일에 탑재할 수 있다.

네이버 측은 “최근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이 실생활에 스며들면서 PC나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전자기기와 같은 IoT, 자율 주행차 등 브라우저를 둘러싼 변화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면서 “”브라우저는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에는 더욱 중요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크롬과 같은 기술을 쓴 이유

네이버는 당초 ‘슬링’이라는 독자적인 웹브라우저 기술을 개발했었다. 그러나 중간에 오픈소스인 크로미엄 기반으로 변경했다.

크로미엄은 구글이 주도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도 크로미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네이버 측에 따르면, 슬링 대신 크로미엄을 선택한 것은 호환성 때문이다.

만약 네이버가 자체적인 엔진으로 웹브라우저를 만들 경우 기존 웹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 중 일부는 구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웹 앱 개발자들은 웨일용 서비스를 따로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웨일이 시장에 진입할 때 장벽이 된다.

반면 크로미엄으로 개발하면, 기존에 크롬에서 구동되는 웹 앱이나 서비스, 부가기능 등은 별도의 조치 없이 웨일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는 엔진 개발에 에너지를 쏟는 대신 화면분할이나 사이드바 등 기능을 통해 기존 웹브라우저와의 차별화 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 기능들은 ‘슬링’을 개발하면서 만들었던 것이라고 한다.

네이버 측은 “오픈소스인 크로미엄 생태계는 다양한 기업, 학교, 비영리재단, 개발자 등 모두가 함께 참여해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고 개선하고 있다”면서 “ 네이버도 웨일을 개발하면서 가진 노하우도 아낌없이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공개해 또 다른 브라우저 사업자를 포함하여 다양한 이들이 이를 활용해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웨일 김효 리더는 “기존의 이용자들은 인터넷이라고 하면 곧 브라우저라는 생각을 하고 쉽게 변화를 접하지 못했다면, 웨일은 그동안 바꾸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로운 인터넷 세계의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웨일은 기술적 측면에서 새로운 부분을 시도해나가면서, 이용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함께 만들어나가는 글로벌 브라우저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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