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AI 기업들] ③ 네이버보다 빨리 AI 플랫폼 만든 ‘솔트룩스’

소프트웨어 담당기자 노릇을 오랫동안 했지만, 나에게 솔트룩스는 좀 특이한 회사였다. 회사라는 느낌보다는 연구소적인 느낌이 강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회사들은 매출, 시장점유율, 고객사례, 제품의 기능이나 특징 등을 앞세워 마케팅을 펼치는데 솔트룩스는 온톨로지, 시맨틱과 같은 어려운 학술용어만 얘기했다. 시장 포지셔닝은 분명히 검색 솔루션 회사인데, 이 회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와 마주앉아 도발적인 질문부터 던져봤다.

“솔트룩스는 연구과제로 먹고 사는 회사 아닙니까”

이 질문은 어쩌면 기업인에게는 모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고객에게 제품과 서비스라는 정당한 가치를 제공해서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뭔가 빌어먹는(?) 것 아니냐는 느낌의 질문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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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이 질문에 이 대표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부 경쟁사에서 그런 얘기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난 해 솔트룩스의 매출은 약 100억원데, 여기에 연구과제로 받은 돈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법적으로 연구과제는 매출로 잡을 수 없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아마 솔트룩스가 연구과제에 의존하는 회사로 인식된 것은 앞서 얘기한 ‘왠지 연구소적인 느낌을 주는 회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또 실제로 몇몇 중요한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이런 인식을 갖게 한 원인이다. 대표적인 것이 ETRI의 엑소브레인 프로젝트다. 엑소브레인은 IBM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인데, 솔트룩스는 제2과제( 빅데이터 이해기반 자가학습형 지식베이스 및 추론 기술 개발)의 주관기관이었고, 이경일 대표가 총괄 책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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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장학퀴즈에 참가한 엑소브레인

엑소브레인 프로젝트는 솔트룩스가 약 20년 동안 연구해온 방향과 딱 들어맞는 과제였다. 이 대표는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왔다. 앞에서 언급한 온톨로지니, 시맨틱이니 하는 어려운 용어들도 다 이런 방향에서 나왔다. 과제는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동한 계속 연구해온 방향과 맞는 과제였기 때문에 솔트룩스가 맡은 것이다.

엑소브레인 과제는 솔르룩스에도 큰 도움이 됐다. 엑소브레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솔트룩스 제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솔트룩스는 지난 해 인공지능 플랫폼 ‘아담’을 출시했다. 아담은 사용자가 질문을 던지면 그에 맞는 답을 주는 인공지능이다. “트럼프의 부인이 어디에 사는지 알려줘”라고 물으면 아담은 “멜라니아 트럼프는 미국 뉴욕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60만권 분량의 자료를 학습해 2천만 가지 주제에 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다고 한다.

솔트룩스는 아담을 솔루션이 아닌 플랫폼으로 제공한다. 외부의 개인이나 기업들이 API를 연결해 아담을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무료이지만, 사용하는 데이터의 용량에 따라 과금할 방침이다. 솔트룩스는 아담을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 등 별도의 제품도 계획 중이다.

아담은 국내에서는 가장 앞서가는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SK텔레콤의 누구나 KT의 기가지니 등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자랑하고 있지만, 아직은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붙이기 어렵다. 사람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음악 틀어줘”와 같은 음성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이다.

최근 네이버와 라인이 합작해서 아담과 같은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발표했지만, 클로바는 아직 실체가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솔트룩스는 요즘 가장 각광받는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이 됐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어려운 용어로 나를 괴롭혔던 솔트룩스는 아마 요즘과 같은 인공지능 전성기를 기다렸나보다.

하지만 먼저 시작하고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시대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솔트룩스가 먼저 고민하고 준비한만큼 사용자들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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