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UTM’선구자에서 ‘통합보안플랫폼’ 선도기업으로…포티넷 성공비결 엿보기

국내 네트워크 보안 시장에서는 여전히 방화벽만이 독보적인 주류를 이루고 있던 지난 2000년, ‘통합위협관리(UTM)’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나선 신생 보안기업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포티넷.

2000년 초반 고성능 방화벽으로 이름을 날렸던 넷스크린의 공동 창업자였던 켄 지(Ken Xie) 최고경영자(CEO)가 동생인 마이클 지(Michael Xie) 현 포티넷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한 기업이다.

넷스크린은 지난 2004년 주니퍼네트웍스에 인수된 기업이다. 당시 인수가는 40억달러, 현재 환율로 우리돈 4조6220억원에 인수됐다. 지금이야 조 단위, 10조 이상 단위 인수합병 사례가 많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넷스크린 창업자가 설립한 기업’이라는 유명세와 더불어 당시 새로운 위협 등장하는 시기에 통합보안 시장을 선도적으로 개척한 포티넷은 보안업계의 ‘실리콘밸리 총아’로 떠오르며 고공성장했다.

fortinet_hq2000년 10월 미국 서니베일에서 포티넷이 설립된 지 17년이 지났다.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주요국에 총 465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고, 30만개 넘는 고객사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6년 포티넷의 매출액은 12억7500만달러다.

창립 17년이 지났지만 포티넷은 여전히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네트워크 보안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IDC, 인포네틱스, 가트너 등 유명 시장조사기관으로부터 대표적인 네트워크 보안 시장 선두기업으로 인정받았다.

2002년 매출 200만달러 규모에서 2016년까지 연평균 5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fortinet-revenew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DC가 조사해 지난해 발표한 ‘보안 어플라이언스 트랙커’ 결과, 가장 많은 보안 장비를 출하한 기업이 바로 포티넷이었다. 설립 이후 2016년 2분기까지 누적 선적량은 270만대를 넘는다.

이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포티넷은 기술 중심 기업이라는 점을 첫 요인으로 꼽는다. 2017년 2월 현재 358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292개의 특허를 출원해놓은 상태다. 이는 다른 네트워크 보안 경쟁사 대비 3~5배나 많은 수치라고 포티넷은 자랑한다.

서니베일에 위치한 본사 한 벽면을 통째로 사용해 특허등록증을 걸어뒀다. 내부에서는 이를 ‘특허벽(Patent Wall)’이라고 부른다.

fortinet-patent-wall본사에서 만난 마이클 지 CTO는 포티넷 솔루션이 강점을 발휘하는 기술력으로 가장 먼저 하드웨어 칩을 자체 제작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그는 “네트워크 보안 제품의 고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창립 초기부터 지난 17년간 하드웨어 칩인 ‘시큐리티프로세싱유닛(SPU)’을 직접 제조하고 있다”며 “주문형 제작된 칩(FPGA)을 직접 사서 제조하는 방식과는 성능이나 비용 경쟁력 면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포티넷의 SPU는 세 가지로 구성된다. 패킷을 검사하는데 특화된 ‘콘텐츠프로세서(CP)’, 보안 장비 성능을 향상시키는 ‘네트워크 프로세서(NP)’, 중소기업용 제품에 사용되는 ‘시스템온칩(SOC)’이다.

fortinet-cto지 CTO는 “늘어나는 네트워크 대역폭 요구를 충족하면서 다양한 보안기술이 추가되더라도 속도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안칩을 제조하고 있다”라며 “제3자 평가기관으로부터 경쟁사 제품 대비 성능 면에서 최소 2~3배에서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결과를 얻고 있는 이유다. 이 분야에 굉장히 많은 자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PU 가운데 CP는 9번째 세대, NP는 6번째 세대, SOC는 3번째 세대가 포티넷 제품에 탑재되고 있다.

포티넷은 다양한 기업을 인수하면서 필요한 기술력과 비즈니스 확장,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시도도 벌여왔다.

▲지난 2006년 코사인커뮤니케이션즈를 시작으로 ▲2008년에는 DB보안 기업 아이피락스 ▲ 2009년 이더넷 패브릭 스위칭 업체인 워븐시스템즈 ▲2013년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업인 코요테포인트 ▲2015년 무선 네트워크 전문업체인 메루네트웍스 ▲2016년 보안 모니터링·분석 솔루션 기업인 엑셀옵스를 인수했다.

