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아이폰7 구입한 이야기

일본 오사카에서 아이폰7플러스를 샀습니다. 기기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천천히 하기로 하고,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을 사는 구매 과정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애플스토어는 경험을 판다’는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단순히 돈 잘 버는 상점이라기보다 제품에 대한 첫 인상과 쓰는 동안 겪는 어려움들을 잘 풀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사카에는 신사이바시 애플스토어가 있습니다. 해외에서 아이폰을 몇 번 구입해본 적 있지만 애플스토어의 출시 현장을 지켜본 건 처음입니다. 애초 도쿄의 오모테산도 애플스토어도 구경하고 아이폰도 사려고 했는데, 9일 첫 예약부터 도쿄는 한바탕 전쟁터가 되면서 예약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오사카로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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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전날인 9월15일 오후 여섯시쯤 애플스토어 앞에 도착하니 한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더군요. 낚시 의자는 이제 줄 서는 사람들의 필수품이 됐습니다. 일본의 줄 서기 문화는 워낙 유명한데, 며칠 전부터 장사진을 이루던 과거의 시스템도 인터넷 사전 예약같은 프로그램이 들어서면서 예전처럼 과열되지는 않나 봅니다. 중국인들이 줄 서던 그림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중국도 1차 출시국에 들면서 굳이 일본까지 와서 구입할 이유가 줄었기 때문일 겁니다.

밤 11시쯤 다시 애플스토어에 슬슬 나가봤습니다. 이제 줄이 좀 서 있더군요. 열명 남짓 있었고, 그 사이에 한국에서 오신 분도 계시더군요. 미리 제품을 예약하지 못해서 일단 비행기타고 왔다고 합니다. 숙소도 잡지 않고 캐리어를 든 재로 밤 샐 준비만 해서 찾아오셨습니다. 다행히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딱 좋긴 했습니다. 그래도 길에서 밤 새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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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스토어는 영업을 마치고 다음날 출시 준비를 합니다. 안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수십개의 아이폰이 상자에서 나오고 전시대에 미리 정해진대로 차곡차곡 자리를 잡습니다. 이런 장면은 국내의 리셀러들이 전날 출시 준비를 할 때도 비슷합니다. 비밀이 많은 애플이지만 의외로 밤에 설치 작업을 할 때는 내부를 훤히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도 하고, 자유롭게 사진도 찍을 수 있게 해주더군요. 아무튼 지난 주 발표된 제품이 실제로 나오는게 실감납니다.

신사이바시 애플스토어는 원래 10시에 문을 엽니다. 하지만 출시일에는 보통 아침 8시쯤 엽니다. 아침 7시반에 다시 스토어를 찾으니 줄이 훨씬 길어졌더군요. 100명 정도는 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폰 나오는 날 명동 프리스비 앞 분위기와 비슷합니다. 눈에 띄는 건 애플스토어 직원들 뿐 아니라 경찰들이 나와서 질서를 잡아주더군요. 그리고 지극히 일본 분위기의 애플 팬들이 구매와 관계없이 애플스토어 앞에서 즐거워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미국 분위기의 애플스토어와 일본의 문화가 섞이는 오묘한 장면입니다. 이런 것도 재미라면 재미겠지요.

