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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이 불가능한 이유는…”

 

828479_20160726150929_945_0001엔코아컨설팅의 김옥기 데이터서비스 센터장은 한국에 흔치 않은 데이터사이언티스트다. 세계 최대 데이터 브로커 업체 액시엄 출신의 그는 지난 20년 동안 데이터를 가공해서 분석하는 일만을 해온 그야말로 데이터 전문가다.

그런 그는 최근 ‘데이터 브로커’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한국에도 데이터 브로커 산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정부나 업계를 만나 설파하는 중이다.

데이터 브로커 개인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보유하면서 필요로하는 기업에 가공해 공급하는 회사를 말한다. 미국에는 수백개의 데이터 브로커 업체들이 있으며, 202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법제도로 인해 데이터 브로커가 존재하기 힘든 상황이다.

김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의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데이터 브로커 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센터장은 왜 데이터 브로커가 중요하다고 강변하는 것일까? 지난 2일 엔코아컨설팅 본사에서 김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4차 산업혁명을 위해 데이터 브로커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는데, 데이터 브로커와 4차 산업 혁명은 어떻게 관계가 있습니까?

“4차 산업혁명이란 기업의 내부와 외부가 연결되는 것을 말합니다. 사물인터넷(IoT) 센서들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해도 외부와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도시의 교통시스템과 연결돼야 하고, 한 도시의 교통 시스템도 다른 도시와 연결돼야 합니다.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가공이 잘 돼있어야 합니다. 정부가 최근 공공데이터를 오픈하는데, 쓸만한 데이터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사실 쓸만한 데이터가 없는 게 아니라 가져다 쓰기 어렵게 돼 있기 때문에 쓸만한 데이터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공공데이터가 잘 가공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깨끗하지 않은 데이터는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공공기관이 직접 데이터를 잘 가공해 오픈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이죠. 공공데이터를 이용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입지다. 가공되지 않은 정보를 가져다 가공해서 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데이터 브로커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중간에서 데이터를 기업들이 잘 이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 제공하는 회사가 데이터 브로커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가 잘 연결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브로커가 필요합니다.”

Q. 데이터 브로커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데이터를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데이터를 수집해서 깨끗이 하고(클렌징), 고객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해서 제공합니다. 또 컴플라이언스(규제)에 맞게 데이터를 만들거나 고객사가 어떻게 데이터를 이용해야 하는지 예측 분석 모델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Q. 데이터 브로커의 수익 모델은 무엇입니까?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A라는 신용카드로 골프채를 샀다고 생각해보죠. 이런 정보를 알고 있는 데이터 브로커는 B 카드사에 A 카드 이용자중에 B카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예측 모델을 제공합니다. B 카드사는 이 모델을 가지고 A카드 이용자 중 전환 가능성이 있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기업들은 내부 데이터만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 브로커는 회사 외부에 있는 고객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브로커는 누가 A카드를 썼는지, B카드로 전환 가능성이 누가 높은지 예측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데이터 브로커가 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을 찾을 수 있습니다. ”

Q. 나의 정보를 회사들이 사고 판다는 것이 유쾌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미국에서 개인정보는 민감정보와 비민감 정보로 구분됩니다. 미국에서도 신용정보나 사회보장정보와 같은 민감정보를 활용하는 것에는 제약이 있지만, 빈민감 정보는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이 허용됩니다.

미국은 ‘옵트아웃’ 방식입니다. 개인정보를 기업들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옵트인’입니다 기본적으로 막아놓고 동의하는 사람의 정보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인터넷 회원가입할 때 제3자 개인정보 제공동의를 하는 이유입니다.”

Q. 데이터 브로커를 이용할 때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최종 소비자의 경우 어떤 혜택이 있나요? 괜히 프라이버시만 침해되는 것 아닌가요?

“데이터 브로커가 정보를 수집할 때 그냥 가져가는 것이 아닙니다. 선물을 주거나 할인을 해줍니다. 소비자들은 비민감 개인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것이죠.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8달러를 준다는 회사도 있고, 경품을 주거나 로또 기회를 주는 곳도 있습니다. 데이터 브로커는 혜택을 제공하거나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Q. 그럼 우리나라에 데이터 브로커 산업이 없는 것은 규제 때문인가요?

“우리나라에도 많지는 않지만 데이터 브로커가 있긴 합니다. 예를 들어 신용평가기관이 일종의 데이터 브로커입니다. 이들은 금융기관에 개인들의 신용정보를 판매합니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 이렇게 민감한 신용정보는 사고 팔 수 있는데, 비민감 정보는 사고 팔 수 없게 돼 있습니다”

Q. 우리나라에서도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현재처럼 데이터 브로커 없이는 이런 것들이 헛된 일인가요?

“유행만 좇지 말고 현황파악을 먼저 잘 해야 합니다. 미국 회사들이 어떻게 했고, 우리는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현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에서 잘 된 것 따라한다고 해봐야 잘 안됩니다.

GE가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하자, 우리 기업들도 관심을 갖습니다. 하지만 GE가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60~70년대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쌓았습니다. 내부적으로 충분히 데이터에 대한 준비가 됐기 때문에 외부와 연결하려고 나선 것입니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데이터통합도 안 돼있기 때문에 우선 그것부터 해야 합니다. 미국 기업들이 30~40년 동안 한 것을 얼마나 빨리 할 것인지 그것이 관건입니다”

Q. 한국의 정부와 기업들에게 데이터 활용을 위해 제언 한 말씀 해주세요.

“데이터에 대한 오픈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옛날에 자동차가 처음에 나올 때는 위험한 괴물이라고 생각해서 옆에서 사람이 지켰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법을 만들고 길을 만들고 하면서 자동차를 지키는 사람은 없습니다.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흑백으로 판단하지 맙시다.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인정보를 잘 가공해서 타게팅된 마케팅 이메일을 보내면 스팸메일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좋은 면은 좋은 쪽으로 발전할 수 있게 활성화 시키고, 나쁜 면만 막아야 합니다.

‘무조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나빠, 개인정보는 무조건 쓰지마’라는 방식은 탈피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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