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 의장, 유럽의 문을 두드리다

네이버가 새로운 발걸음을 살짝 내딛었습니다.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로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네이버와 라인주식회사는 30일 코렐리아 캐피탈(Korelya Capital)의 유럽 투자 펀드 ‘K-펀드1’에 각각 5000만 유로씩 총 1억 유로(약 1233억원)를 출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코렐리아 캐피탈은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 경제 장관이 퇴임 후 설립한 글로벌 투자기업입니다.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 경제 장관
플뢰르 펠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 경제 장관

‘K-펀드1’은 유럽의 유망 스타트업과 벤처 펀드에 투자될 예정입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이 유럽의 스타트업에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이번 투자가 단순히 재무적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는 이 투자를 통해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해진 의장은 “일본과 아시아 이후 해외 진출과 관련해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곳이 유럽”이라며 “단순 투자가 아니라 전략적 사업 진출 “이라고 말했습니다.

펠르랭 대표도 “네이버와 라인은 유럽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면서 “네이버와 라인의 기술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유럽 스타트업이 네이버와 라인의 DNA를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투자금은 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핀테크 등의 신기술 분야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 시점에서 알파고가 연상됩니다. 알파고는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라는 회사가 만든 인공지능 바둑 소트웨어입니다. 딥마인드는 바로 영국에 있는 회사죠.

네이버 역시 유럽에서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딥마인드와 같은 회사들을 키워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렇게 성장한 회사들은 네이버의 울타리 안에 머무르게 되겠죠.

또 네이버와 플뢰르 펠르랭 대표가 반 구글을 위해 맞손을 잡은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최근 구글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습니다. 유럽에서 엄청난 점유율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세금은 회피하고, 개인정보보호 등의 규제를 따르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죠. 이 때문에 유럽연합 집행부는 최대 8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이해진 의장, 팰르랭 대표, 김상헌 대표, 앙투안 드레쉬 공동 창업자
이해진 의장, 팰르랭 대표, 김상헌 대표, 앙투안 드레쉬 공동 창업자

펠르랭 대표는  “국가의 자주권이란 자국 시민의 정보를 보호하고 세금을 자유롭게 부과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일부 기업은 국가의 정책상 구멍을 공략해 이를 무력화한다”고 구글을 공격했습니다.

펠르랭 대표는 이어 “우리가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부 주자가 인터넷을 점유하거나 , 특정 기업이 인터넷의 문지기가 되면 안된다”면서 “여러 훌륭한 기업들이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해진 의장도 앞선 7월 “구글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아낀 돈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해 신기술을 만든다”면서 “불공정하다”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한편 이 의장은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중국, 북미 등의 시장 진출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추가적인 해외 진출에 대해서 추후 설명드리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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