여덟시 직전이 되니 여느 애플스토어나 공식 리셀러들과 마찬가지로 지니어스들이 문 앞에 나와서 입장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카운트다운과 함께 입장이 시작됩니다. 미리 물어보니 아이폰7플러스는 현장 구매분이 아예 없고, 아이폰7은 제트블랙을 제외하고 어느 정도 제품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원래 오후에 받는 순번이었는데 들어가는 줄을 보고 혹시나 해서 입장 줄 맨 뒤에 섰더니 곧바로 직원이 와서 어떤 걸 구매할 거냐고 묻더군요. 예약분을 찾으러 왔다니까 지금 줄 수 있다고 해서 안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뜻하지 않았는데 제품을 빨리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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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스토어에서 지니어스와 마주하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물건을 팔고 사는 과정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경험을 우리나라에서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요즘 프리스비나 에이샵 같은 국내 리셀러들도 분위기부터 지니어스바나 구매 과정 등을 애플스토어와 꽤 비슷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애플스토어에서 예약할 때는 아예 결제까지 마칩니다. 예약하자마자 결제되는 건 아니고 그 다음날 실제 제품이 준비된 뒤에 결제가 됐습니다. 면세와 관련된 내용은 없더군요. 요즘 일본은 현장에서 여권을 보여주면 그 자리에서 면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세금 규정이 완화됐는데 온라인에는 없나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면세 관련해서 물어보니 온라인으로 결제한 것은 면세가 안 된다고 합니다. 재고가 있을 때는 온라인 구매를 취소하고 현장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이날은 아이폰7플러스의 일반 공급이 없었기 때문에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아이폰7플러스 256GB의 일본 구입가 10만7800엔에 8% 소비세를 붙여 11만6424엔을 다 물었습니다. 엔화가 계속 오르고 있는 추세인데 9월16일 기준 우리 돈으로 128만원 정도 됩니다. 용량이 두 배씩 늘어나면서 따지고 보면 128GB를 지난해보다 10만원 정도 싸게 살 수 있었는데 남은 물량을 고르다보니 256GB를 산 게 조금 부담스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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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일본판이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박스 포장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얇은 랩같은 비닐을 씌워서 칼로 뜯어냈는데 이번에는 비닐도 두꺼워지고 뜯는 부분이 있어서 훨씬 쉽고 깔끔하게 열리더군요.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USIM을 꽂아야 기기가 등록되니 USIM부터 옮겨 꽂았습니다. 아이폰7은 방수가 되다보니 USIM 트레이에도 고무가 씌워져 있습니다. 이전 아이폰의 트레이와 조금 다릅니다. 핀을 찔러넣는 구멍도 조금 더 작아진 느낌입니다.

설정은 이전 제품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홈 버튼 ‘클릭 선택’ 메뉴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아이폰7은 물리적으로 눌리는 홈 버튼 대신 탭틱 엔진으로 눌렸다는 피드백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게 아직은 굉장히 낯선데 그 클릭의 느낌을 세 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는 메뉴가 있습니다. 큰 차이는 없고 반응의 세기 정도가 다른 듯 합니다. 탭틱은 그저 홈 버튼의 반응만 주는 건 아니고, 여러가지 화면의 버튼을 누를 때도 슬쩍슬쩍 피드백을 줍니다. 서드파티 앱들도 적절히 사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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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7에는 당연히 iOS10이 깔려 있습니다. 버전을 보니 10.0입니다. 엊그제 배포된 운영체제 버전이 10.0.1인데 현재 출고된 제품은 이 버전이 나오기 전에 준비가 됐었나봅니다. 업데이트를 누르니 곧장 업데이트도 됩니다. 베타 등으로도 공개되지 않은 순수한 iOS10.0인 셈입니다.

iOS10을 계속 업데이트로만 써 왔는데 완전히 초기화된 iOS10을 보니 꽤 큼직한 변화가 보입니다. 아래 독입니다. 이 독은 메인 화면에서 항상 보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요한 앱들을 깔아놓게 마련입니다. 여기에 메시지 앱이 들어왔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 있던 메일 앱은 메시지쪽으로 밀려났습니다. iOS10에서 메시지를 강조한 것도 그렇고 독의 변화도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e메일에서 메시지로 움직이는 걸 반영하고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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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S플러스의 케이스를 씌워보니 잘 맞습니다. 둘 사이에 크기 차이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카메라가 가립니다. 카메라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으니 이상할 일도 아니지요.

일본에 오기 전부터 모델과 주파수 때문에 약간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아이폰은 대체로 글로벌 로밍이 잘 되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거의 전세계의 LTE 통신망에 붙여서 최대 45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대신 지역에 따라서 CDMA가 붙거나 LTE 주파수가 조금씩 더 붙거나 빠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습니다. 일본에서 파는 아이폰7은 NFC 기반의 결제 시스템인 페리카가 붙으면서 세계에서 유일한 모델이 됐습니다.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쓰는 글이라 아직 주파수 걱정이 좀 있긴 한데 애플에서 소개하는 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쓰는 LTE 주파수는 모두 쓸 수 있습니다. 그걸 떠나서 일본판 A1785 모델은 전체 라인업 중에서 가장 많은 통신 방식을 끌어안은 제품이기도 합니다. 별 다른 일 없으면 국내 통신 3사 모두 될 겁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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