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책방이 어떻게 클라우드 리더가 됐을까

지난 2006년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S3’라는 온라인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였다. S3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데이터를 온라인 상에 저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 스토리지 서비스다.

아마존이 기업용 저장소 서비스를 선보인 것에 대해 IT공룡들은 코웃음을 쳤다.’기업 IT 시장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줄 아느냐’는 시각이 팽배했다. 소비자들에게 책을 파는 회사가 기업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저장소를 팔겠다고 나서니 그럴 법도 했다.  IBM,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을 대상으로 IT솔루션이나 서비스를 팔던 기업들은 아마존의 S3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이제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Amazon Web Service)를 보면서 콧방귀를 뀌는 사람은 없다. AWS를 보고 비웃던 기업들은 이제 AWS를 흉내내거나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AWS는 기업용 IT서비스 시장에 대변혁을 일으켰고, 누구보다 앞서서 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 미래의 IT환경이 대부분 클라우드로 전환될 것이라는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 상황만 봤을 때는 이 시기가 오면 AWS가 IT세상을 지배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저 평범한 온라인 책방으로 알았었는데, 아마존은 어떻게 클라우드 리더가 됐을까?

염동훈 AWS코리아 대표는 이에 대해 “철학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염 대표는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AWS 엔터프라이즈 서밋’ 기조연설에서 AWS의 다른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염동훈 AWS 코리아 대표
염동훈 AWS 코리아 대표

염 대표에 따르면 AWS는 “어떻게 하면 1인 기업이나 대기업 기업이 동일한 IT환경으로 공정한 경쟁을 해서 사업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고 한다.

AWS 이전까지 소기업과 대기업이 사용하는 IT환경은 달랐다. 소기업은 성능이 낮거나 기능이 적어도, 다소 안정적이지 않아도 저렴한 IT환경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대기업은 고성능, 다기능, 고가용성 IT 솔루션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모두가 당연시 하는 현실이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IT예산이 적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실에 대해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기존의 기업용 IT솔루션 회사들은 소기업용 제품과 대기업 제품을 구별해서 판매했다.

그런데 AWS는 이런 현실을 당연시하지 않았다. 아무리 작은 기업도 대기업과 같은 품질의 IT환경을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비즈니스 경쟁력이 IT 환경의 우위에서 차이가 나면 안된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AWS는 1인 기업부터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까지 모두 사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대기업이나 소기업이나 모두 같은 서비스를 이용한다. 물론 대기업과 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각기 다를 수는 있지만, 대기업이라고 더 고품질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AWS를 처음 도입한 것은 대부분 스타트업들이었다. AWS는 초기 투자 비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들은 언제까지나 스타트업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이들은 점차 성장했고 대기업으로까지 커갔다. 그리고 AWS는 대기업들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그러자 기존의 대기업들도 AWS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워크로드를 AWS에 옮기는 것을 넘어 레거시 시스템을 AWS로 바뀌는 시도까지 하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신한은행 최병규 ICT 부사장
신한은행 최병규 ICT 부사장

이날 행사에는 신한은행이 북미 인터넷 뱅킹의 웹서버, 웹애클리케이션 서버의 워크로드를 AWS로 옮긴 사례가 소개됐다. 은행은 전통적으로 신기술에 가장 보수적인 산업 중 하나다.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최병규 ICT 본부장은 “북미 인터넷 뱅킹의 성능에 문제가 발생해 AWS를 도입했다”면서 “앞으로 다른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때도 클라우드를 가장 먼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기업과 대기업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철학과 소기업이나 대기업이 같은 IT환경으로 일해야 한다는 철학의 차이가 현재를 만들었다. AWS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고, 기존 IT공룡들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될 위기에 빠졌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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