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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석의 입장] 이은재-조희연 국감 우문우답의 진짜 문제

지난 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소프트웨어 구매와 관련 논쟁이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은 서울시 교육청의 대규모 소프트웨어 수의계약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려 했으나 명확치 않은 표현으로 오해를 일으켰고, 조희연 교육감은 소프트웨어 유통구조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어 다소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크게 논란이 되면서 주말 내내 시끌벅적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번 논란 자체가 심각한 사안은 아닙니다. 국회의원이나 교육감 모두 소프트웨어 제품의 유통과정에 자세한 지식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냥 해프닝으로 넘길 수도 있는 일입니다.

논란이 불거진 이후 이 의원과 조 교육감이 서울시의 소프트웨어 구매 과정이 투명했는지 점검을 하기로 했다니, 오히려 좋은 결과를 도출한 것 같습니다.

2016-10-10 09.07.05하지만 이번 논란에서 한 번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올해 각 학교에서 구매할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일괄구매했습니다. 어차피 각 학교에서 사야할 것이기 때문에 교육청 차원에서 일괄구매하면, 절차도 간소해지고 세금도 절약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나라장터에 물품구매 발주를 냅니다. 사업명은 ‘2016년도 정품소프트웨어(MS OVS-ES) 라이선스 구매’ ‘2016년도 업무용 소프트웨어(한글 SLA) 구매’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MS 소프트웨어(OS, 오피스 등)와 한글과컴퓨터 아래아한글을 구매할 것이니, 이 회사들의 유통사들은 가격을 제안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공공기관이 구매할 물품의 제조사와 제품명을 정해서 발주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구매가 정상적일까요?

예를 들어 서울시 교육청이 각 학교에 급식으로 보급할 우유를 일괄구매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만약 서울시 교육청이 ‘2016년도 급식용 우유구매(서울우유)’라고 공고를 내고, 각 서울우유의 대리점은 가격을 제안하라고 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난리가 날 겁니다. 다른 우유회사들을 경쟁에서 배제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때는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집니다. 조희연 교육감은 아무런 문제 의식이 없습니다. 조 교육감은 이 의원에게 “MS 오피스를 마이크로소프트한테 사지 누구한테 사느냐, 이건 독점적 제품”이라고 강변합니다.

조 교육감은 업무용 오피스 소프트웨어는 당연히 마이크로소프트와 한글과컴퓨터 제품을 사야한다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피스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나 한글과컴퓨터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오픈소스 기반의 오픈오피스나 리브레오피스도 있고, 국내 상용 소프트웨어 중에도 인프라웨어의 폴라리스 오피스가 있습니다. 폴라리스 오피스는 정부공공기관이 써도 된다는 GS인증이나 행정업무용 소프트웨어 적합성 평가를 통과했습니다.

정부가 써도 좋다고 인증한 복수의 제품이 있는데, 특정 회사 제품을 명시해서 입찰을 하는 것이 정상적일까요?

아마 서울시 교육청은 MS와 한컴 제품이 사실상 표준이고, 가장 성능과 기능이 좋지 않느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지 벤치마크테스트 한 번 해본적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MS와 한컴의 경쟁사들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아무리 호환성이 높은 제품을 만들어도 서울시 교육청에 납품할 기회가 없습니다.

과연 이런 것이 공정경쟁일까요?

이은재 의원의 질문은 아래와 같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울시 교육청은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 교육청은 왜 특정 회사의 제품을 명시해서 발주를 냈습니까?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는 왜 처음부터 기회를 주지않고, 경쟁에서 배제했습니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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