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픽셀과 ‘메이드 바이 구글’

구글이 새 하드웨어들을 공식 발표했다. 리스트에 오른 제품은 스마트폰 ‘픽셀’과 음성인식 비서 ‘구글 홈’, 그리고 VR 플랫폼인 ‘데이드림’, ‘크롬캐스트 울트라’, ‘구글 와이파이’ 등이다. 구글 홈과 데이드림은 이미 지난 5월 말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개요와 기본 기능이 공개됐던 바 있다. 이번에 눈길을 끈 것은 바로 구글의 스마트폰, 픽셀이다.

픽셀은 AM OLED 디스플레이를 쓴다. 화면에 따라 5인치 풀HD 해상도의 ‘픽셀’과 5.5인치 QHD 해상도의 ‘픽셀XL’로 나뉜다. 둘의 차이는 화면 크기와 해상도 뿐이고 기기의 기본 틀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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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드래곤 821 프로세서와 4GB 메모리로 기본 성능은 근래 나오는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저장 공간은 32/128GB로 나뉘고, USB C포트로 충전한다. 고속 충전을 할 수 있어서 15분 충전으로 7시간을 이용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픽셀이 2770mAh, 픽셀XL이 3450mAh다.

구글도 스마트폰에 카메라로 차별화를 두려는 듯 하다. 1200만 화소지만 화질에 신경 썼고, 안드로이드 외에 자체적인 카메라 앱을 올리고, 구글 포토를 밀접하게 붙여서 사진과 저장 공간에 대한 경계를 허물었다. 가격은 픽셀이 649달러, 픽셀XL이 769달러다.

구글은 이 제품을 내놓으면서 처음으로 ‘Phone by Google’이라는 메시지를 언급했다.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이야기다. 그럼 이제까지 내놓았던 넥서스 스마트폰은 구글이 만든 게 아닐까? 넥서스와 픽셀의 기본 비즈니스 형태는 비슷하다. 넥서스 스마트폰은 HTC, 삼성, LG, 화웨이 등이 생산하고 구글이 유통해 왔다. 하지만 구글은 이 제품을 ‘구글의 것’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다. 픽셀 역시 HTC가 만들고 구글이 판매한다. 그 차이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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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입장 차이라고 보는 게 가장 가까울 것 같다. 구글은 키노트를 통해 몇 차례고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이라는 말을 했다. HTC가 생산한다는 점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한 발짝 물러서 있던 기존과 입장,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제품에도 넥서스가 각 제조사의 브랜드를 써 두었던 것과 달리 픽셀에는 오로지 구글만 찍혀 있다. 이 때문에 화웨이가 픽셀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구글은 그 동안 넥서스 제품에 대해 꾸준히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해 왔다. 사실 애초 넥서스의 탄생은 그랬다. 시장이 안드로이드폰을 잘 만들지 못했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애를 먹었다. 개발자들은 기준이 되는 하드웨어가 필요했다. 넥서스는 그 중심을 잡는 기기였다. 주요 제조사들에게 안드로이드 최적화를 돕는 파트너 프로그램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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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넥서스는 그 어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 안정적으로 돌았고, 운영체제 지원도 가장 빨랐다. 게다가 가격은 저렴하면서 성능도 좋았다. 어느 순간 넥서스는 제조사들이 만드는 본래 제품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구글이 적극적이지 않은데도 넥서스의 인기가 이렇게 좋으면 결국 구글이 넥서스로 스마트폰 시장을 잡아먹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시장에 돌기도 했다. 그때마다 구글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던 바 있다.

오히려 구글은 파트너 프로그램을 확장해 왔다. 저가 스마트폰을 위한 제 2의 넥서스 프로그램인 ‘안드로이드 원’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고, 아예 레퍼런스 기반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제조사들이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안드로이드 실버’ 프로그램도 가져가려 했지만 안드로이드 실버는 소문만 돌고 끝내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올 가을, 구글은 새로운 넥서스 스마트폰 대신 자체 안드로이드폰을 들고 나왔다. 이제 구글도 공식적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레퍼런스 폰이 아니라 구글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소재부터 디자인, 운영체제까지 구글이 아예 벼르고 만든 제품이다.

그럼 구글은 왜 스마트폰 시장에 직접 뛰어든 것일까. 구글로서는 이제 더 이상 넥서스 프로그램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 안드로이드는 이제 하드웨어를 가리지 않고 어느 정도 최적화 궤도에 올랐다. 파편화나 호환성에 대한 이슈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제조사들도 더 이상 구글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일정 수준 이상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구글이 더 이상 나서서 ‘레퍼런스’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꺼내 놓을 필요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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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구글이 제조사들을 견제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몇몇 제조사들은 이미 너무 큰 공룡으로 성장했고,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끌어가려는 사업과 부딪치는 부분들도 나온다. 무엇보다 안드로이드폰에 구글이 원하는 요소들을 넣고 구글이 원하는 방향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들 필요가 생긴 터라 무조건 제조사들에게 의존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각자가 원하는 안드로이드를 만들 필요성이 생긴 셈이다.

특히 구글이 올해 들어 밀고 있는 구글 어시스턴트는 이용자를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반 서비스다. 이용자의 정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서비스다. 제조사들도 저마다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이 당장 해야 할 것은 제조사들의 설득보다도 원하는 서비스를 얹은 하드웨어를 빨리 내놓는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원래 목적은 구글 서비스를 모바일에서 더 잘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픽셀로 구글이 모든 파트너들을 등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구글이 경계하는 것은 초기 몇몇 제조사들과 관계에 집중하면서 전체적인 생태계의 균형이 흔들렸던 부분이다. 결국 구글은 플래그십 시장에 뛰어들었고, 메인스트림과 보급형 제품에 대한 생태계는 안드로이드 원 등의 프로그램은 여전히 흘러간다. 넥서스에 대한 해석 변화만으로 시장에서 구글의 무게는 부쩍 달라졌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호섭> 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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