이같은 인수 행보는 통합보안 플랫폼을 계속 발전시키기 위한 여정이다. ‘포티게이트’ 장비로 잘 알려져 있지만 포티넷이 확보한 기술은 네트워크 보안뿐 아니라 이메일·콘텐츠 보안, 웹·애플리케이션 보안, 엔드포인트 보안, 보안정보이벤트관리(SIEM) 등까지 망라한다. 무선액세스포인트(AP)와 컨트롤러 등 유·무선 액세스 솔루션까지 보유하고 있다. 물론 물리적 환경과 가상화·클라우드 환경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제품을 공급한다.

fortinet-product fortinet-solution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포티넷은 안티바이러스(백신) 엔진도 직접 개발하고 있다. 포티넷 엔드포인트 제품은 ‘포티클라이언트’다. 지 CTO는 “포티넷은 백신 엔진도 직접 개발한다. 바이러스블리틴(VB)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3대 백신 엔진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포티넷은 지난해 ‘포티넷 보안 패브릭(Security Fabric)’을 선보이면서 통합보안 플랫폼을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

‘포티넷 보안 패브릭’의 가장 큰 특징은 ‘통합’과 ‘자동화’, 그리고 ‘개방성’이다.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모든 보안 제품군이 서로 연동돼 위협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사이버위협에 자동 대응할 수 있게 한다.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원격 기기 사용 환경이 확산되면서 분산되는 기업 인프라 환경에서 각각 구축해 관리되던 보안을 네트워크 인프라 중심부에서 통합관리해 ‘빈틈없는 보안’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포티넷은 개방형 표준과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해 자사 제품군 외에 타사 제품들까지도 ‘보안 패브릭’ 안에서 서로 동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 CTO는 “단일(포인트) 보안 솔루션만으로는 보안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며 “‘보안 패브릭’은 마치 ‘신경망’과 같다. 서로 다른 구성요소가 서로 소통하고 이해해 보다 단순한 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각의 솔루션이 탐지하고 분석하는 정보를 결합해 연관분석하고 전달함으로써 단일한 가시성을 확보, 공격을 빠르게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하는 보안 아키텍처”라고 소개했다.

fortinet-security-fabric사이버위협 인텔리전스 확보와 정보 공유·협력 중요성을 인식해 시만텍, 팔로알토네트웍스, 인텔시큐리티(맥아피)와 함께 사이버위협얼라이언스(CTA)를 창립하기도 했다. 최근 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한 CTA에는 시스코와 체크포인트가 새롭게 합류했다.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사이버위협을 실시간 수집·분석하는 자체 전담조직인 ‘포티가드랩’을 운영하고 있다. ‘포티가드랩’은 캐나다 벤쿠버에 위치하고 있다.

포티넷은 여전히 ‘네트워크 보안’ 선두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 CTO는 “우리의 목표는 네트워크 보안 분야에서 1등(넘버원)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앞선 경쟁사를 능가할 정도로 계속 성장해 3~4년 안에 시장 점유율을 더욱 올릴 수 있도록 매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티넷은 현재 네트워크 보안 시장 점유율 3위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포티넷은 한국 시장 투자도 최근 크게 강화하고 있다. 한국에는 회사 설립 초창기였던 지난 2002년에 한국 지사를 만들고 일찌감치 진출했다. 포티넷코리아(대표 조현제)는 고성능 UTM으로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수 고객사를 확보하며 성장했다.

Fortinet EBC본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지난 2~3년간 지사 인력을 대폭 확충했고, 작년 하반기에는 지사에 솔루션체험센터(EBC, Executive Briefing Center)를 개소하기도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금융보안원 등 사이버보안 전문기관, 사이버범죄 수사기관들과의 협력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 포티넷은 KISA가 주축이 돼 운영하는 ‘글로벌 사이버위협 인텔리전스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2월 금융 사이위협 정보공유를 위해 금융보안원과도 협력을 체결했다.

한국 타깃 사이버공격 분석과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에 ‘포티가드랩코리아’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유지 기자>yjle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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